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글로벌 경제 3대 키워드

입력 2018.12.28 03:00

[Cover Story]

① 미국 성장 둔화

금리 오르며 자산 거품 꺼질 우려… 대응책 마땅치 않아

2019 글로벌 경제 3대 키워드
'헤지펀드계 대부'로 통하는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레이 달리오(Dalio) 회장은 지난 2월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초청 강연에서 "미국 경제는 거품 직전에 있다"면서 "다음 미국 대선이 펼쳐지는 2020년 이전 경제 침체에 빠질 확률은 70% 정도"라고 주장했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와 2011~2012년 유럽 재정 위기를 정확하게 예측했던 인물이다.

이런 관측 저변에는 미국 금리 정상화라는 변수가 깔려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미국은 유례없는 저금리를 바탕으로 경제 회복을 이끌었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부채 증가와 경기 과열을 비롯한 부작용을 좌시할 수 없다고 보고 금리 인상을 감행했다. 올해에만 네 번 올려 2년 전 0.5%에 불과했던 기준금리는 2.5%까지 높아졌다. 내년에도 2차례 더 올릴 방침이다. IMF(국제통화기금)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유명 투자은행(IB)들은 대부분 내년 미 기준금리가 3%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아주 높은 건 아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물가·실업률을 감안해 계산하는 이른바 '테일러 준칙'을 적용하면 적정 미 기준금리가 5%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여전히 올릴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미 금리 인상이 가져올 수 있는 파장은 간단치 않다. 그동안 저금리와 확장적 재정 정책으로 경제성장을 떠받쳐 왔지만 이 동력이 사라지고 나면 유례없는 장기 침체로 접어들 수 있다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유럽·중국 경제성장률이 둔화하고 주가가 급락하면서 세계 경제가 하방 압력을 받고 있지만, 미국 경제는 건강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백악관과 월스트리트는 금리 인상이 악몽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 반대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경제 위기가 다시 찾아왔을 때 맞설 '실탄'이 없다는 점이다. 2008년 이후 효과를 봤던 '양적 완화'는 수명을 다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그동안 (양적 완화 과정에서) 쌓인 막대한 공공부채 때문에 위기가 다시 온다고 재정 정책을 밀어붙일 수 없는 처지"라면서 "앞으로 다가올 위기가 더 두려운 게 이런 측면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미국 물가상승률이 목표치를 넘어서는 등 과열 징후가 나타난다"면서 "역사상 최악의 경제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산시장 거품이 붕괴하면서 채권시장에도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베르너 파샤 독일 뒤스부르크·에센대 동아시아연구소장은 "최근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에 대한 대출이 증가해 수많은 회사채가 투자 적격 맨 아래 등급인 BBB로 발행됐다"면서 "주식시장뿐 아니라 채권시장 거품이 골칫거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② 美·中 무역전쟁

무역수지 갈등 넘어선 패권 다툼, 新냉전 장기화 가능성

2019 글로벌 경제 3대 키워드
세계적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수석부사장을 지낸 토머스 번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은 내년 경제 핵심 키워드로 '미·중 무역전쟁'을 꼽았다. 그는 "트럼프 정부는 (중국에 대한) 기술 이전을 우려해 미국 기업이 중국에 투자하는 것도 제한하고 있다"면서 "럭비공 같은 트럼프 특성으로 미뤄볼 때 중국을 겨냥하는 정책이 어디로 튀느냐에 따라 세계경제가 요동칠 것"이라고 말했다.

브루스 캐스먼 JP모건 수석이코노미스트도 '2019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경제 사이클 말고 중요한 변수(key wild card)는 미·중 무역전쟁 협상 결과"라면서 "협상이 결렬되고 관세 전쟁이 재발하면 전 세계적으로 설비투자가 위축되면서 장기 침체에 빠져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중 무역전쟁은 당사자들에게만 내상을 입히는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마중물을 퍼붓던 두 나라가 '전쟁' 후유증으로 비틀하면 세계 경제가 함께 메마를 수 있다.

IMF는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면 미국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2019~2023년 사이 매년 0.15~0.31% 하락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았다.

OECD도 무역전쟁이 확전으로 치달으면 기업 생산비용과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투자가 2021년까지 2% 하락한다고 내다봤다.

이달 초 미·중은 일단 90일간 관세 전쟁을 휴전하고 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불씨가 꺼진 건 아니다. 상당수 전문가는 양국 무역전쟁은 단지 무역수지 적자를 해소하려는 차원이 아니라 미래 패권 다툼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종전 선언'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는 "미·중 갈등은 무역전쟁을 넘어 새로운 냉전 시대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양국 간 무역수지 불균형이 단기간에 시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거시경제적으로 저축률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특유의 논지를 재차 강조했다. 저축률이 17%에 불과한 미국은 그만큼 소비가 많다 보니 지난해 102개국에서 무역수지 적자를 봤고, 저축률이 46%인 중국이 169개국에 무역 흑자를 거뒀다는 것. 이런 측면을 간과한 채 무역 적자 해소에 집중한다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얘기다.

다만 그 사이에 낀 한국 경제에 대해선 "경상수지 흑자를 내는 등 선전하고 있어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카르멘 라인하트 하버드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중국은 수출 기반 경제 모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잃을 게 더 많은 싸움"이라면서 "중국 경제가 흔들리면 중국과 교역하는 수많은 국가가 동반 추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③ 자국 이기주의

포퓰리즘 정치, 세계 각국 확산… 글로벌 위기때 협력 어려워

"메르켈주의(Merkelism)가 저물고 트럼프주의(Trumpism)가 뜬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정계 은퇴 선언을 하고 브라질 대통령으로 극우 사회자유당(PSL) 자이르 보우소나루 후보가 당선된 지난 10월, 미국 CNN방송이 내건 헤드라인이다. 이는 지구촌이란 세계화 시대 가치가 흔들리고 국수주의·배타주의 정치 이념이 강화하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자유무역으로 번성을 구가한 서방 전성시대의 종언을 뜻한다.

외신은 보우소나루 대통령 당선자를 '열대의 트럼프'라 부른다. 미국, 브라질뿐 아니다. 극우 정당 동맹 '오성(五星)운동' 연정이 정권을 잡은 이탈리아를 비롯해 터키, 멕시코, 필리핀, 그리스, 시리아까지 국수주의 포퓰리즘 정부 위세는 전 세계적으로 점점 확산하고 있다.

문제는 정치 그 자체가 아니다. 정치 체제는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비롯해 경제 위기가 엄습했을 때마다 전 세계는 합심해서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공동 전선을 꾸렸다. 국가 간 양보와 신뢰, 협력은 위기를 탈출하는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극단적인 성향을 고집하는 포퓰리즘 정부엔 이런 훈훈한 장면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들은 예측 불가능하고 즉흥적이며 비합리적이다.

김경원 세종대 교수는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보급으로 이기적이고 지엽적이면서 비이성적인 목소리가 판치는 포퓰리즘 추세가 거세지고 있다"면서 "고통이 따르는 (경제)정책을 실행에 옮기는 데 큰 장애물이 된다"고 분석했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금 세계경제에 가장 큰 위협은 정치로부터 온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롤랜드버거의 샤를 에두아르 부에 대표(CEO)는 "보호무역주의와 반자유무역 풍조, 포퓰리즘과 불평등은 전 세계 경제 질서를 위협하는 새로운 정치적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존 반 리넨 MIT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와 브렉시트, 유럽과 남미 극우 정부가 몰고 올 '포퓰리즘의 세계화'는 내년 세계경제를 혼돈에 빠뜨릴 수 있다"면서 "역사적으로 보면 (미·중 무역전쟁과 같은) 국가 간 경제적 갈등이 군사 충돌로 전개된 적도 있다"고 경고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트럼프는 민심을 달랜다는 명분으로 보호무역주의를 밀어붙이고 법인세를 인하했는데 이 때문에 미국 연방 재정 적자가 7790억달러에서 4조달러까지 늘어날 것"이라면서 "수입품에 고관세를 매긴 건 기업과 소비자 재정을 취약하게 만들고 법인세를 인하한다고 기업이 투자를 확대하는 건 아니어서 결국 이 모든 조치가 경제를 망치는 악수(惡手)로 돌아온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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