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일대일로 참여국가들 "빚더미 오를라"… 건설사업 취소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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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12.28 03:00

      中 일대일로 5년의 그림자

      인도양과 태평양을 잇는 동서 교역의 '관문' 스리랑카. 스리랑카는 작년 말 남부 해안에 있는 함반토타 항구 운영권을 향후 99년간 중국에 넘기기로 했다. 2010년 중국으로부터 11억달러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차관을 받아 이 항구를 지었는데, 항만 이용률이 저조해 빚을 갚을 수 없자 대신 항구를 무상으로 내준 것이다. 이에 시민들은 "스리랑카의 자산을 중국에 넘겼다"며 정부 규탄 시위를 벌였다.

      함반토타항의 '적자 사태'는 처음부터 예견됐던 일이라는 지적이 많다. 기존 항만만으로도 수요를 해결하기에 충분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남중국해~인도양~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를 만들기 위해 스리랑카에 항만 건설을 추진했고, 친중 성향의 정부는 사업을 승인했다. 결국 함반토타항은 중국의 손에 들어갔다.

      5년째를 맞은 중국의 거대한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 일대일로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무리한 사업 추진으로 참여국들을 빚더미에 올려놓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환경 파괴 문제, 뇌물 스캔들도 터져 나오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는 무역과 상업을 촉진해 개발도상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여러 나라에서 일대일로 사업 철회가 이어지고 있고 반중(反中) 정서도 높아지고 있다.

      "中에 채무국 될라" 발 빼는 참여국들

      일대일로 사업의 최대 파트너인 파키스탄에선 지난달 한 무장 반군 조직이 일대일로에 반대하며 중국 영사관에 자살 폭탄 테러를 시도했다. 조직원 3명은 영사관 침입 도중 경찰에 막혀 사망했다. 이들이 소속된 발루치스탄 해방군(BLA)은 "중국은 압제자이며 우리의 자원을 착취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테러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내에선 '중국이 경제난의 원인'이라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으로부터 대규모 차관을 끌어와 약 70조원 규모의 일대일로 인프라 건설 사업을 해오다가 최근 국가 부도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파키스탄은 최근 일대일로 사업 중 철도 건설과, 댐 건설 사업을 취소했다.

      일대일로에서 손을 떼는 건 파키스탄뿐이 아니다. 올 들어 서아프리카에 있는 시에라리온은 중국에서 차관을 받아 지으려 했던 공항 건설 사업을 취소했다. 말레이시아는 200억달러 규모의 철도·송유관 건설 사업을, 네팔은 지난달 댐 건설 프로젝트를 취소했다. 베트남은 일대일로 경제 특별 구역 건설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빚 못 갚으면 中에 땅 내줘야"

      전문가들은 스리랑카의 함반토타항 사례처럼 일대일로 참여가 '채무 함정'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된 참여국들이 '이탈'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중국이 참여국에 낮은 금리로 대규모 자금을 빌려주고, 참여국은 이 돈으로 인프라를 건설한 뒤 추후 여기서 나오는 수익으로 빚을 갚는 구조다. 싸게 자본을 끌어다가 사회 기반 시설을 마련하고 경제적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희망에 많은 개발도상국이 환영했다. 그러나 최근엔 감당하기 어려운 과다한 차관을 받아선 안 된다는 국제 사회의 경고가 나오고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 글로벌개발센터(CGD)는 올해 초 "중국과 일대일로 합작 사업을 한 나라 중 23국의 빚 규모가 눈에 띄게 증가했으며, 8개 나라는 높은 부채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중국이 적극 투자하고 있는 아프리카의 경우 아프리카 국가들이 지고 있는 전체 채무의 5분의 1이 중국에서 나온 것으로 추산되는데, 국제통화기금(IMF)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상환 능력에 회의적"이라고 경고했다. 중앙아시아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키르기스스탄의 경우 중국으로부터 빌린 돈을 갚으려면 국민 한 명당 703달러를 부담해야 하며, 이는 평균 3개월 월급과 맞먹는 것으로 추산됐다. 중국 빚이 전체 공공 부채의 절반을 넘어서는 타지키스탄의 한 경제학자는 "중국이 타지키스탄을 '채무 함정'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며 "타지키스탄은 빚을 갚을 능력이 없기 때문에 광산과 영토 등을 중국에 내줘야 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싱가포르 국제무역연구원의 선임 연구원 후이샨은 "인프라 건설이 경제 발전을 이끄는 중국의 모델은 중국에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참여국들에도 적합하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참여국들에 많은 기초 인프라가 생기겠지만, 그것이 자동으로 무역 활성화와 새로운 투자를 이끌어 내진 않는다"고 했다. 또한 좋은 조건으로 자금을 빌리는 대신 중국 국영 건설업자가 공사의 상당 부분을 수주하고, 중국의 설비·건축자재를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기 때문에 현지 경제 발전에도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 거의 고려 안 해"

      일대일로가 참여국의 환경을 파괴한다는 우려도 크다.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 인근의 해안가 지역에선 지반이 파도에 유실돼 삶의 터전을 잃는 사람들이 발생하고 있다. 시민들은 일대일로 프로젝트 중 하나인 콜롬보 항만 도시를 짓기 위해 인근 해안가의 모래와 흙 등을 마구잡이로 준설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일대일로의 에너지 프로젝트도 화석 에너지 발전에 치우쳐 있다. 발전소 프로젝트 중 80%가 화력 발전이며, 수력 발전이 17%, 태양·풍력 발전은 3%에 그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글로벌환경연구소(GEI)의 집계에 따르면 2001~2016년 중국은 일대일로 참여국들에서 240여 개의 탄광 및 화력 발전소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세계가 기후 재해를 막기 위해 탄소 배출 에너지원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일대일로는 세계 곳곳에서 화석 에너지 이용을 늘린다는 비판을 받는다.

      환경문제에 대한 중국의 '이중 잣대'도 지적되고 있다. 중국이 자국 내에서는 친환경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하려는 '녹색 금융'을 강조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일대일로 참여국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땐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거의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참여국 고위직에 뇌물…"부패까지 수출"

      미국의 중국 전문가 스창산은 일대일로에 대해 "중국의 부패한 일 처리 방식까지 외국에 수출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중국 회사들은 종종 정상적인 절차 대신 가장 높은 공무원을 찾아가 돈을 주고 일을 처리하려 한다"며 "이는 현지 제도와 질서를 무너뜨린다"고 비판했다.

      스리랑카에선 문제가 된 함반토타항 개발을 승인했던 마힌다 라자팍세 당시 대통령이 중국 국유기업으로부터 '선거 경비'로 810만달러(약 91억원)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패트릭 호 전 홍콩민정사무국 국장은 에너지 회사인 중국화신을 대신해 아프리카 차드의 대통령과 우간다 외교장관 등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작년 11월 체포됐다. 석유 채굴권 등 이권을 따내기 위해 돈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인들의 뇌물 제공에 대해 일부 참여국들은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 국유기업 중국교통건설유한공사(CCCC)의 자회사인 중국항만(CHEC)은 방글라데시의 교통장관에게 약 500만타카(약 6700만원)의 현금을 건넸는데, 교통장관은 이 돈을 받지 않고 곧장 현지 중국 대사관으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방글라데시는 중국항만을 기업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어떤 건설 사업에도 참여하지 못하게 했다.

      스창산은 "많은 가난한 국가가 일대일로가 빌려주는 어마어마한 돈을 보고 중국과 합작하지만, 일대일로가 야기할 정치적·경제적 위험성은 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일대일로(一帶一路·Belt and Road Initiative)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9월 발표한 현대판 실크로드 경제 전략. 육상 경제벨트인 '일대(一帶)'와 해상 실크로드 '일로(一路)'로 구성된 거대 경제권을 구축, 중국과 참여국들의 무역 활성화와 경제 부흥을 이루려는 구상이다. 중국은 현재 100여 개 국가·국제기구와 협력, 항만·철도·공항 등 인프라를 건설하고 업그레이드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이 일대일로에 직접 투자한 금액은 600억달러(약 67조5000억원)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