[WEEKLY BIZ] 6억달러 몰린 '홈 피트니스'… 경쟁자는 체육관이 아니라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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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01.11 03:00

      '집에서 앱으로' 뉴비즈 각광

      몸에 착 달라붙는 운동복을 입은 한 중년 남성이 거실 한 가운데 놓인 검은색 실내 자전거에 오른다. 유려한 곡선으로 디자인 된 자전거 앞 큼직한 22인치 터치 스크린을 누르자 전문 강사 수십명의 얼굴이 뜬다. 원하는 강사를 한 사람 고르고, 30분 정도 운동하고 싶다고 시간을 설정하자 현재 온라인상에서 진행 중인 수업이 화면에 실시간으로 펼쳐진다. 화면 속 강사가 고른 음악이 터치 스크린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자, 강사들은 음악에 맞춰 운동량을 늘리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실내 자전거를 타며 격렬한 율동을 하는 이런 운동을 '스피닝'이라고 한다. 스피닝은 일반 실내 자전거 타기보다 운동량이 많고, 흥겨운 데다 누구나 즐길 수 있어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보통 체육관에서 자전거 수십대를 놓고 단체로 하는 운동이지만, 미국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펠로톤은 운동할 때 전문 강사의 지도를 받으려면 반드시 체육관으로 가야 한다는 상식을 깨뜨려 '대박'을 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펠로톤 앱을 설치하고 원격 수업을 신청하면 페달 속도를 포함한 운동 정보가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는 강사에게 실시간으로 전해진다. 강사는 이 정보를 확인해 이용자가 페이스를 조절할 수 있게끔 구령을 넣어준다. 집 거실에서 혼자 하는 운동이지만, 음악과 구령에 맞춰 정신없이 페달을 밟다보면 여기가 체육관인지 우리 집 거실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런 수업을 전 세계 어딘가에서 동시에 신청해 듣는 접속자 수가 수업당 평균 500여명. 원격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 매달 12~39달러(약 1만3500~4만4000원)를 내는 회원이 전 세계에 30만명이 넘는다.

      홈 피트니스, 7년 새 13배 성장

      평소 '건강에 더 신경을 쓰겠다'는 다짐을 안 해본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호기롭게 등록한 체육관을 꾸준히 나가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나이가 들수록 체육관에 가고 싶지만, 젊고 몸 좋은 사람들이 가는 곳 아니냐는 선입견 때문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기 일쑤다. 육아나 업무로 시간을 따로 쪼개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이들을 겨냥한 '홈 피트니스' 시장은 줄곧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했지만, 2017년 이후 유독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다. 홈 피트니스란 체육관 대신 집 안에서 하는 운동을 뜻한다. 스타트업 정보 업체 CB인사이츠에 따르면 2010년 5000만달러 수준이었던 미국 홈 피트니스 스타트업 투자 유치 금액은 2017년 6억5000만달러(약 7320억원)를 넘어서며 13배 이상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펠로톤 혼자 5억5000만달러(약 6200억원)를 추가로 유치했다. 홈 피트니스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는 펠로톤뿐만이 아니다. 클래스패스, 즈위프트, 스트라바 같은 '유니콘' 후보가 즐비하다. 유니콘은 기업가치 10억달러(약 1조1400억원)를 넘으면서 아직 상장되지 않은 초기 벤처로, 요즘 '뜨는 산업'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상징적인 지표다.

      좋은 기구는 기본… 콘텐츠로 승부수

      펠로톤은 스스로를 '넷플릭스의 경쟁자'라 부른다. '실내 자전거 제조업체'가 아닌 '미디어 회사'라고 주장한다. 넷플릭스가 다양한 영화나 드라마를 구독형 서비스로 제공하듯, 총 1만개에 달하는 피트니스 전문 강사 수업을 정기 구독 방식으로 서비스하겠다는 것이다. 존 폴리 펠로톤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최대 서점 체인 반즈앤노블스의 전자상거래부문 사장을 지낸 콘텐츠 전문가다. 그는 자전거 같은 하드웨어만 팔아선 피트니스 산업이 몸집을 불리기 어렵다고 여겨 이 회사를 세웠다. 다른 피트니스 기업들이 '더 좋은 하드웨어'를 만드는 제조업 카테고리에 몰두하는 동안, 서비스 이용자가 직접 몸을 가꾸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구현해주는 데 집중했다.

      글로벌 피트니스의 스타트업 투자
      펠로톤식 콘텐츠 구독 서비스는 서서히 홈 피트니스 업계의 표준으로 자리잡아 가는 추세다. 지난해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미러(Mirror)'라는 스타트업은 1500달러(약 170만원)짜리 스마트 거울을 이용한 요가, 복싱, 필라테스 강의를 제공한다. 전신거울처럼 보이는 대형 양방향 디스플레이를 켜면 바로 전문 피트니스 강사와 연결되고, 해당 강사가 이용자의 개인 프로필과 생체 인식 데이터를 활용해 최적의 운동을 추천해주고, 일대일로 운동 자세를 지도해주는 식이다. 스마트 거울을 살 때 목돈이 들지만, 매달 39달러를 지불하면 시간당 수십달러를 줘야 들을 수 있는 맞춤형 트레이닝 강의를 원하는 만큼 즐길 수 있다. '토날(Tonal)'은 스마트 거울을 이용한 홈 피트니스 서비스라는 점에서 '미러'와 비슷하지만, 근육을 키우고 싶어하는 남성 이용자에 초점을 맞췄다. 미러보다 2배 정도 비싼 2995달러(약 340만원)짜리 스마트 거울을 사면 스쿼트, 데드리프트, 벤치프레스 등 근력을 기를 수 있는 다양한 중량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트루 로잉(True Rowing)'은 로잉(노 젓기) 머신에 콘텐츠 구독 서비스를 채택했다.

      인터넷 가상 경주하며 운동효과 배가

      운동은 기본적으로 자기와의 싸움이다. 하지만 운동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경쟁이 빠질 수 없다. 상대방을 앞질러 가거나, 옆사람보다 더 오래 버티면서 희열을 느끼는 것이 경쟁의 묘미다. 각광받는 스타트업들 역시 이용자들이 집 안에서도 체육관에서 다른 사람들과 운동할 때 만큼 경쟁심을 느낄 수 있게 프로그램을 설계한다.

      즈위프트는 2014년부터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과 가상으로 자전거 경주를 펼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여 인기를 끌고 있다. 실내 자전거를 따로 살 필요도 없다. 바깥에서 타던 자기 자전거를 그대로 들고 와서 뒷바퀴만 별도의 측정 기기에 맞물리면, 전용 소프트웨어를 통해 뉴욕을 포함한 주요 도시에서 가상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스크린 골프장에서 공을 치면 화면 속에서 공이 날아가듯, 즈위프트 이용자가 페달을 밟으면 몸무게와 페달을 밟는 힘, 가상 코스의 경사 등을 고려해 자전거 속도가 정해지고, 화면 속 자전거 수십대가 속도 순으로 줄지어 선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즈위프트에 열광하는 이용자 '즈위프터' 수는 5년 만에 55만명을 넘어섰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는 팔이 부러져 바깥에서 자전거를 타기 어려워졌을 때도 즈위프트만큼은 놓지 않았던 대표적인 열성팬으로 꼽힌다.

      플라이휠 스포츠나 스트라바 역시 경쟁을 장려하는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는 자전거 소프트웨어 관련 스타트업이다. 마크 가이니 스트라바 창업자는 "운동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동기를 주려면 경쟁을 통한 즐거움을 맛보게 해야 한다"며 "제품 홍보나 마케팅에 신경 쓰기 보다 이용자가 경쟁을 통해 스트라바 안에서 스스로 네트워크를 쌓게 만드는 것이 충성도를 높이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