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내가 변심해 미국의 금리 인상을 지지하는 이유

    •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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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12.28 03:00

      [WEEKLY BIZ Column]

      경기하강 때 돈 막 푼 30년전 그린스펀 실수 버냉키도 되풀이
      금리 정상화하고 실물경제 중시해야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
      미국 연방준비제도위원회(연준)는 첫 직장이었다. 직업적으로나 지적으로 많은 자극을 준 곳이다. 아직도 고마운 마음이있다. 그럼에도 그동안 연준은 비판받아야 마땅했다. 방향을 잃었기 때문이다. 수십년째 자산 거품과 경제 위기를 되풀이하면서도 연준 관리 능력을 의심하는 목소리는 커져왔다. 그런데 이젠 다르다. 월스트리트와 대통령 협박에도 불구하고 연준은 꿋꿋하게 금리 정상화 정책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치하할 만한 일이다.

      그린스펀의 과도한 통화 완화는 실책

      연준은 이제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이 30년 전 저질렀던 '그린스펀 풋(Greenspan put)'에 맞서고 있다. 그린스펀은 경기 하강기에 공격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했고, 1987년 10월 '블랙 먼데이' 이후 '시장 안정화'라는 목표 아래 금리 인하를 비롯한 무차별적 지원을 쏟아부었다. 사람들은 점차 연준이 언제든 도와줄 거라 믿기 시작했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지난 20년간 평균 2.1%를 기록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사라지자 연준은 성장률을 높이는 정책을 폈다.

      그런데 그 성장은 주식·채권·부동산 등 거품 붕괴 가능성이 큰 자산에 의존했다. 그린스펀은 1987년 주식시장 폭락 위기 탈출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1990년대 '닷컴 버블'이란 덫을 놓았다. 새로운 경제 성장 패러다임을 찾았다고 흥분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그 다음 실수는 더 심각했다. 2000년대 초반 이른바'혁신적'이란 금융 상품을 통해 빚으로 쌓은 주택시장 과열이 미국 경제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 대가는 1930년대 이래 가장 심각한 금융 위기와 경기 침체였다.

      버냉키도 돈 너무 풀어 거품 유발

      2006년 자리를 이어받은 벤 버냉키 의장은 더 대담한 시장 친화적인 통화정책을 펼쳤다. 대공황 전문가인 버냉키는 금융 위기가 연준 책임이라고 주장하면서 새로운 정책적 이론을 실험하기 시작했다. 금리가 이미 낮은 상황에서 연준이 전통적 방식으로 유동성을 공급할 여지는 거의 없었다. 따라서 자산 매입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고안해냈다.

      '양적 완화'라 불린 이 실험은 나름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이후 연준은 착각했다. 이 정책이 실물경제도 회복시킬 거라 믿은 것이다. 2차, 3차 양적 완화가 시행됐지만, 실질 GDP 성장률은 2010~2017년 2%대에 머물렀다. 과거 경제 회복 시기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심지어 연준은 2000년 '닷컴 버블' 때처럼 위기 이후에도 계속 통화 팽창 전략을 유지했다. 금리 정상화도 천천히 진행하는 바람에 시장 거품은 여전히 커지고 있다.

      버냉키는 동료 마크 게틀러 뉴욕대 교수와 함께한 연구에서 통화정책이 자산 거품을 방지하기 위한 수단으로는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지만, 거품이 터진 이후 생긴 혼란을 해결하는 데 상당히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접근은 일본식 디플레이션 사태를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 그린스펀도 2004년 연설에서 이런 관점에 동의했다.

      금융시장에는 이런 분위기는 이상향(nirvana)이었다. 연준은 경기 하강기에 투자자를 도왔고,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은 통제됐다.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자산 가격 상승이 소비를 늘리는 '부(富)의 효과(wealth effect)'는 실물경제 성장을 주도했다. 자산 가격이 오르자 부자가 됐다는 심리적 만족감과 더불어, 다 부채로 끌어올려진 것이긴 하지만 자산 거품으로 얻은 시세 차익도 생겼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 연준 통화 정책은 엄청난 신용 거품을 초래한 셈이다.

      연준은 이렇듯 계속 거품을 만들며 똑같은 상황을 되풀이했다. 실물경제가 자산 경제에 더 크게 의존할수록 연준이 이런 연결고리를 끊기는 더 어려워졌다. 지금까지는 그랬다.

      경제 기초 체력이 자산가격 결정

      사실 투자자들이 들고일어나면 연준은 금리 정상화를 계획대로 진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비판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 없다. 그들은 잘못 알고 있다. 연준은 다음 경기 침체를 대비하기 위해 무기를 비축하는 곳이 아니다. 금리 정상화가 가진 숨겨진 의미는 시장 우호적인 통화정책이 아니라 경제 기초체력이 진정한 자산가격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연준은 드디어 지난 20년간 거품과 자산 의존적 성장으로 물든 미국 경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폴 볼커 전 의장이 1970년대 말 초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 용기를 낸 것처럼 제롬 파월 현 의장도 자산 의존 경제가 지닌 음험한 위험에 맞선 인물로 기억될 것이다. 연준을 옹호할 수 있어서 기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