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훌륭한 기업은 스포츠팀과 같아 성과 못 내는 직원은 매 시즌 교체하라"

    • 0

    입력 2019.01.11 03:00

      [Cover story] 실리콘밸리 인재 바이블 '넷플릭스 컬처 데크' 만든 前 CTO 패티 매코드… 인사 관리 비법을 털어놓다

      미 동영상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Netflix)의 창립 초기 멤버인 로라는 회계 담당으로 역량을 인정받았다. 적절한 DVD 대여 수수료를 정확히 도출해내면서 실적 향상에도 기여했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더 유능한 회계 직원이 필요하자 넷플릭스는 로라를 내보내고 외부 인재를 영입했다. 재교육이나 다른 업무를 맡기는 온정 같은 건 없었다.

      세계 최고 동영상 제작·서비스 업체 넷플릭스를 지배하는 인사 원칙은 "최고가 되거나 나가거나(Best or Nothing)"로 요약할 수 있다. 마치 메이저리그 야구단처럼 각 포지션을 철저히 A급 선수들로 채워 나간다. 적당한 성과만 내는 평범한 직원들은 퇴출한다. 넷플릭스 한 임원은 1년 새 휘하 직원 75명 중 25명을 해고하면서 "지시받은 대로 일하고 현재 상태(status quo)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토록 냉정하고 파괴적인 인사 원칙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그건 넷플릭스 성장 궤적을 따라가보면 해답이 나온다. 1997년 온라인 DVD 배송 업체로 출발, 21년 만에 세계 최대 동영상 제작·서비스 업체로 자리매김했고, 지난 10년간 매출액이 10배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전년 대비 매출액이 30%가량 늘었다.

      자유·보상은 듬뿍… 실적 평가는 냉엄

      WEEKLY BIZ는 14년 동안 넷플릭스 CTO(Chief Talent Officer·최고인사책임자)로 일하면서 넷플릭스 인사 철칙(鐵則)을 완성한 패티 매코드(McCord· 65) 패티매코드컨설팅 대표를 미 캘리포니아 샌타크루즈 자택에서 만났다. 넷플릭스 창업자인 리드 헤이스팅스 현 CEO(최고경영자)가 2009년 공개한 인재 관리에 대한 넷플릭스 내부 문서 '넷플릭스 문화: 자유와 책임(Netflix culture deck: Freedom and Responsibility)' 세부 내용을 정리한 인물이다. 흔히 '컬처 덱'으로 불리는 이 문서는 '실리콘밸리 조직 문화 경전(Bible)'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COO(최고운영책임자)는 "실리콘밸리 역사상 가장 중요한 문서"라고 극찬했다. 매코드는 지난해 1월 이 문서 내용을 길게 풀어 '파워풀(Powerful)'이란 제목으로 출간했다.

      넷플릭스 인사 철칙은 부정적으로 보자면 '토사구팽(兎死狗烹)'에 가깝다. 직원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더 이상 필요 없으면 물갈이한다. 과거 큰 업적을 세웠더라도 지금 당장 실적을 못 내면 정리 대상이다. 대신 있는 직원들에겐 최고 수준 자유와 보상이 주어진다. 휴가는 원하는 만큼 마음대로 쓸 수 있다. 출장 경비를 일일이 보고할 필요도 없다. 비용은 알아서 필요한 곳에 사용하고, 자기 돈을 쓰는 것처럼 합리적으로 출장비를 사용하면 된다. 나중에 무조건 실적으로 판단한다. 유일한 규칙은 "넷플릭스에 가장 이로운 방향으로 행동하라"다.

      창립 멤버도 필요 없으면 퇴출해야

      매코드에게 가장 먼저 물은 건 이런 냉혹한 인사 정책이 과연 회사에 궁극적으로 도움이 되느냐는 것이었다. 그녀는 단호했다. "회사에 일하러 온 거 아닌가요. 그럼 경영진이 직원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보상은 최고 동료들과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겁니다. 고급 커피 머신에 스시 점심, 바텐더를 제공하는 데 신경 쓰기보단 최고 인재들을 데려와 특별한 성과를 낼 수 있게 조직을 정비해줘야죠. 그게 회사의 존재 이유 아닌가요." 그다음 설명은 더 단호했다. "이런 기업 문화를 유지하려면 창립 멤버도 때에 따라 과감히 해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역설적이지만 이런 '자유와 책임'을 극대화한 넷플릭스 기업 문화를 만든 그녀조차 주력 사업이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로 돌아선 2012년, 넷플릭스를 떠났다. 매코드는 "탁월한 기업 문화를 만드는 데 열성을 다했지만 그다음부턴 내가 필요없어지더라"고 말했다. 이어 "훌륭한 경영진은 직원을 통제하는 대신 적절한 맥락을 전달하면서 어떻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생각한다"면서 "성과가 뛰어난 사람들은 기업의 방향을 이해할 때 일을 더 잘한다"고 덧붙였다.

      관리형에서 창의성 중시형으로

      넷플릭스 인사 원칙은 다채롭게 분화하는 경영학 인사 관리 이론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과거 많은 기업은 병영(兵營) 조직을 방불케 하는 규율 위주 인사 관리를 중요시했다. 그러나 이제는 직원 창의성을 최대한 발현할 수 있도록 조직을 설계하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 '복종하지 않는 직원을 더 아껴라'(애덤 그랜트 펜실베이니아대 교수) '이력서에 의존하지 말라'(시드니 핑켈스타인 다트머스대 교수) '죄책감을 느낄 수 있는 직원을 리더로 키워라'(프랜시스 플린 스탠퍼드대 교수) '외부 영입보다 내부 인재를 키워라'(보리스 그로이스버그 하버드대 교수) 등 복잡하고 빠르게 변하는 세상만큼 이에 대응하는 인재 확보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