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블루오리진 따라잡자" 中 민간로켓 꼬리 문다

입력 2019.01.11 03:00

지난 8일 중국 달 탐사선 창어(嫦娥) 4호가 세계 최초로 달 뒷면 착륙에 성공하면서 중국 로켓 기술에 대한 관심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우주 로켓을 39회 쏘아올렸다. 미국은 31회. 중국을 한 수 아래로 보던 미국이 충격을 먹은 분위기다. 창어 4호는 정부 주도로 이뤄졌지만 사실 중국 '우주굴기(宇宙崛起)'를 주도하는 건 민간 스타트업들이다. 지난해 10월 중국 민간 우주업체 랜드스페이스는 고비사막 주취안(酒泉) 위성발사센터에서 로켓 '주췌(朱雀) 1호'를 발사했다. 3단 고체 추진체로 길이 19m, 지름 1.35m에 무게가 27t 나가는 로켓이었다. 이에 앞서 원스페이스도 지난해 9월 로켓(OS-X1) 발사에 성공하면서 경쟁에 불이 붙었다. 중국 '로켓 스타트업'들이 작년에만 로켓 4기를 우주로 쏘아올리며 미국 스페이스X나 블루 오리진 등을 따라잡기에 나선 것이다. 외신은 "스마트폰이나 AI(인공지능) 연구에서 중국이 미국을 추월한 선례가 있어 우주 산업도 미국이 안심할 수 없다"고 전했다.

창업 1년반 만에 로켓 발사하기도

중국 로켓 스타트업들 중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건 랜드스페이스와 원스페이스, 그리고 아이스페이스 3사다. 랜드스페이스는 칭화대 MBA 출신으로 스페인계 은행 산탄데르 아태지역 전략부에서 일하던 장창우가 2015년에 창업했다. 그는 정부 상업 우주 개발이 사업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과감하게 진로를 틀었다. 직원 200여 명 중 3분의 2를 연구개발 인력으로 채우고 있으며, 매년 4억~5억위안(약 650억~820억원)을 기술 개발에 쏟아붓고 있다. 지난해엔 연간 로켓 15기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세우기도 했다.

원스페이스는 국영 우주기업 항천과기그룹에서 투자 유치를 담당하던 30대 슈창 원스페이스 CEO가 2015년 세웠다. 업계에서 '젊은 독종'으로 통한다. 창업을 위해 로켓 기술자들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1인당 평균 40~50회씩 찾아가 설득한 일화는 유명하다. 지난해 로켓 발사를 주도한 직원 절반이 1990년대생이었을 정도로 젊은 조직이다. 현재 연간 30~50기 로켓을 제조할 수 있는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아이스페이스는 2016년 10월 창업 이후 1년 반 만에 '쌍췌셴1호' 로켓을 쏘아올려 업계를 놀라게 했다. 쌍췌셴 1호는 150㎏ 화물을 고도 700㎞까지 쏘아올릴 수 있다. 국영 우주 기업 등에서 20년 이상 일한 베테랑 기술자들을 대거 보유한 게 고속 성장 비결로 꼽힌다.

중국에선 지난 3년간 60개 이상 중국 기업이 우주 산업에 발을 들였다. 중국 정부가 2015년부터 상업 목적 민간 우주 개발을 장려하고 나선 영향이 컸다. 중국은 2025년까지 중점 육성할 첨단 기술 10대 분야 중 하나로 '항공 우주'를 선정하고 관련 기업들에 설비·연구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2017년부터 좌담회를 열고 민간 로켓 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국가 로켓 발사장인 주취안 발사센터도 민간 기업들에 개방했다. 장창우 랜드스페이스 CEO는 "정부가 민간 로켓 회사들에 사업을 발주해 자금 조달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며 "중국의 상업 로켓 회사들에 지금보다 좋은 때는 없다"고 말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미국 스페이스X 로켓 ‘팔콘9’, 블루 오리진 ‘뉴 글렌’, 중국 원스페이스가 제작한 ‘OS-M’, 아이스페이스의 ‘쌍췌셴 2호’, 랜드스페이스 ‘주췌 2호’로켓. / 각 사
정부 지원 아래 소형위성 시장 겨냥

현재 중국 로켓 회사들이 겨냥하는 건 소형 위성 운반 시장이다. 위성산업협회(SIA)에 따르면 2017년 우주에 떠 있는 위성은 1738대. 2013년 대비 50% 증가했다. 위성 발사는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이며, 이에 따라 보다 값싼 위성 발사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컨설트는 "소형 위성을 쏘아올리는 로켓 업체들 매출은 2017년 1억달러 미만이었지만, 2027년에는 15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소형 위성 운반 시장을 목표로 삼는 건 압도적 승자가 없는 '틈새시장'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단위 화물을 실어 나르는 육중한 로켓을 제작하는 스페이스X 같은 몸집 큰 경쟁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시장"이라고 분석했다. 슈창 원스페이스 CEO는 "중량 1t 이상 대형 위성 운반 시장은 스페이스X가 절반 이상 장악하고 있다"며 "통신과 기상관측 등에 쓰이는 500㎏ 이하 소형 위성 시장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민간 스타트업들은 국영 기업에서 좋은 인력도 수혈받고 있다. 원스페이스, 랜드스페이스 등에는 항천과기, 항천과공 등 국영 기업 출신의 베테랑이 다수 포진하고 있다. 장창우 CEO가 "우린 스타트업이기는 하지만 중국 국영 기업의 '우주 거인'들 어깨에서 성장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로켓 회사들에 대한 민간 투자도 활발해지고 있다. 아이스페이스는 최근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이 설립한 투자회사 슌웨이로부터 6억위안을 투자받았다. 랜드스페이스·원스페이스가 투자받은 금액도 8억위안을 넘어섰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상업 우주 개발에 대한 대형 투자회사들의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원가 절감과 가격경쟁력이 과제

그러나 스페이스X 같은 선도 기업과 제대로 경쟁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선은 원가 절감이 고민이다. 인지도가 높은 기존 기업과 맞붙으려면 가격 경쟁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홍콩의 우주 산업 전문 컨설팅회사 오비탈게이트웨이컨설팅 창업자 블레인 커시오는 "대다수 중국 로켓업체의 로켓은 재사용할 수 없고, 무거운 화물을 감당할 수 없기에 갈 길이 멀다"고 했다. 스페이스X의 경우 원가 절감을 위해 '로켓 재사용'을 시도해 성공했다. 2015년 발사된 로켓을 회수한 뒤 2017년 3월 이 재사용 로켓으로 위성 발사에 최초 성공한 것이다. 아이스페이스 등은 비용 절감을 위해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저비용 연료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현재로선 스페이스X와 중국 회사들의 로켓 발사 수주 규모에서도 격차가 매우 크다. 스페이스X는 작년에만 미 공군, NASA(미 항공우주국)로부터 의뢰를 받아 18차례 이상 로켓을 쏘아올렸다.

그러나 커시오는 "중국 로켓 스타트업들이 초기에 소형 위성 시장에 집중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옳은 선택"이라며 "기술적 측면만 보면 스페이스X와 경쟁이 안 되는 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따라잡기 어려워 보이던 산업들에서 중국이 무섭게 추격하는 것을 우리는 봐왔다"고도 했다. 중국 정부 산하 연구원 사이디즈쿠는 "올해는 민간 자본과 지방 정부의 투자를 바탕으로 더 많은 민영 로켓 회사가 생길 것으로 예측되며 이 기업들이 더욱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놓치면 안되는 기사

팝업 닫기

WEEKLY BIZ 추천기사

Hot Issue

더보기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