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넷플릭스가 영화 만들듯… 스포티파이 "가수 키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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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11.30 03:00

      "유통만으론 못 먹고 살아"… 콘텐츠 PB 시대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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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명 가수였던 래퍼 노네임은 스포티파이에 직접 음원을 공개한 뒤 세계적인 음악잡지 표지 모델이 될 정도로 유명해졌다. / 위키피디아
      미국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을 통해 17세에 데뷔한 가수 미아 콜맨(Coleman). 지난 10년간 무명생활을 전전했다. 지난해에도 싱글을 냈지만 감상 횟수(streaming) 6만회에 그쳤다.

      그런데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회사 스포티파이(Spotify) 임원 앤지 로메로가 그녀 곡을 듣고 매료됐다. 로메로는 스포티파이 전속 프로그램에 콜맨을 끌어들였고 다음에 나온 자작곡 '런 어라운드(Run Around)'는 100만회가 넘는 감상 횟수를 기록하며 콜맨을 단숨에 스타덤에 올려놓았다. 콜맨은 "스포티파이와 협업은 완전히 성공적이었다"며 "앨범에 대한 통제력을 가지게 됐을 뿐 아니라, 더 많은 돈을 벌고, 마케팅까지 직접 선택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음악 유통만 하다 직접 제작 나서

      스포티파이는 이제 '영화업계 황제' 넷플릭스 경로를 밟고 있다. 넷플릭스가 2011년 콘텐츠 제작에 뛰어든 것처럼 스포티파이도 가수 육성과 음원 제작에 나선 것이다. 음원 시장에서는 가수가 음반사와 계약을 맺고, 음반사가 음원 제작부터 마케팅, 유통까지 총괄한다. 그런데 스포티파이는 중간 과정을 건너뛰고 가수로부터 직접 음원을 받아 뿌리겠다는 것이다. 지난 9월부터 시범 운영한 이 서비스에 지금까지 수백 곡이 등록됐다.

      서비스는 간단하다. 가수가 자기 음악을 올리면, 스포티파이에서 저작권 위반과 혐오 콘텐츠 여부 등을 검증한다. 이후 가수가 원하는 음원 출시 날짜를 고르면, 스포티파이는 해당 일자에 음악을 내보내기 시작한다. 음원 수익은 50%씩 나눠 갖는다. 녹음과 앨범 디자인 등은 가수가 맡고, 스포티파이는 스트리밍 플랫폼만 제공하는 셈.

      언뜻 스포티파이 역할이 거의 없는 것 같지만, 빅데이터를 활용하면서 차별점을 뒀다. 스포티파이는 가수가 더 좋은 노래를 만들도록 플랫폼 데이터를 제공한다. 가수들은 자기 노래가 어떤 계층에게 인기가 있는지, 어느 지역에서 많이 듣는지, 어떤 구간에서 그만 듣고 다른 곡으로 넘어가는지 등 정보를 받아 다음 노래 만들 때 참고할 수 있다. 가수가 요청하면, 연주자와 앨범 디자이너 등도 연결해준다. 흥행에 성공한 가수들은 개별 콘서트도 주선할 계획. 이런 가수들을 모아 '스포티파이 콘서트'도 열 예정이다.

      매출 70% 차지하는 저작권료 줄이려

      스포티파이가 직접 음원 제작에 나서게 된 이유는 현재 사업구조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서다. 스포티파이는 월간 사용자가 1억9100만명, 유료 가입자가 8700만명으로 미국 음원 스트리밍 점유율 75%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영업 수지는 3억2400만유로(약 4166억원) 적자. 10년간 누적 적자는 15억유로가 넘는다. 40억유로가 넘는 매출을 내면서도 이익이 남지 않는 이유는 저작권료에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붓고 있기 때문이다. 매출 중 70%를 저작권자(앨범 제작자, 작곡가, 가수 등)에게 지불하고 있다. 스포티파이가 저작권자인 음반 기업과 맺는 음원 사용 계약은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지불해야 하는 사용료도 늘어나는 구조다.

      넷플릭스는 스포티파이처럼 '사용료 딜레마'에 부딪히자 2011년 과감하게 콘텐츠 직접 제작에 뛰어들었다. 자체 제작한 '하우스 오브 카드' 등 여러 편이 인기를 끌면서 콘텐츠 제공자에게만 의존하던 사업 구조를 바꿀 수 있었다. 넷플릭스는 장기적으로 자체 콘텐츠 비중을 50%까지 높이는 걸 목표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사실 스포티파이가 그동안 의존하던 스트리밍 모델은 광고 외에 뚜렷한 수익 창출이 어려운 구조였다. 미국 CNBC는 "스트리밍 서비스는 결국 음반업자들이 제작해 시장에 유통한 음악을 다시 유통하기 때문에 돈을 벌기 어렵다"라며 "유료 가입비나 광고비를 올릴 수 있겠지만, 그럼 사용료가 높아지면서 이용자들이 떠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수 몫 6~10%에서 50%로 늘려

      스포티파이는 기존 대형 음반사엔 중대한 위협이다. 스포티파이가 음원 저작권을 가지게 되면 스트리밍 1회당 25~30%에 그치던 이익이 두 배로 늘어난다. 가수들도 더 많은 혜택을 누린다. 스트리밍 1회당 가수 몫은 통상 6~10%에 불과한데 음원 제작사와 수익을 나누지 않으니 가수 몫이 50%까지 늘어난다. 음반사와 계약을 맺지 못한 인디 뮤지션(독자적으로 연주 활동을 하는 음악가)들도 스포티파이를 통해 자기 음악을 공개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프로듀서 간섭 없이 가수 개성을 살릴 수 있다.

      래퍼 노네임(Noname)은 최근 스포티파이에 직접 음원을 공개한 뒤 인기가 높아져 세계적인 온라인 음악잡지 더페이더(The Fader) 표지모델이 됐다. 인디록밴드 VHS콜렉션은 스트리밍 수익으로 매달 1만5000달러(약 1700만원)를 벌고 있는데, 이를 기반으로 전국 투어도 시작했다. VHS콜렉션 멤버 콘커 쿡은 "우리 음악 경력은 스포티파이를 만나기 전과 후로 나뉜다"면서 "스포티파이는 우리 음악을 좋아하는 숨겨진 팬들을 찾아줬다"고 말했다. VHS콜렉션 공연에 온 관객 중 80~90%는 스포티파이를 통해 이들을 접한 팬들이라고 전했다.

      대형 음반사에 큰 위협

      스포티파이 이런 서비스는 대형 음반사가 주도하는 기존 음악 시장 판도를 바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넷플릭스가 직접 영화와 드라마를 제작해 에미상까지 거머쥐는 콘텐츠 제작자가 된 것처럼 스포티파이도 걸출한 뮤지션을 배출하는 음악 제작자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니엘 에크 스포티파이 최고경영자(CEO)는 "종전 음악 시장에서 가수는 음반사와 계약을 맺고 라디오를 통해 음반을 홍보해야만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면서 "그러나 스포티파이는 데이터를 활용해 모든 아티스트가 잠재 고객을 직접 구축하고 음악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말했다.

      음반제작사 '빅3'인 소니와 유니버설, 워너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미 IT 전문지 더버는 "음원 관련 데이터와 이용자를 확보한 스포티파이가 뮤지션까지 끌어들인다면 생산부터 소비까지 모든 과정을 관리하는 것"이라면서 "이용자 취향에 맞는 인디밴드를 소개할 수 있고, 가수들을 모아 그룹을 제안하는 등 소비자에게 새로운 음악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에선 아직 스포티파이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지만, 점차 이런 추세가 상륙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