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복종하지 않는 직원도 아껴라, 죄책감 느끼는 직원을 리더로 앉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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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01.11 03:00

      [Cover story] 글로벌 시대, 인재 관리 새 이론들

      '조직의 명령을 잘 따르는 직원을 중용해라' '학력과 경력은 업무 능력과 직결된다' '마음 여린 직원보다 매섭고 강인한 직원이 필요하다'. 이런 인사 원칙을 중시하던 '신자유주의' 시대의 경영 이론 대신 변화한 경영 환경을 반영한 새로운 인재 관리 방법이 경영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와 다트머스대 같은 아이비리그 경영대학원에서는 다양한 사례를 분석하면서 과거 이론을 다시 검증해 수정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이론을 내놓고 있다.

      ①복종하지 않는 직원도 아껴라

      즉석 사진기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발명해 인류 사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폴라로이드사 창업자 에드윈 랜드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개발할 당시 자신과 비전을 공유하는 열정적이고 헌신적인 사람들로 팀을 꾸렸다. 문제는 이들을 제외한 그 어떤 이의 의견도 듣지 않았다는 것. 랜드는 '즉석 사진기 시대가 지났으니 새로운 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이사진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개발실에는 자기 의견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추종자들만을 위한 공간을 따로 마련하고, 반대하는 사람들 출입을 철저히 통제했다.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하려던 랜드의 시도는 실패했고, 폴라로이드는 결국 2000년 초반 파산했다.

      애덤 그랜트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폴라로이드 사례를 들어 집단 사고의 위험성을 강조한다. 많은 조직이 최단시간에 성과를 거두기 위해 같은 목표를 향해 일제히 달려나갈 '예스맨'을 선호하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조직에 치명적 문제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 그랜트 교수의 분석이다. 그랜트 교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가 '나를 따르라'는 식으로 기업을 이끌면 조직의 창의성은 사라지고 순응성만 남는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직원들은 자신의 생각을 어리석다고 하지 않을까 우려해 스스로 아이디어를 죽이는 지경에 이른다"고 말했다.

      ②스펙 안 봐야 창의적 인재 얻는다

      랄프 로렌은 가난한 러시아계 유대인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미국 유명 패션디자이너 중 '최후의 생존자' 소리를 들을 만큼 거대한 패션 기업을 일군 미국 패션 업계의 전설이다. 그의 이름을 딴 브랜드 '랄프 로렌'은 어지간한 브랜드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 백인 주류 세력의 마음까지 사로잡으며 랄프교(敎)라고 부르는 두꺼운 팬층을 만들었다. 로렌은 전문적인 기술이나 과거 업계 경력이 전혀 없더라도 잠재력이 높은 인재들에게 기꺼이 기회를 줬다. 디자인 경험이 전혀 없는 패션모델을 여성복 디자인 책임자로 임명하기도 했다. 디자인 경험은 없어도, 자신이 입은 옷을 제대로 이해하고 완벽히 소화하는 모델이라면 얼마든지 아름다운 옷을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시드니 핑켈스타인 다트머스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좋은 학교를 나온 인재는 평균 이상의 업무 성과를 낼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기업들은 보통 서류상 훌륭한 사람을 뽑는다"며 "그러나 직원의 창의성과 유연성은 서류만 봐서는 절대 드러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히려 구태의연한 채용 과정에서 말하는 '가장 안전한 기준'을 통과한 직원들은 딱 안전한 결과 그 이상은 보여주지 않는다"며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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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강한 권한을 가진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에게도 복종하지 않는 직원을 조직에 둬야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아이디어 고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게티이미지코리아
      ③죄책감 느끼는 직원을 리더로

      '픽사의 두 아버지' 애드 캣멀과 앨비 레이 스미스 픽사 공동 설립자는 1985년 스타워즈의 감독 조지 루커스가 세운 루커스 필름에서 일하던 중 난감한 상황을 맞닥뜨렸다.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 빠져서 재정 압박을 받으니 캣멀과 스미스가 이끌던 컴퓨터 애니메이션 분야 인력을 상당수 해고해야 한다는 지시를 받은 것. 캣멀은 "기술 인력을 줄이면 회사 가치가 떨어지니, 부서를 온전히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미스 역시 해고 지시에 저항했다. 하지만 결국 해고자 명단을 제출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다음 날 아침 제출한 해고자 명단에 적힌 이름은 단 두 명. 총책임자였던 캣멀과 스미스뿐이었다. 가장 많은 임금을 받던 두 사람이 책임을 진 덕에 나머지 직원들은 말단까지 모두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이들이 나와서 차린 픽사는 루커스필름의 기업 가치를 뛰어넘어 세계 최고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자리매김했다.

      프랜시스 플린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죄책감이 강한 직원은 책임감이 강하며 애사심도 높다"며 "'워커홀릭(일 중독자)'이 많기 때문에 인사 고과도 뛰어난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또 "이들은 개인의 자유보다는 집단의 발전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인간 중심 경영 전략을 구현하기 적합하다"고 말했다.

      ④외부 수혈보다 내부 인재 키워라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조직행동론 교수 보리스 그로이스버그는 금융회사 78곳에서 일하는 증권 애널리스트 1000명을 대상으로 큰돈을 들여 영입한 경력직이 실제로 그에 걸맞은 업무 능력을 보여주는지를 조사했다. 1000명 중 회사를 옮긴 366명의 실적을 분석해보니 내로라하는 스타 애널리스트들조차 회사를 옮기면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또다시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업무 능력을 끌어올리는 데 평균 5년이 걸렸다. 드물게 회사를 옮기고도 성공 가도를 달린 애널리스트들은 혼자 이직하지 않고, 평소 함께 일했던 팀원들과 같이 이직한 경우였다.

      그로이스버그 교수는 "별이 빛나는 것은 별자리가 있기 때문이다. 경쟁사에서 가장 뛰어난 직원을 데려왔더라도 인맥과 제도, 혜택을 똑같이 제공할 수 없다면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서 같은 실적을 거두는 것은 무리"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기업이 외부 인재를 영입할 때는 마치 한 회사를 인수합병하듯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영입 후에는 영입에 들인 노력 이상으로 '통합'에 공을 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단 데려온 후 '행운을 빈다'며 돌아서는 기업은 실패하기 마련이라는 뜻이다.

      ⑤아이디어는 일선 직원에게 있다

      2009년 당시 힐튼호텔은 89국에 3750개의 호텔과 계열사를 포함한 36만명의 직원을 두며 고속 성장 가도를 질주하고 있었다. 그러나 몸집이 불어나는 과정에서 여러 브랜드가 섞이면서 힐튼만의 기업 철학이 사라지고 있음을 발견했다. 힐튼은 호텔의 얼굴에 해당하는 최일선 직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브랜드 정체성을 통합하기로 했다. 경영진은 힐튼(Hilton)의 이름을 따 친절(hospitality) 정직(integrity)·리더십(leadership)·팀워크(teamwork)·소유정신(ownership)·지금(now)으로 사명(社命)을 재정립했다. 그리고 손님을 직접 맞이하는 직원들의 연봉·성과금 산정에 리더십 역량 부문을 추가해 주인 의식을 키웠다. 덕분에 힐튼은 2017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399개 호텔을 새로 여는 기록적 성장 궤도에 올라탔다.

      데이브 율리히 미시간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최일선 직원들에게 '우리 회사가 소비자에게 어떻게 알려지면 좋겠는가?' 하고 물어봐라. 여기서 50% 이상 같은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 기업은 사명부터 다시 써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는 "직원들이 회사 가치를 공유하면 문제가 터졌을 때 이 문제가 곧 자기 문제라고 느끼게 되며, 리더들에게 더 많은 해결책을 쏟아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