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고 인사책임자를 CFO와 동등 대우하는 게 시급"

입력 2019.01.11 03:00

[Cover story] 도미니크 바튼 前 맥킨지글로벌 회장

패티 매코드의 넷플렉스 시절 직함은 CTO(Chief Talent Officer)였다. 단지 조직 인사 관리에 머물지 말고 직원 재능을 발견하고 성장시키는 업무를 총괄하라는 취지에서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창업자가 새로 만든 이름이다. 보통 기업 내 인적 자원(Human Resource) 관리를 담당하는 임원은 CHRO(Chief Human Resource Officer)로 통한다. CHRO는 사실 기업 운명을 좌우하는 참모다.

도미니크 바튼(Barton·57) 전 맥킨지 글로벌 회장은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기업이 승리하려면 인재 중심 조직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WEEKLY BIZ와 가진 인터뷰에서 "CHRO의 능력·권한·책임이 CFO(최고재무책임자)와 동등해야 한다"면서 "CEO는 인재 개발과 성장을 위해 CHRO 역할에 더 무게를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도미니크 전 회장은 '지한파(知韓派)' 글로벌 전문가로 꼽힌다. 2000~2004년 맥킨지 한국 사무소 대표로 일했고, 대통령 직속 국제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도 활동했다. 서울시 서울국제경제자문단(SIBAC) 위원장도 역임했다. 최근 그는 지난 9년간 2700여 글로벌 리더를 만난 경험을 바탕으로 램 차란 전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교수이자 경영 컨설턴트, 데니스 캐리 콘페리 부회장과 함께 '인재로 승리하라(Talent Wins)'를 출간했다. 직역하면 '재능이 이긴다'는 의미다.

인재 배치 잘하면 40% 빨리 성장

―CHRO가 CEO, CFO만큼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자본과 인력을 효과적으로 배치하는 것은 기업 성공의 가장 중요한 열쇠이다. CFO와 CHRO는 각각 자본과 인력을 책임진다. 과거에는 빠르게 성장하는 사업에 자본을 투입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로 여겨졌고 이 때문에 CFO 권한이 강했다. 하지만 넷플릭스나 페이스북, 구글, 알리바바 등의 성공을 분석했을 때 신속하고 효과적인 인력 배치가 버금가는 효과를 내는 것으로 드러났다.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주요 인재를 가장 중요한 역할에 배치하는 회사는 경쟁사 대비 높은 성과를 낼 확률이 40% 더 높다. CEO가 결국 모든 결정을 내리긴 하지만, 유능한 CHRO 도움이 있어야 완벽해진다. 전략과 인재 활용, 재무 삼박자가 조화를 이루려면 CHRO가 CFO와 동등해야 한다. 실제 영국항공(British Airways) CEO는 CFO보다 CHRO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글로벌 기업은 인재 관리를 어떻게 하나.

"세계 최대 기관투자자 블랙록은 기술과 시스템을 활용한다. 고위 투자 전문가와 기술 전문가, 각 사업 부문 책임자까지 임원 46명으로 구성된 '인적 자본 위원회(Human Capital Committee)'가 데이터와 정성 평가를 기본으로 인재 관련 주요 의사 결정을 내린다. 모든 구성원을 대상으로 생산성을 가로막는 요소에 대한 꼼꼼한 설문 조사를 벌여 이를 반영한다. 인적 자본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기술과 인간이 상호작용해야 한다."

한국 고령화, 인재 육성으로 해결해야

―한국 기업 인재 관리를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은 기술력이 뛰어나고, 교육열이 높지만 근본적인 인재 위기에 직면했다. 급격한 인구 고령화 때문이다. 1975년만 해도 20세에 머물렀던 한국인 평균 연령은 2015년 41세까지 치솟았고, 2040년엔 50세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경제성장에 치명적인 노동력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권위주의적 톱다운 의사 결정 구조는 직원 잠재력을 억누른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연구(2016년)에 따르면 신입 직원의 25% 이상이 입사 첫해에 퇴사한다. 조직에서 요구하는 업무만 수행하다가 열정과 창의성을 잃은 것이다."

―저생산성 문제를 인재 육성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긴가.

"물론이다. 생산 라인에선 평범한 노동자와 최고 노동자 차이가 크지 않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생산성에 따라 수백 배, 수천 배 성과가 달라진다. 맥킨지 한국사무소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는 2030년까지 460조원에 달하고 최다 80만 일자리를 창출할 전망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파괴적(disruptive) 기술을 활용할 적절한 재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한데 특히 데이터 과학자와 소프트웨어 관련 인재가 필요하다."

―한국 기업이 직면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위기를 극복하려는 CEO라면 무엇보다 인재 관리를 최우선 현안으로 삼아야 한다. 해외 다국적 기업도 다르지 않지만 한국 기업들은 CFO 권한이 너무 막강하다. CFO와 CHRO 간 임금 차이뿐 아니라 조직 내부 인재들보다 외부 시장이나 투자자에게 더 큰 관심을 기울이는 경영진 태도에서도 드러난다. 앞으로 살아남고 싶다면 인재를 최우선 순위에 두는 CEO 태도 전향이 절실하다."

―말처럼 기업 문화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을 텐데.

"도전은 어렵지만, 한국은 지금까지 변화에 능하다는 것을 수차례 증명했다. 삼성전자가 성과 기반 연봉제를 1997년 도입했을 때 한국 기업 중 2%만 유사한 제도를 적용했지만, 10년 만에 그 비율이 절반에 육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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