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동떨어진 현대·기아차의 야심

    • 안자니 트리베디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입력 2019.01.11 03:00

[WEEKLY BIZ Column]

안자니 트리베디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안자니 트리베디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현대·기아차가 2019년 목표 판매량을 760만대로 잡았다. 2018년 목표치보다 소폭 상승한 규모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상황에서 야심 차게 보이는 목표다. 문제는 현대·기아차가 이미 지난해에도 목표를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는 점이다. 주가는 4.2% 넘게 하락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목표 달성에 실패한 이유를 보호무역주의와 금융시장 불안 탓으로 돌렸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주원인은 현대·기아차 그들 자신에 있다.

지난해 12월 초 현대·기아차는 수소차 개발에 70억달러를 투자하는 한편 경영진을 쇄신하겠다고 발표했다. 투자자는 환호했고 주가도 뛰었다. 그러나 이후 내놓은 계획을 보면 현대·기아차는 이익을 어떻게 높일지 구체적인 전략을 담지 못했다. 현대·기아차는 중국에서 신차 출시를 통해 매출 감소를 방어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후에도 현대·기아차 중국 매출은 다른 어떤 지역보다 빠르게 줄고 있다. 12월 1~3주 동안 평균 판매 대수가 전년 대비 40% 감소했다. 11월 25%, 10월 18%보다도 폭이 커졌다. 중국은 자동차 시장뿐 아니라 경제 구조를 단계적으로 개혁하려 하고 있어 판매 회복이 생각만큼 쉽진 않을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향후 6년간 전기차 44종을 개발하고 2021년까지 자율주행차 기반 로봇 택시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한 가지 지적하고 싶다. 자동차 업계는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발 빠른 경쟁 업체들은 이미 변화를 추구해왔다. 자신들이 우위를 누리는 시장에서 더 좋은 제품을 개발해 경쟁력을 이어가고, 비용을 감축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반면 현대·기아차는 미래 시장이란 '다트(Darts)' 과녁에 마구 화살을 날리는 모양새다.

현대·기아차가 성공하려면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미래 기술에 이것저것 돈을 쏟아부으며 위험한 도박을 하는 건 의미가 없다. 오히려 자신들이 우위를 점하는 분야 시장에서 지금보다 더 좋은 자동차를 만들어야 한다. 이미 패배한 영역에서 영향력을 회복하려 하거나 뒤늦게 따라잡기(catch-up) 전략을 써봐야 미래는 더 후진할 뿐이다. 중국 시장에서 SUV를 주력 제품으로 판매하려던 게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현대·기아차는 앞으로 엘리엇과 같은 사모 펀드와도 신경전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정의선 부회장은 최근 신년사에서 주주 가치를 올리고 주주들과 더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이 약속 역시 과감했다. 지난해 엘리엇이 지배 구조 개선을 요구했을 때는 침묵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아직 정 부회장의 약속을 공약(空約)으로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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