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무형자산 투자 활성화, 정부가 할 일

    • 전현배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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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11.30 03:00

      [[On the Policy] 전현배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전현배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정부는 지난 2년간 소득 주도 성장, 혁신 성장, 그리고 최근 들어서는 포용적 성장 등 다양한 성장 전략을 제시해 왔다. 하지만 그 전술로 추진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성장 동력 확보와 고용 창출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하지 못하고 소상공인 부담만 가중시켰다.

      OECD 선진국 경제성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투자다. 특히 투자의 중심은 건물, 기계 같은 유형자산에서 소프트웨어, 연구 개발, 브랜드, 디자인 등 다양한 무형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은 이미 유형자산보다는 무형자산에 더 많이 투자하기 시작했고, 무형자산 투자가 경제성장의 중요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

      한국의 무형자산 투자는 어느 정도일까. 해외 학자 조사 방법론을 활용해 직접 추산해 보니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형자산 투자 비중은 미국·유럽 주요 17개국과 비교하면 13위 수준이었다. 포르투갈과 비슷했다. 4차 산업혁명에서 한국이 뒤처지고 있다는 의미다.

      규제 과감히 풀어 투자 유도해야

      이런 낮은 무형자산 투자 비중은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에서 기인한다. 한국 서비스업에서 무형자산 투자 비중은 그리스와 비슷하며 비교 대상국 중 최하위다. 제조업 무형자산 투자는 연구 개발을 중심으로 이루어지지만 서비스업 무형자산 투자는 연구 개발 이외에 브랜드, 데이터베이스, 디자인, 조직 혁신, 교육 훈련 등 제조업보다 다양하게 이뤄져 있다.

      제조업의 연구 개발 활성화는 정부 주도나 지원 정책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서비스업에서 무형자산 투자는 정부 정책을 통해서 활성화되긴 쉽지 않다. 개별 서비스업에서 필요한 금융상품 개발비, 영화 제작비, 광고비 등을 정부가 모두 지원해주기는 어렵다. 결국 기업들이 알아서 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런 무형자산 투자 활성화를 통한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 정부는 뭘 해야 할까. 먼저 경쟁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제거해 무형자산 투자에 바탕을 둔 에어비앤비나 우버 같은 새로운 서비스 기업 등장을 촉진시켜야 한다. 미국 한 연구에 의하면 에어비앤비는 기존 호텔 객실 가격 인하를 유발하여 소비자들이 낮은 가격으로 호텔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호텔 수익성은 악화되었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시장이 커지는 긍정적 결과를 가져왔다. 슘페터 지적대로 창조적 파괴를 통한 시장 확대는 자본주의 경제성장의 핵심이지만 이 과정은 반드시 승자와 패자를 낳는다.

      정부는 또 혁신적 경쟁의 결과로 발생하는 일자리 이동에 대비한 사회 안전망 구축과 교육 훈련 강화에 힘을 집중해야 한다. 성장을 위해서 정부가 할 일은 건설 투자나 단기 공공 일자리를 만드는 게 아니라 새로운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다. 낡은 규제를 없애기 위해 경제 주체 간 합의도 끌어내야 한다.

      무형자산 투자는 특성상 아마존이나 구글 같은 거대 기업을 탄생시킬 수 있다. 정부는 혁신의 결과로 발생할 수 있는 디지털 기술 기반 거대 기업의 독점 문제에 대해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이를 위해 할 일은 많다. 물론 무형자산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새로운 기업이 등장하고 기업 간 성과에서 차별화가 일어나며 그 결과 불평등이 확대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소비자 편익이 증가하고,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면서, 경제가 성장한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더 중요하다.

      선수가 부상당하고 반칙을 저지른다고 심판이 대신 경기를 뛰는 스포츠는 없다. 정부는 선수가 아니다. 성장은 시장에서 기업이 주도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경쟁과 성장 과정에서 나오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야 좋은 심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