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가즈아, 뉴욕·워싱턴으로" 아마존 제2사옥 발표에 美 도시들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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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11.30 03:00

      [이철민의 Global Prism] (9) 아마존 제 2사옥

      이철민 선임기자
      선임기자
      공룡 인터넷 기업인 아마존이 지난 13일 제2 본사(HQ2) 부지 선정 결과를 발표한 이래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아마존이 HQ2를 둘 도시를 찾는다고 발표한 것은 작년 9월. 아마존은 "회사의 발전 속도가 본사가 있는 시애틀에서 고용할 수 있는 수준보다 빠르다"고 밝혔다. 또 "제2본사는 시애틀 본사와 완벽하게 동등(full equal)하고, 20년간 50억달러 이상을 투자해 평균임금이 10만달러가 넘는 직원을 5만 명까지 고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평균임금은 이후 15만달러 이상으로 상향 발표됐고, 미 전역에서 288개 도시가 아마존의 HQ2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아마존이 올 1월 1차로 20개 후보 도시를 선정한 데 이어, 이날 최종 발표한 도시는 뉴욕시의 롱아일랜드시티와 워싱턴 DC 근교 버지니아주 알링턴 카운티의 크리스털시티 두 곳이었다. 뉴욕시와 워싱턴 DC는 미국을 넘어 '글로벌 수퍼리그'의 도시들이다.

      뉴욕·워싱턴 DC를 선택한 아마존

      그러자 테크 허브의 꿈을 키우며 유치전에 뛰어들었다가 졸지에 '들러리' 신세가 된 도시들 간에는 "이럴 거면 애초 왜 공모전을 했느냐"고 푸념이 나왔다. "홍보 효과를 노린 정교한 거짓 쇼"(파이낸셜타임스), "각 도시의 정보만 빼낸 유인 상술"(뉴욕타임스)이라는 언론 비판도 있었다. 탈락한 도시들은 아마존에 제시한 수십억달러 규모의 세금 우대 정책과 보조금이 결국 주민 부담이 되고 주택·대중교통 인프라에도 막대한 짐이 된다는 비판에도, 아마존 HQ2가 도시에 가져올 활기와 장기적 이익을 꿈꾸며 유치전에 참여했다. 시카고는 아마존에 최대 130만㎡(39만여 평)의 부지와 자동 운행 대중교통수단의 전용(專用) 라인 건설을 약속했었다. 댈러스의 제안서엔 174만㎡의 부지와 아마존 HQ2로 바로 연결되는 고속열차역 건설, 아마존 직원들에 대한 유기동물 무료 입양 혜택까지 포함돼 있다. 뉴저지 주는 창출되는 일자리 1명당 지급되는 보조금을 1만달러로 올리며 10년간 70억달러의 세금 우대 조치를 제안했다. 뉴욕주지사 앤드루 쿠오모와 조지아주의 한 도시는 각각 자신의 퍼스트네임과 도시 이름을 '아마존'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그런데 결국 세계 최대의 메트로폴리탄 두 곳으로 낙점되자, "돌이켜보면, 우린 처음부터 승산도 없었다"며 허탈감에 빠졌다.

      고급 인재 풀 확보 용이

      아마존은 이런 '예상된' 비난에도, 왜 뉴욕시와 워싱턴 DC 교외를 선택했을까. 아마존은 바람직한 HQ2 부지 조건으로 세금 우대 정책과 더불어 100만 명 이상의 메트로폴리탄 지역으로서, 고속도로와 간선도로 접근이 용이하고 공항이 가까이 있는 곳을 원했다. 그러나 최대 결정 요인은 역시 고급 인재 풀에 대한 접근과 확보였다. 두 곳의 HQ2가 필요한 인력은 각각 2만5000명. 이 중 절반이 컴퓨터 엔지니어와 같은 IT 인력이고, 나머지는 재정·법무·회계·마케팅·인사 분야 인력이다. 한 지역에서 1만2500명의 고급 IT 인력을 확보한다는 것은 애플 본사(캘리포니아주 쿠퍼치노 소재)의 전체 인력이 1만2000명인 점을 고려하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주변에 엘리트 대학들이 있고, 이미 IT 관련 산업이 발달해 넓고 깊은 인재 풀을 제공해야 한다. 아마존으로서도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다는 얘기다. 지난 5년간 미국에서 이렇게 양질(良質)의 인력을 풍부하게 공급할 수 있는 메이저리그 IT 도시는 실리콘밸리·시애틀·뉴욕·보스턴 정도였고, 그 뒤를 시카고·오스틴이 좇는다.

      아마존은 이번에 선정한 두 도시에서 뉴욕시·뉴욕주와 워싱턴 DC·버지니아·메릴랜드주의 인재 풀을 장악할 수 있다. 뉴욕시에는 컬럼비아 공대 외에도 코넬대 테크 캠퍼스가 작년 가을 루스벨트 아일랜드에 들어섰다. 뉴욕 시는 IT 기술 특허 건수 면에선 샌프란시스코·새너제이에 이어 미국 내 3위다. 또 크리스털시티가 속한 알링턴 카운티에는 버지니아테크의 10억달러짜리 알링턴 캠퍼스가 들어서고, 버지니아주는 앞으로 20년간 컴퓨터과학 교육에 11억달러를 추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HQ2를 두 곳으로 분산하면, 4만5000명을 고용하고도 시애틀 본사처럼 주택 가격 폭등과 교통 지옥, 부(富)의 불평등을 유발한 주범(主犯)으로 몰려 시 당국으로부터 추가 세금 부과의 압박을 받는 일도 피할 수 있다.

      상업·정치 중심지에 근접

      아마존의 새 HQ2는 또 각각 이스트강과 포토맥강 너머에 있는 전 세계 비즈니스의 중심지인 뉴욕 시 맨해튼과 세계 권력의 심장부인 워싱턴 DC를 대중교통수단으로 쉽게 오갈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두 도시는 아마존에 특별한 전략적 가치를 지닌다. 뉴욕시는 아마존의 팽창 비즈니스 부문인 광고와 출판, 패션, 마케팅, 금융산업의 메카로, 이곳엔 이미 1800명의 아마존 직원이 있다. 아마존의 또 다른 성장 부문인 아마존웹서비스(AWS) 클라우드 비즈니스의 최대 고객인 방위산업 계약업자들과 보안회사들, 정부 기관들은 워싱턴 DC에 포진해 있다. 시가총액이 7800억달러에 달하는 아마존에 의회나 법무부, 공정거래위원회(FTC) 등의 각종 법규 제정 움직임은 민감하게 관찰하고 로비해야 할 대상이다. 뉴욕타임스는 "크리스털시티가 HQ2 부지 1순위였다"고 전했다.

      탈락한 후보 도시 개발 정보도 횡재

      아마존은 또 지난 14개월간의 공모전에서, 주요 도시들과 접촉하면서 운송·교통 투자 현황과 계획, 사회 인프라 투자, 주택 전망 및 도심 재개발 계획, 시(市)·대학 간 연구개발(R&D) 파트너십 등 말 그대로 '노다지 정보'를 확보할 수 있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대도시 정책 프로그램 연구원인 조지프 파릴라는 "아마존은 이 막대한 데이터를 갖고 앞으로 지역 오피스와 창고, 데이터 센터 등을 세울 때 경쟁 기업보다 훨씬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마존은 이런 정보를 토대로, 지난 13일 HQ2 부지 선정 발표 때 애초 유치전에 뛰어든 테네시주 내시빌에는 "2억3000만달러를 투자해 5000명이 일하는 물품 공급과 배송, 고객서비스 등을 담당하는 운영센터를 짓겠다"고 밝혔다. 이 건(件)만으로도 주(州)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일자리 창출이었다.

      유치 실적 목맨 지방정부에 비판도

      그럼에도, '기업 유치' 실적에만 매달리는 미 지방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진다. 미 월간지 '애틀랜틱'는 최근 "보잉·인텔·포드 같은 회사들은 공장을 이전(移轉)하지 않는 조건만으로도 10억 달러의 보조금을 받는다"며 "미 지방정부들은 이런 식으로 연간 900억달러 규모의 현금과 세금 우대 조치를 제공하지만 종종 경제적 실제 효과는 불분명하다"고 비판했다. 또 유치전에 뛰어든 도시들은 마치 게임 이론의 '죄수의 딜레마'와 같은 상황에 빠져, 경쟁 도시들이 제시할 패(牌)를 알지 못하고 '무리수'를 두게 된다. 애플 제품의 제조사인 타이완의 폭스콘은 수년간 협상 끝에 위스콘신주로부터 40억달러의 각종 보조금을 받기로 하고 지난 6월 밀워키에 공장을 세웠다. 그러나 고용 목표는 애초의 1만3000명에서 크게 후퇴했고, 조립 공정의 많은 부분은 로봇이 맡는다는 비난도 산다.

      작년 10월 아마존의 HQ2 선정 계획이 나온 뒤, 아칸소주의 주도(州都) 리틀록이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가 소유한 워싱턴포스트에 낸 전면 광고도 다시 화제다. 리틀록은 아마존에 보낸 이 공개 편지 광고에서 "우리는 꽤 규모도 있고 풍부한 인력과 우리에게 딱 맞는 대중교통 시설을 갖췄지만, 5만 명 인력을 고용하겠다는 너한테 집중하면 우린 너무 많은 걸 희생해야 해. 넌 우리 타입이 아니야…. 혹시 '큰 게 늘 더 좋은 것은 아니다'는 걸 아는 몽상가나 낭만주의자가 필요하면 연락 줘"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