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브로콜리 세계 점유율 65%… 종자업계의 '작은 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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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01.11 03:00

      세계 7위 종자기업 日 사카타노타네

      대형 할인점이나 농산물 판매점에 가면 한가득 쌓인 배추를 볼 수 있다. 대개 강원도 산간 고랭지에서 재배한 품종이란 선전문구가 달려 있다. 그런데 알고 보면 이 배추들의 뿌리는 거의 일본이다. 흔히 봄배추 '춘광'으로 알려져 국내 배추 시장을 석권한 배추 종자는 일본 사카타종묘가 개발한 작품이다. '짭짤이'라 불리며 선풍적 인기를 끈 부산 대저토마토 역시 사카타 종자를 들여와 재배했다.

      일본 종자기업 사카타노타네(Sakata Seed)는 종자업계 '작은 거인'이다. 전 세계 4대 곡물(쌀·보리·옥수수·콩) 종자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는 미국 몬샌토와 유럽 대형기업 간 각축전 속에 꽃과 채소종자 사업에 집중해 2017년 세계 7위 종자기업에 올랐다.

      현재 세계에서 유통되는 브로콜리의 65%는 사카타 종자를 통해 생산된다. 사카다는 주로 채소·꽃 종자 모종을 생산한다. 꽃은 100여 품목 1200여 품종, 채소는 40여 품목 400여 품종을 개발해 전 세계에 판매하고 있다. 브로콜리, 시금치, 토마토, 멜론, 수박 등 다양하다.

      묘목전문기업에서 출발

      세계 7위 종자기업 日 사카타노타네
      사카타는 1913년 묘목전문기업 사카타농원에서 출발했다. 농학을 전공했던 사카타 다케오 창업자는 미국으로 건너가 종자·원예 기초를 공부한 다음 귀국해 묘목에서 종자로 사업을 바꿨다. 종자는 파종하고 1년 6개월 정도면 상품성을 판단할 수 있어 묘목보다 승부가 빠를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1916년 종자 판매에 본격 뛰어든 사카타는 종자를 고가에 거래하면서 발판을 마련했다. 1922년 중국에 진출, 꽃과 채소종자 위탁생산을 시작했다. 꽃 품종 개량에도 도전, 1934년 세계 최초로 겹꽃잎 피튜니아를 개발해 세계에 이름을 떨쳤다. 당시 이 꽃 가격이 같은 무게의 금 20배에 거래되면서 화제를 불렀다.

      'F1' 고유 종자 개발에 총력

      사카타는 농약이나 화학, 제약으로 확장하는 다른 다국적 종자 기업과 달리 종자 한 분야에 집중했다. 'F1'이라 이름 붙인 고유(original) 종자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연구 체제를 구축, 점유율을 높일 전략 품목 개발과 판매에 올인했다. 최근엔 신흥국에서 사카타 F1 종자들이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인도에서 재배되고 있는 콜리플라워에서 F1 품종이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의 60%에 달한다. 사카타가 개발한 F1 종자로는 항산화물질 리코펜과 감칠맛을 내는 글루타민산을 더 많이 함유한 '임금님 토마토', 강풍에도 쓰러지지 않는 옥수수 '골드러시', 위를 향해 곧게 자라 꽃꽂이용으로 적격인 해바라기 '젠센트' 등이 있다. 1970년대 '프린스 멜론'을 개발, 고가이던 멜론을 대중 과일로 보급하기도 했다. '임금님 토마토'는 일반 토마토보다 껍질이 단단해 유통 과정에서 무르기 쉬운 일반 토마토 단점을 극복한 혁신 제품이다. 후루기 도시히코 연구센터 소장은 새로운 품종 개발에 대해 "첫 번째는 농가를 위해 병충해에 강한 품종, 두 번째는 유통업자를 위해 쉽게 무르지 않는 품종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연구소 두고 현지용 품종 개발

      세계 7위 종자기업 日 사카타노타네
      사카타 연구개발 체계는 채소는 지역밀착형, 꽃은 집약형으로 나뉜다. 식문화에 밀접한 채소는 지역 식습관을 철저히 연구한 뒤 그 지역 환경에 강한 품종을 육성했다. 꽃은 보편적인 품종이 유리하다고 보고 시설 재배에 집중했다. 경기 불황에 영향을 받아 꽃잎이 크고 화려한 게 잘 팔리는 추세로 접어들자 이 방향에 연구 인력을 집중했다. 사카타가 개발한 '선파첸스(SunPatiens)'란 꽃은 화려할 뿐만 아니라 오염물질 정화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지며 '환경정화식물'로도 주목받았다. 일본보다 해외에서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가정 채소 재배 열풍이 불면서 건물 옥상이나 집 화분에서 간편하게 채소를 기르는 간이농사·도시농업이 인기를 끌자 이런 트렌드에 맞춰 편의점과 공동으로 일반인이 손쉽게 채소와 꽃을 재배할 수 있는 '간단 키트' 상품도 내놓았다. '기르는 샐러드'는 고수와 바질, 미니토마토 등 종자와 비료를 한 봉지에 담았다. 가정에서 기를 때 지나치게 식물 키가 커지면 불편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을 막는 품종 개량도 거쳤다. 월평균 6만개가 팔릴 정도다.

      도쿄돔 7개 넓이인 32㏊에 이르는 사카타 최대 연구센터인 가케가와연구센터는 매년 10여 품종 채소, 80여 품종 꽃을 신상품으로 꾸준히 내놓고 있다. 새로운 품종 개발에는 교배를 반복하고 실제로 재배해 관찰하는 기간을 합쳐 보통 10년 이상 걸리는데, 일본 국내 연구소 5곳, 해외 8개국 연구소 10곳에서 개발 작업을 진행한다. 유럽에선 덴마크와 프랑스 2곳에 연구 시설이 있다. 각각 냉대기후, 온대습윤기후에 맞는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전 세계 19개 국가에 종자 생산 거점을 만들고 세계 각지 현지 기후와 재배 요건에 맞춘 종자를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90% 이상은 현지 생산한다.

      해외 판매가 전체 매출의 60%

      세계 7위 종자기업 日 사카타노타네
      사카타는 인구 감소로 일본 국내에서 채소와 꽃 수요가 정체 국면에 접어들 조짐을 보이자 일찍부터 해외 종자기업을 적극 인수하면서 돌파구를 마련했다. 1977년 샌프란시스코에 미국 법인을 설립한 후 1994년 브라질 대형 종자기업 애그로플로럴 인수를 시작으로, 영국 사무엘 예이츠, 유럽 펠트사 꽃 부문을 잇따라 사들였다. 1997년 한국 청원종묘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남아프리카와 미국, 터키와 인도 등에 법인을 설립했다. 오이를 글로벌 전략품목으로 정하고는 지난해 10월 요르단 오이육종회사를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사카타는 신흥국, 특히 아시아 종자 시장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며 장기 성장을 꾀하고 있다. 작년 4월 아시아 5번째 현지 법인을 베트남 하노이에 설립했다. 경제 성장으로 채소 소비가 증가하면서 종자 수요도 확대될 것으로 보고 대리점에서 직판으로 전환했다. 브로콜리와 양배추, 토마토 등 종자를 팔아 2027년까지 매출액 8억엔을 목표로 삼았다. 중국·인도도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중국은 서양식 식문화가 전파하면서 브로콜리와 콜리플라워 등 외래 종자 선호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채식주의자가 많은 인도 역시 공략 대상이다. 사카타는 현재 세계 170개 국가에서 종자를 판매하며 해외 매출이 전체의 60%인 402억엔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