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다케다제약, 日 사상 최대 해외기업 인수… "내수 시장만 바라보면 생존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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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12.28 03:00

      샤이어社 인수·합병으로 글로벌화 주도 크리스토프 웨버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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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토프 웨버 다케다제약 CEO가 지난 5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글로벌 제약사 샤이어 인수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블룸버그
      "일본 내수 시장이 침체하는 상황에서 규모를 키우지 않고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아시아 최대 다국적 제약회사인 일본 다케다제약 첫 외국인 CEO(최고경영자) 크리스토프 웨버가 최근 세계 제약업계를 놀라게 했다. 지난 5일 일본 역사상 최대 규모 해외 제약사 인수·합병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아일랜드에 본사를 둔 다국적 제약사 샤이어 인수 의사를 밝힌 후 약 9개월간 주주들을 설득한 끝에 나온 결과다. 이날 주주총회에서 인수안은 88% 지지를 얻어 통과됐다.

      다케다제약은 샤이어를 460억파운드(약 65조5000억원)에 인수, 일본 기업의 해외 M&A 역사에 새 기록을 쓰게 됐다. 지난 2016년 소프트뱅크가 영국 반도체업체 암홀딩스를 인수했던 금액(약 33조원)을 뛰어넘는 규모다. 글로벌 제약업계에서도 지난 2000년 미국 화이자가 워너램버트를 1120억달러에 인수한 것에 이어 둘째로 크다. 샤이어 인수로 다케다는 연 매출액 300억달러가 넘는 글로벌 10위권 제약사로 거듭나게 됐다.

      일본 제약업계 최초 외국인 CEO

      다케다제약은 지난 2014년 6월 프랑스인 웨버를 CEO에 지명했다. 1781년 창사 이래 최초로 외국인에게 경영을 맡긴 것이다. 웨버는 영국 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에서 20여 년간 몸담으며 아시아·태평양 지역 수석부사장, 백신 부문 사장을 역임했다. 2014년 다케다제약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자리를 옮긴 지 석 달도 안 돼 CEO 자리 제안을 받았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인 주주들은 반발했다. "전통을 자랑하는 일본 대표 제약 기업이 해외 기업에 먹힐 수 있다" "고유 기술 유출 위험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일본 기업 중에서도 더 보수적인 제약업계 특성을 감안하면 예상할 수 있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하세가와 야스치카 당시 다케다제약 CEO(전 다케다 회장)는 "일본 시장은 성장이 둔화됐다. 이를 타개할 방법은 '글로벌화'밖에 없다"며 웨버 CEO 지명을 밀어붙였다.

      보수적인 경영으로 일관한 다케다가 파격적으로 외국인 CEO를 선택한 건 수익성 부진을 타개할 활로를 찾는 게 시급했기 때문이다. 다케다는 가장 큰 수익원이었던 당뇨병 치료제 액토스 특허가 2012년 끝나면서 '먹거리'를 잃었고, 제약업계 전반적인 연구·개발 비용이 증가한 탓에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2014년 다케다제약은 15년 만에 최저 수익을 기록했다. 하세가와 전 회장은 '글로벌화'가 해법이라고 판단했다.

      글로벌 제약사 인수로 '승부수'

      웨버는 2015년 CEO에 취임한 뒤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에 힘을 쏟았다. 인구가 감소하고 약값이 낮아지는 추세인 일본 시장만 바라봐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본 것이다. 기존 경영진 반대에도 불구하고 능력 있는 외국인을 임원으로 영입했으며 미국 보스턴 등 해외에 연구·개발센터도 확장했다. 특히 샤이어 인수는 강력한 내부 반발이 따랐다. 다케다 출신들이 만든 '다케다의 장래를 생각하는 모임'과 창업주 일가는 재무적 부담을 이유로 샤이어 인수를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소액 주주도 '일본 기업의 정체성을 잃게 될 것'이라며 반대 캠페인을 벌였다. 그러나 웨버는 "샤이어와 연구·개발을 통합하는 것만으로 연간 14억달러 비용이 절감될 것이며 수익이 세 배로 늘어날 것"이라며 합병의 장기적인 이점을 피력했고, 주주의 66%를 차지하는 기관투자자들이 찬성표를 던져 인수안은 통과됐다.

      매출 기준으로 다케다는 세계 18위, 샤이어는 19위다. 두 회사가 합쳐지면서 다케다는 세계 8~9위 거대 제약사로 재탄생할 전망이다. 특히 샤이어의 다국적 판매망을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에 유리해질 것이란 기대가 크다. 글로벌 제약 시장은 유럽과 미국 기업들이 공고한 진입 장벽을 형성하고 있어 아시아 기업 진출이 순탄치 않은 편이다. 샤이어는 100개국 이상에 판매망을 갖고 있으며, 미국 시장에서 매출 비중은 다케다보다 훨씬 높다. 다케다 전체 매출 중 미국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0%, 샤이어는 그 비중이 60%가 넘는다. 다케다는 이번 인수로 미국 매출 비중이 50% 선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의약품 시장 규모는 일본 시장의 3배가 넘는 만큼 미국 진출 확대가 향후 수익성을 끌어올릴 핵심 열쇠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아사히신문은 "다케다는 샤이어 인수를 통해 미국과 일본이라는 세계 양대 시장에서 주도적인 지위를 갖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인수를 통해 사업 분야도 확대된다. 다케다는 소화기 질환, 암, 중추신경계 질환, 백신 분야에서 앞서가고 있고, 샤이어는 혈액종양제와 면역 계통의 난치병, 유전병 등 희귀 질환 치료약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샤이어는 세계 최대 혈우병 치료제 생산 기업이기도 하다. 업계에선 양사의 사업 분야가 합해지면서 기업 운영과 신약 개발에서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막대한 빚 부담과 내부 통합이 과제

      하지만 인수에 쏟아부은 막대한 돈으로 재무 위험이 높아졌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약 65조원의 인수 금액은 다케다의 작년 매출액(약 18조원)의 3배를 훌쩍 넘는 규모다. 다케다제약은 인수에 필요한 자금의 일부를 신주 발행분 등으로 충당하고 나머지는 은행에서 309억달러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 리스크로 다케다 주가도 연초 이후 40% 넘게 하락했다. 글로벌 신용 평가사 S&P글로벌레이팅은 "수익성은 향상되겠지만 부채 삭감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인수에 따른 재무 부담이 사업 측면의 플러스 효과를 크게 잠식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다케다가 샤이어 외에도 앞서 제약사 몇 곳을 인수했지만 인수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다.

      내부 통합도 과제다. 웨버 CEO는 "일본의 뿌리를 지키겠다"고 약속하며 기존 경영진의 불안을 잠재우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수와 동시에 다케다의 중심축은 이미 글로벌 시장으로 옮겨가는 중이다. 향후 이를 두고 웨버와 다케다 일본인 경영진 사이에 삐걱거림이 예상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외신들은 "닛산자동차의 카를로스 곤, 소니의 하워드 스트링거, 올림푸스의 마이클 우드퍼드 등 일본에 왔던 외국인 CEO들이 대부분 일본 기업과 융합되지 못하고 '불명예 퇴진'을 했다"며 "일본 유명 기업 중 외국인 CEO로 유일하게 남은 웨버가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아직 미지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