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속도로 로봇 계속 늘어나면 15년 뒤엔 자동차만큼 흔해질 것"

입력 2018.12.14 03:00

[Cover Story] 점점 정교해지는 로봇… 기술·산업·생활을 뒤흔든다

③생활의 변화
데릭 프리드모어 '오사로' 대표

데릭 프리드모어 '오사로' 대표
로봇 팔은 튀겨진 닭이 쌓인 곳을 맴돌며 크기를 가늠한다. 집게를 내려 조심스럽게 닭 조각을 집어 컨베이어 벨트 위에 있는 도시락 박스에 담는다. 한 동작에 5초 정도 걸린다. 이 로봇은 샌프란시스코 기업 오사로(Osaro)에서 만들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로봇이 무분별하게 쌓여 있고 모양도 일정하지 않은 닭 조각을 집어 올린다는 것은 천재적인 행위"라며 "지금까지 경험한 어떤 로봇보다 똑똑하다"고 평가했다. 오사로는 앞으로 몇 년 안에 일본 식품 공장에서 이 로봇이 활약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최근까지 인공지능(AI)은 로봇 세계에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 AI는 지난 5년 동안 이미지를 구별하고, 보드게임을 이기고, 실질적으로 사람 개입 없이 사람 소리에 반응하는 능력을 갖추었다. 심지어 자기 자신에게 새로운 능력을 가르치며 연습하기도 한다. 그러나 AI 사촌 격인 로봇은 문을 열어주거나 사과를 집는 것조차 어려워했다.

이러한 상황이 점차 바뀌고 있다. 로봇을 조절하는 오사로 소프트웨어는 눈앞에 있는 사물을 구분하고, 그들이 밀릴 때, 그리고 잡힐 때 어떻게 행동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 스스로 알고 있다. 이 소프트웨어는 경험하며 배운다. 카메라를 근처에 있는 컴퓨터와 연동해 효과적으로 물건을 잡는 방법을 찾아낸다. 수많은 시도와 실패를 겪은 뒤에 비로소 로봇 팔은 앞에 놓인 물건을 잡을 수 있게 된다.

오사로의 최고경영자(CEO) 데릭 프리드모어(Pridmore)는 2016년 이세돌 9단을 4승1패로 꺾은 AI '알파고'를 탄생시킨 인물 중 하나다. 그는 웨스트 코스트 벤처캐피털에서 일할 당시 영국 AI 스타트업 딥마인드를 투자 대상으로 정하고, 창업자와 함께 알파고 개발에 몰두했다. 2014년 구글이 딥마인드를 인수하자 프리드모어는 AI가 상업적으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오사로를 설립했다. 오사로는 로봇 피킹(로봇이 물건을 집는 기술)을 개발한다. 움직이는 컨베이어 벨트나 물건이 가득 쌓여 있는 곳에서 이를 집는 행위는 사람에게는 쉽다. 그러나 로봇에게는 고도의 지능이 요구되는 일이다.

식기세척기·세탁기에도 로봇팔 등장할 듯

―샌프란시스코·보스턴 등 미국에 로봇 식당이 생기고 있다.

"실망스럽겠지만 아직 로봇 식당은 상용화 단계까지 오진 않았다. 여전히 실험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커피와 버거를 팔아서 로봇 기술 연구비로 보태는 상황에 가깝다. 기술(알고리즘)이 많이 발달했지만, 버거의 패티를 굽는 일은 로봇이 하기에는 지나치게 정교한 작업이다. 물론 이러한 일들을 가능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오사로에서 만든 로봇 팔이 적당한 크기와 무게의 닭 조각을 집게로 집어 도시락 박스에 담고 있다.
오사로에서 만든 로봇 팔이 적당한 크기와 무게의 닭 조각을 집게로 집어 도시락 박스에 담고 있다. /오사로

―언제쯤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로봇을 보게 될까.

"자동차만큼 로봇을 흔히 보게 될 미래를 계산해보자. 지구에 약 70억명의 인구가 있고, 약 10억대의 자동차가 존재한다. 로봇은 현재 산업용과 서비스용을 모두 포함해 500만대 정도 존재한다. 로봇 시장이 매년 30%씩 성장하는 속도를 고려하면 앞으로 15년이 걸린다. 즉 2034년도에는 보통 사람이 자동차만큼 일상적으로 로봇을 보게 될 것이다."

―15년 뒤면 영화 속 터미네이터, 아이언맨을 길에서 볼 수 있다는 얘기인가.

"영화 속 로봇의 모습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 로봇이 사람의 형태를 닮을 필요는 없다. 물론 사람처럼 두 발로 걷고, 손을 흔드는 모습이 매력적일 수는 있지만 굳이 필요가 없기 때문에 관련 기술이 적극적으로 개발되기 어렵다. 현실의 로봇은 식기세척기 안에 로봇 팔이 들어가 그릇을 정리하거나 세탁된 빨랫감을 접어 넣는 등 인간의 삶을 얼마나 편하게 해주는가에 따라 개발된다."

―가정마다 로봇을 이용하려면 비용이 저렴해져야 하지 않을까.

"로봇 개발 비용은 이미 빠르게 내려가고 있다. 로봇 자체의 제작비뿐 아니라 에너지·수리 등 유지비도 낮아지고 있다. 청소와 빨래, 설거지까지 척척 도맡아 해주는 가정용 로봇이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된다면 소비자들은 흔쾌히 지갑을 열 것이다."

실제로 로봇 대중화가 점쳐지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로봇 가격 하락이다. 혼다가 2001년 개발한 최초의 인간형 2족 보행 로봇 '아시모'는 제작 비용이 2억원 정도 소요됐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모두 자체 개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4년 개발된 MIT '지보'의 경우 오픈소스 제품을 활용하면서 제작비가 100만원 이내로 낮아졌다.

로봇 확산되면 수많은 새 일자리 생겨

―로봇과 AI 기술의 발달로 일자리가 감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정치인들이 흔히 하는 주장이다. 기술의 발달은 분명히 노동자를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으로부터 해방시켜준다. 그렇다고 그들이 직장에서 내몰리나? 절대 그렇지 않다. 새로운 산업화의 시작이다. 로봇의 작동을 점검하고, 기술을 보완하는 수많은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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