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파인다이닝' 5~10년 뒤 한국 정착 전망, 요리보다 경영이 더 힘들어… 균형 맞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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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11.30 03:00

      [Cover Story] 한국·홍콩 전문가가 보는 외식업 생존법
      ③ 맛과 수익의 균형 - 홍콩 식당 '앰버' 리처드 에케버스 셰프·논현동 한식당 '밍글스' 강민구 오너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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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한빛 기자
      고급 식당을 가리키는 '파인다이닝(fine dining)'은 일반 식당과는 격이 다르다. 다양한 고급 식재료, 창의적 조리법, 아름다운 담음새부터 세련된 식당 인테리어·식기, 세심한 서비스까지 두루 갖춰야 한다. 패션업계로 치면 명품 브랜드, 호텔업계에서라면 5성급 호텔에 견줄 수 있다. 값도 비싸다. 그만큼 손님 기대치가 높다.

      세세한 부분까지 정성을 쏟다 보니 파인다이닝을 운영하는 유명 셰프들도 요리 품질과 수익성 사이 균형을 맞추는 데 애를 먹고 있다. 규모가 큰 편인 호텔 파인다이닝조차 한번에 50~60명, 개인 레스토랑은 20~30명을 접대하는 게 고작이다. 미슐랭 3스타 셰프로 방송을 타면서 유명해진 고든 램지조차 경영난으로 식당 문을 닫아야 했던 경험이 있다. 프랜차이즈 레스토랑과 또 다른 파인다이닝의 세계. 홍콩 더랜드마크 만다린오리엔탈호텔에 있는 식당 앰버(Amber)의 리처드 에케버스(Ekkebus·52) 총괄셰프와 서울 강남 논현동에서 모던 한식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다는 평가를 받는 밍글스 강민구(34) 오너셰프를 파인다이닝의 격전지인 홍콩에서 만났다.

      에케버스는 피에르 가니에르와 기 사부아 등 프랑스 간판 셰프들을 사사하고 10년 넘게 미슐랭 2스타를 유지하는 프랑스 요리 전문가. 강 셰프가 직접 운영하는 밍글스는 미슐랭가이드가 선정한 서울의 2스타 레스토랑 5곳 중 하나다. 강 셰프는 에케버스 초청으로 앰버의 특별 요리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홍콩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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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밍글스의 명물 메뉴 중 하나인 ‘장 누들’은 파래를 넣은 장으로 가는 파스타 면을 버무린 요리다. / 밍글스
      한국, 독특한 음식 즐기는 층 태동 단계

      ―홍콩 파인다이닝 레스토랑들 경쟁이 유독 치열한 이유는.

      에케버스 "주민들 소득수준이 높다 보니 훌륭한 음식에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 외식 문화가 발달한 도시인 덕에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부터 4~5달러 중국 거리 음식까지 종류와 가격 범위가 다양하다. 식당 수도 3만여 개에 이른다. 요리 수준이나 서비스 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임차료 부담이 높고 인구는 700만명에 불과한 홍콩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셰프 조엘 로부숑조차 고객 요구가 가장 까다로운 도시로 파리와 홍콩을 꼽는다."

      ―한국 파인다이닝 시장은 어떤가.

      "셰프가 자기 색깔과 고유 스타일로 요리하는 음식을 내놓고 셰프마다 다른 독특한 음식 세계를 즐기려는 고객층이 태동하는 단계다. 요리를 통해 셰프와 행복하게 상호작용하는 손님이 늘고 있다. 일시적인 유행이라기보단 점점 확산하고 있다. 5~10년 뒤면 한국에서 파인다이닝 시장이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한다."

      리처드 에케버스와 강민구 프로필

      ―소셜미디어 확산으로 음식에도 맛뿐 아니라 미(美)적인 면이 강조되고 있다.

      에케버스 "아름다움을 중시하는 건 분야를 막론하고 나타나는 현상이다. 누구나 멋진 차와 예쁜 집을 원하지 않나. 음식도 미적인 부분을 요구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단지 음식을 예쁘게 장식하고 담는 걸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일부 셰프들은 모양에만 너무 집착한 나머지 조리 온도나 재료 선택에서 상대적으로 소홀한 경향도 보이는데 당연히 그런 태도로는 오래갈 수 없다."

      노동 강도 높은 직종… 즐기지 않으면 못 버텨

      ―맛뿐만 아니라 수익성도 중요한 요소 아닌가.

      "요리계에선 (하우스 푸어에 빗대) '오너십 푸어(ownership poor)'라는 말이 있다. 밍글스를 열 때 자금의 70~80%는 은행에서 빌렸고, 개업한 지 4년 지났지만 여전히 대출금을 갚는 중이다. 식당 직원은 23명이고, 식재료 납품 업체나 농장 등 관련 인력을 합치면 100명 이상이 밍글스를 위해 일하는 셈이다. 그런데 점심과 저녁에 받을 수 있는 손님 수는 각각 30명밖에 안 된다. 내가 하루 14시간, 주 6~7일 일하면서 인건비 같은 부대 비용 부담을 감당해가며 운영한다. 솔직히 요리보다 경영이 훨씬 힘들다. 하지만 식당이 망하면 누가 책임지나. 오너 책임이다. 결국 요리하는 게 행복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다. 경영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일이 많고 노동 강도도 높은데 요리마저 즐겁지 않으면 견딜 수 있겠나."

      에케버스 "(파인다이닝) 음식값이 비싸단 불평도 있지만 (앰버) 직원이 60명이고 한 번에 접대할 수 있는 손님도 60명 정도다. 식재료비나 임차료, 인건비 등까지 고려하면 아주 비싼 게 아니다. 셰프는 비용과 수익 사이 균형을 맞춰야 한다. 같이 일하는 직원들 일자리에 대해 책임이 있다. 안정적으로 이익을 얻어야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건 분야를 막론하고 당연한 일이다.

      과거 실패를 통해 음식 수준과 (경영) 수익성 사이에서 균형 잡는 법을 배웠다. 예를 들어 당장 서울에 식당을 연다면 앰버를 운영하듯 할 수 없다. 가격에 대한 소비자 기준이 다를 거고 임차료나 인건비도 차이가 날 것이다. 한국 시장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 사전에 연구도 해야 한다. 하지만 모든 요구 조건을 다 받아들일 필요는 없고, 셰프 본인이 (요리에서) 추구하는 방향이 확실하다면, 그에 맞는 조언을 선별적으로 반영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