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위기 시작… 2020년 최악 위기" 카산드라의 경고

입력 2018.12.28 03:00

[Cover Story] 세계 경제 전문가 16명 '2019 경제' 대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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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국

2019년 세계경제를 바라보는 시선은 온통 잿빛이다. 10년 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경고했던 불길한 예언자들이 다시 '종말론'을 들고나오고 있다. 라구람 라잔 미국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내년 세계경제를 "지독하게 불확실하다(terrible uncertainty)"고 평가했다.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우리 세대 최악의 경제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면서 특유의 비관론을 설파한다. 투자 회사 로저스 홀딩스의 짐 로저스 회장과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레이 달리오 회장도 '카산드라(Cassandra·불길한 일 예언자)' 대열에 합류했다.

WEEKLY BIZ가 최근 만나고 설문한 전 세계 경제·경영 전문가 16명도 "머지않아 불황(recession)이 온다"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했다. 그 시기는 2020년을 많이 꼽았다.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2019년 이후 전 세계에 불황이 닥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엘가 바르시 블랙록 이코노미스트도 "2021년 이전에 불황이 올 가능성이 50%를 넘는다"고 말했다.

1980년대 이래 약 40년간 글로벌 불황은 4차례 있었다. 1980년대 초반, 1990년대 초반, 2001년, 그리고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였다. 징후는 엇비슷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하락, 무역량 감소, 신흥국 자본 유출…. 이미 세계경제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이런 전조(前兆)가 2019년에는 본격적으로 불거지고, 2020년에는 터질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미국 경제 걱정에 불안감 확산

세계경제 비관론의 출발점은 지난 수년간 세계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해 온 미국 경제의 성장 엔진 고갈이다.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달러를 대량으로 풀고 정부의 재정 지출도 늘리는 통화·재정 확대 정책을 써왔다. 그 결과 미국 경제가 기적같이 회복되자 이제는 거품을 우려해 다시 예전으로 정상화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미국 연준은 미국 경제가 너무 과열됐다고 보고 2015년 12월 이후 금리를 8번이나 올렸다. 내년에도 2차례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 움직임에 따라 유로존과 신흥국들도 통화 확대 중단이나 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행한 감세 정책의 효과가 떨어지고 있는 반면, 재정 지출 확대 정책은 미국 정부의 부채 증가로 장벽에 부닥치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주요 투자은행(IB)들은 미국 경제성장률이 2019년 2.5~2.7%에서 2020년 1.9~2.1%로 뒷걸음질할 것으로 전망한다.

미·중 무역 전쟁은 설상가상(雪上加霜)이다. 잠시 휴전(休戰) 중인 미국과 중국이 또다시 관세 폭탄 육박전에 들어간다면 양국 경제가 동시에 치명상을 입을 뿐 아니라, 두 나라 경제에 깊게 얽힌 전 세계 기업들의 판로가 막히고 투자가 위축된다. 막대한 재정 적자를 개선해야 할 신흥국들에 최근 예산 지출을 늘리는 포퓰리즘 정부가 잇따라 들어서고, 내년 3월 2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구체적 방식이 확정되지 않은 것도 세계경제 불안 요인이다. 베르너 파샤 독일 뒤스부르크·에센대 동아시아연구소 소장은 "주식·채권·부동산 등 자산 시장의 거품이 걱정거리"라고 지적했다. IMF는 캐나다(토론토·밴쿠버)와 홍콩 부동산 시장에 대해 과열 경고까지 내린 상태다.

기업들, 비주력·적자 사업 축소해야

한국 경제에도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한국은행이 미뤄뒀던 금리 인상을 시작하면서 기업과 가계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고 신규 자금 조달도 어려워진다. 미·중 무역 전쟁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최대 수출국인 중국 수출은 감소한다. 게다가 정부의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기업 경영자들은 비용 상승 압박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다행히 AI(인공지능)·빅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4차 산업혁명에 기업 투자가 늘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 경기에 영향을 미치기까진 시간이 더 필요하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그나마 한국 경제를 지탱해왔던 반도체 산업이 내년에 위축될 것이란 관측이 많은 가운데 난국을 돌파할 정치 리더십마저 실종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송재용 서울대 교수는 "기업들에는 선제적 사업 구조조정이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며 "비주력·적자 사업을 과감하게 축소하고 매각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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