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략 짤때 세대 다양성 필수 20~30대 '그림자 이사회' 구성하라"

입력 2018.12.14 03:00

새로운 경영환경에 맞는 리더십은? 장-프랑수아 만초니 IMD 총장

기업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경영학 교육기관 간 경쟁도 격화하고 있다. 더 높은 직위를 원하는 관리직이든 회사를 키우길 원하는 기업인이든 최고의 경영학 분석과 전략을 원하기 때문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은 하버드대나 스탠퍼드대처럼 학부 기반이 없음에도 세계 정상급 경영대학원 순위에 이름을 빠뜨리지 않는다. IMD는 캐나다 알루미늄 기업인 알칸(Alcan)이 1936년 설립한 국제경영대학원(IMI)과 스위스 식품기업 네슬레가 세운 경영대학원인 IMEDE가 1990년 통합해 탄생했다. 경영학 석사와 최고경영자 과정에 특화된 IMD는 세계 3위권 최고경영자 MBA(Executive MBA) 과정으로 유명하다. 설립 근간에 민간 기업이 있는 만큼, 실증적이고 현실적인 학풍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요즘 MBA를 찾는 기업인들의 고민이 무엇인지 묻기 위해 장-프랑수아 만초니(Manzoni·57) IMD 총장을 만났다. 그는 새로운 기업 환경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리더십이 무엇인지 묻는 경영자들이 급증했다며, 가장 많이 듣는 질문으로 '디지털 혁명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새로 인수한 사업부를 어떻게 기존 사업과 원활하게 통합할 것인가' '기업의 가치와 리더십을 어떻게 경쟁력 있게 유지할 것인가'를 꼽았다. 심리학을 접목한 조직관리와 혁신 전문가인 그는 "조직의 다양성만큼이나 조직을 제대로 관리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직 내 다양성은 관점 다양성을 의미

Q1. 다양성은 누구나 강조하는 내용 아닌가.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한국이나 일본 기업은 (서구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평을 받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과 일본 경영진이 경쟁력이 없지는 않다. 경영학에서 말하는 조직 내 다양성의 핵심은 '관점'의 다양성이다. 각 직원이 보유한 경험과 기술 등이 다양해야 한다는 의미의 다양성이다. 예컨대 기업 내 어떤 문제는 문화적 배경이 다른 직원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고, 어떤 사안은 남녀 직원들의 의견을 비교해 알아볼 수 있다.

디지털 전략을 구상하는 데는 세대 다양성이 부족하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대부분 60~70대인 경영진이 기업 디지털 전략에 대해 결정해야 한다면? 사안에 따라서는 젊은 직원들 생각을 적극 반영할 필요가 있지 않겠나. 그래서 일부 IT 기업이 고안한 방식이 '그림자 이사회(shadow board)'다. 공식 이사회와 별도로 20~30대 직원들로 구성한 비공식 이사회를 뜻한다. 이사회에서 논의할 경영 안건에 대해 그림자 이사회가 별도로 논의하게 하고, 그 결과를 공식 이사회에 전달하거나 두 이사회가 의견을 교환하도록 하는 거다. 마찬가지로 경영진과 직원 간 대화에는 젊은 직원들도 몇 명 이상 참여하는 게 바람직하다. 특히 혁신을 통해 성장해야 하는 기술기업들은 각기 다른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직원들을 통해 사내에 생각의 다양성을 불어넣어야 한다."

Q2. 일반 직원들뿐 아니라 임원진의 다양성도 중요한 것 아닌가.

"다양성이 조직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꽤 명확해졌다. 다양성은 각기 다른 의견이 서로 충돌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혁신은 다양한 관점이 부딪히면서 탄생하기 때문이다. 만약 업무가 창의성과 혁신을 필요로 한다면, 다양성을 갖춘 조직이 잘 관리될 때 최고의 결과를 낸다. 반면, 업무가 단순하고 반복적이어서 창의성이나 혁신과 무관하다면 관리와 정확한 실행이 더 중요하다. 올바른 방향을 정해 모든 직원이 똑같이 수행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조직이 동질적이어도 상관없다. 중요한 점은 아무리 다양성을 갖춘 조직이라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성과는 별반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느 경우든 경영진들은 창의성을 갖춰야 향후 전략과 기업의 미래를 다른 관점으로도 볼 수 있다."

/일러스트=박상훈
인종·성별·연령 다양성에 관심을

Q3. 다양성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가장 쉽게는 남녀 성비, 그다음은 인종 다양성이다. 최근 싱가포르의 한 행사에서 구글이 수십억명 사용자에게 선보일 새로운 프로젝트의 담당자를 만났는데, 불과 30대 중반이었다. 그 자리에 있는 다른 대기업 중역들과 나이 차가 20세는 났다. 구글 같은 대기업도 직원들 다양성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실제로 다양한 연령과 국적을 가진 인재를 기용한다는 방증이다. 물론 조직의 다양성을 단시간에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처럼 언어나 인종이 단일한 경우에는 더 그렇다. 언제나 첫발을 떼기가 가장 어려운 법이다. 일단 외국인 직원을 한 명 채용하면, 한국인 직원들도 영어로 말하기 시작해야 한다. 한 번 외국인 직원과 일해보면 두 번째, 세 번째 외국인 직원을 채용하기 더 쉬워진다."

Q4. 유럽과 아시아 기업 문화 차이를 어떻게 보나.

"수직적인 위계질서와 불평등한 권력 배분, 관계 지향성은 아시아의 기업 문화를 논할 때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사안이다. 아시아에서는 (서구에 비해) 충돌을 회피하는 성향이 있고, 덜 단호한 태도를 취한다. 북미 문화와 비교하면 맥락과 정황을 이해하는 게 더 중요한 편이다. 예컨대 미국 기업에서는 누가 어떤 안건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고, '괜찮다'고 말한 것은 정말 괜찮다는 의미다. 반면 아시아 기업 문화에서는 직접 말하지 않는 것들을 행간을 통해 읽어야 한다. 이런 문화적 특성에도 장점은 있다. 상대방을 더 잘 관찰하고 경청한다는 점이다."

MBA 수강생, 수료증보다 실무지식 선호

Q5. 경영학이나 경영대학원에 대한 기대치도 달라지는 분위기인가.

"그렇다. 산업 자체가 변한 탓이 크다. 경영대학원 고객층, 즉 기업과 임원들이 MBA에 원하는 바가 달라졌다. 이전에는 MBA 과정을 수료하는 데 의의를 뒀다면 지금은 본인이 필요로 하는 분야를 구체적으로 배우기 위해 투자하는 분위기다. 이틀 동안 콘퍼런스에 참석하거나 5일짜리 집중 프로그램을 통해 비슷한 효용을 얻을 수 있다면, 굳이 경영대학원을 택하지 않을 것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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