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원의 Defenomics <8> 방위산업체 '풍산' 반세기
동전 만드는 素錢 부동의 세계 1위, 세계 교역량 절반 공급
2006~2010년 연속 방산수출 국내1위 30개국에 탄약 수출
활공유도 곡사포탄·프랜저벌彈·관측탄… 첨단 기술 속속 적용
탄약 기술 활용해 차·항공 부품 생산
풍산은 권총탄에서부터 대공포탄, 박격포탄, 곡사포탄 등 모든 종류의 탄약을 생산하는 종합 탄약기업이다. 추진화약 기초연료부터 완성탄에 이르기까지 탄약 생산 전 과정이 수직 계열화돼 있다. 풍산은 탄체(彈體) 단조 기술을 기반으로 로드휠을 비롯, 자동차, 기계, 항공우주 등 각종 산업용 단조품도 생산한다. 군용탄과는 별도로 수렵용, 경기용 스포츠탄을 개발, 미국 등에도 수출하고 있다. 완성탄 수출을 넘어서 탄약을 제작하는 플랜트 수출과 탄약 공장 업그레이드 사업 비중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방산업체로서 풍산의 성가(聲價)는 수출 분야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10년 전인 2008년 국내 방산업체로는 처음으로 방산수출 1억달러를 기록했다. 10여년 전엔 5년 연속 국내 방산수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엔 방산 총매출액의 38%인 3200여억원을 수출했다. 연평균 방산수출 신장률은 14%에 달했다.
수출 국가와 수출 품목도 10년 전에 비해 훨씬 다양해졌다. 2007년엔 17개국에 874억원어치를 수출했지만 지난해엔 32개국에 3208억원을 수출했다. 수출 국가는 2배, 수출액은 4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수출 대상 국가도 아시아, 북미 지역 중심에서 중동, 아시아, 북미, 유럽, 오세아니아 등 세계 전 지역으로 넓어졌다. 수출 품목도 10년 전엔 소(小)구경탄과 부품류 위주였지만 지금은 소구경탄, 대공탄, 박격포탄, 곡사포탄, 전차탄, 함포탄 등 모든 탄약류로 확대됐다.
통신 기능 갖추고 항법 장치 단 첨단 포탄
1973년 방산업체 지정 이후 지속적인 연구개발(R&D), 생산설비 자동화를 위한 시설 투자, 지속적인 품질 및 원가 혁신을 통한 최고 품질 및 가격 경쟁력 확보 등도 풍산 성공의 요인이 됐다. 방산업체로는 처음으로 도입한 종합생산보전활동(TPM:Total Productive Management)도 풍산의 자랑거리다. TPM은 사람과 설비, 시스템의 체질을 바꾸고 업무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품질 혁신, 생산성 향상, 원가 절감을 달성하는 방법이다. 풍산 관계자는 "TPM은 전국 품질분임조 경진대회에서 풍산이 최우수상을 비롯한 다양한 상을 휩쓰는 비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풍산 연구 개발의 중심에는 지난 2011년 문을 연 풍산기술연구원이 있다. 이곳에선 기존 제품의 성능 개량 외에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반영한 첨단 탄약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신소재 첨단 탄약으로는 안정성과 친환경성을 가진 '프랜저블(frangible) 탄약'이 대표적이다. 프랜저블 탄약은 말 그대로 부서지기 쉬운 것이 장점이다. 탄자(彈子)가 목표물에 맞은 뒤 그 파편이 다른 데로 튀지 않고 분말 형태로 산산이 부서지도록 설계됐고 납을 사용하지 않는다. 의도하지 않은 인명 피해를 예방하고 토양 오염도 유발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풍산이 현재 개발 중인 대표적 첨단 탄약으로는 '관측탄'이 있다. 이 탄약은 K-9 자주포 등 155㎜ 곡사포에서 발사된 뒤 적 진지 상공에서 관측 장비를 분리해 실시간으로 표적을 살펴보면서 정보를 아군에게 전달한다. 이를 통해 아군이 좀 더 정확한 사격을 하고 적 피해에 대한 평가도 할 수 있게 해준다. 시험사격까지 마친 상태다. 풍산은 산악 지역을 극복하고 영상 정보를 보낼 수 있는 중계탄 등 후속연구를 진행 중이다.
'활공유도 곡사포탄'도 풍산이 역점을 두고 있는 신제품이다. 보조날개와 위성·관성항법장치를 달아 사거리가 크게 늘어난 것은 물론 정확도도 크게 높아졌다. 부정확했던 포탄이 정확한 미사일처럼 바뀌는 것이다.
소전 사업은 우리나라가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대표적인 수출주력 품목으로 풍산이 자랑하는 분야다. 세계 소전 교역량의 절반 이상을 점유해 세계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풍산이 소전사업에 뛰어든 것은 1970년 한국조폐공사로부터 주화용 소전 제조업체로 지정되면서부터다. 1973년 처음으로 대만에 소전을 수출한 이래 세계 70여 개국 이상에 소전을 수출했다. 지난 2007년엔 미국 새 1달러짜리 소전도 풍산이 만들게 돼 화제가 됐었다.
풍산이 해외 시장에 수출하는 소전은 바이메탈, 클래드, 노르딕골드, 황동 등 50여종에 달한다. 일반 주화용 소전과는 별개로 기념주화용 귀금속 소전 생산 설비를 갖추고 올림픽 기념주화 등 국내외 각종 행사용 귀금속 소전을 공급하고 있다. 풍산 관계자는 "미국 현지법인 PMX도 미국 달러 동전용 소전 소재뿐 아니라 각국의 주화 발행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에 봉사, 고객과는 소통
풍산이 '5C'로 불리는 도전, 창의, 변화, 확인, 소통 등 5개 핵심 가치를 바탕으로 고객과 소통하며 신뢰를 쌓아온 것도 강점이다. 협력과 상생도 풍산이 중시하는 가치다. 서애 류성용 기념사업회, 독립기념관 건립 후원, 다문화가정 지원, 전쟁기념관 전사자 명비 기증, 프레지던츠컵 후원 등의 문화체육진흥 활동, 병산교육재단 등 교육장학 사업, 소년소녀가장 돕기 등 지역사회 봉사활동과 협력업체를 통한 동반성장펀드 조성 등의 활동을 지속해왔다. 류진 회장과 미국 부시 대통령 가문과의 오랜 인연은 한·미 동맹에 있어 민간 외교관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류 회장은 최근 아버지 부시 대통령 장례식에도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