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볼보·벤츠·BMW 바꿔가며 탄다… 자동차도 '구독경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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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01.11 03:00

      '넷플릭스 모델' 따라 하는 美 자동차업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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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츠 구독 서비스 ‘벤츠컬렉션’ 광고 화면. 다양한 벤츠 차종을 골라가며 탈 수 있다. / 메르세데스 벤츠
      스웨덴 자동차 업체 볼보(Volvo)는 요즘 "차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Car)"라는 광고를 한창 내보낸다. 이른바 '볼보 케어(Care by Volvo)'. 지난해 10월 독일에 이어 미국에도 상륙했다. '구독자'는 2년 동안 매월 700~850달러를 내면 SUV XC40이나 세단 S60을 비롯한 4개 차종을 골라 번갈아가며 탈 수 있다.

      신문이나 잡지를 구독하듯 차도 월 일정액을 내고 구독(subscription)하는 시대가 다가왔다. 그것도 취향별로 다양한 차종을 바꿔 가며 탈 수 있다. 자동차 제조 업체부터 판매상(dealer), 스타트업이 앞다투어 자동차 구독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영국, 독일, 덴마크, 인도까지 30여 개에 이르는 자동차 구독(vehicle subscription) 서비스가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캐딜락·포르쉐·벤츠도 가세

      볼보만이 아니다. 캐딜락과 포르쉐, BMW, 메르세데스 벤츠까지 동참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지난해 6월부터 '메르세데스 벤츠 컬렉션(Mercedes Benz Collection)'이란 구독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월 1095~2995달러를 내면 벤츠 C300 등을 등급별로 골라 탈 수 있다. 벤츠 컬렉션 앱으로 면허증 사진을 올리고 가입에 동의하면 차를 갖다준다. 취향에 따라 걸맞은 차종을 추천하는 기능도 있다. 가족 모임이나 데이트가 있는 날엔 추가 금액을 내면 더 좋은 차를 탈 수도 있다. BMW는 'BMW 액세스(Access by BMW)', 포르쉐는 '포르쉐 패스포트(Porsche Passport)'를 내놨다. 현대자동차도 '제네시스 스펙트럼'을 시범 운영 중이다. 월 149만원에 제네시스 스포츠 차량 3종을 바꿔 가며 탈 수 있다. '현대 셀렉션'은 쏘나타와 투싼, 벨로스터를 대상으로 한다. 월 75만원이다.


      디지털 시대 새로운 트렌드


      구독 서비스는 디지털 시대를 상징하는 새로운 트렌드다. 물품을 사서 소유하지 않고 구독하면서 효용을 높인다. 동영상이나 음악 제공 업체에서 주로 활용하는 전략이라 '넷플릭스 모델'이라고도 한다. 면도기나 의류, 식품 같은 생활용품이 이미 구독 경제 안으로 들어왔고 이젠 자동차까지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달러셰이브클럽(Dollar Shave Club)은 매달 면도날을 보내주는 게 사업 모델인데 구독자가 300만명을 넘었다. 란제리 회사 아도르 미(Adore me)는 맞춤형 속옷 배송 서비스로 1억달러 매출을 돌파했고, 일본 기린맥주는 한 달 7452엔(약 7만5000원)을 받고 생맥주를 정기 배송해준다. 라피올라(Lafeeolla)는 6개월마다 프라이팬을 비롯한 낡은 주방 기구를 바꿔준다. 컨설팅 회사 롤랜드버거 얀 필립 하센버그 파트너는 "밀레니얼 세대는 전과 달리 자동차를 소유 개념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서 "취향에 따라 바꿔 탈 수 있는 구독 서비스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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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 구독 서비스 효시를 이룬 스타트업 클러치 광고 화면. / 클러치
      스타트업에서 車 딜러까지 뛰어들어

      자동차 구독 서비스는 2014년 클러치라는 스타트업이 처음 선보였다. 월 795~1495달러에 SUV에서 세단, 컨버터블 등 입맛에 맞게 다양한 차종을 골라 몰 수 있다. 카르마(Carma), 플렉스드라이브(Flexdrive)를 비롯, 미국 전역에서 자동차 구독 서비스를 내놓은 스타트업이 20곳에 육박한다. 그러자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시장 가능성을 보고 가세했고, 판매업자들도 연합해 구독 서비스를 출시했다. 아직은 전면적인 서비스로 확대하기보단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시범 운영하는 단계다. 클러치와 포르쉐는 애틀랜타, 인라이드는 워싱턴DC, BMW는 내슈빌, 캔버스는 샌프란시스코와 LA에서만 가입하고 이용할 수 있다.

      자동차 제조 업체들은 신차 판매량이 줄면서 구독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모바일 앱이란 플랫폼이 있기 때문에 구독자들을 상대로 운전 습관, 취향, 부품 마모 상태 등 '빅데이터'를 모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차량 공유 업체 우버나 리프트, 집카도 구독 서비스 아이디어를 받아들였다. 우버는 지역에 따라 월 14.99~24.99달러를 내면 이용 요금을 15% 할인해주는 '라이드 패스'를, 리프트는 월 299달러에 한 달 30회 탑승권을 주는 '액세스 패스'를 선보였다.

      車 직접 구입보다 상대적으로 고가

      자동차 구독 서비스는 기존 리스나 렌털과 개념적으로는 유사하다. 다만 여러 차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고, 서비스 대역이 넓다. 보험에서 배송, 정비, 컨시어지(concierge) 등 차량 관련 서비스가 대부분 포함된다. 볼보처럼 1년에 한 번 차를 교체하는 프로그램도 있고, 캐딜락은 1년에 18차례 차를 바꿔가며 몰 수 있다. 많은 업체가 가입비를 받는다. 캐딜락과 볼보는 월 이용료와 별도로 가입비 500달러를 내야 한다. 주행거리(마일리지)를 제한하는 곳도 많다. 볼보는 연 1만5000마일, 캔버스는 월 500마일, BMW와 캐딜락은 월 2000마일, 벤츠와 포르쉐는 무제한이다. 이미 고가인 월 사용료를 감안하면 이런저런 추가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볼보 SUV XC40 구독은 리스보다 70% 비싸고, 4년 구독료가 판매 가격과 비슷하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서비스 제공 업체들도 고민은 있다. 캐딜락은 예상보다 유지 비용이 많이 들자 지난해 연말 서비스를 잠정 중단했다. 여러 난관이 있긴 하지만 자동차 구독 서비스 전망은 밝다는 분석이 나온다. 어차피 미래 차량 이용 행태는 무인 자동차가 대세를 이루면서 차량 소유가 의미 없어지고, 그때그때 필요하면 차를 곳곳에서 부르는 공유와 구독 서비스가 섞여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