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소리없이 다가오는 인플레이션의 위험

    • 로버트 실러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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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11.30 03:00

      [WEEKLY BIZ Column]

      연 2% 인플레는 10년 22%… 낮지 않아
      인플레이션 때문에 경제 착시 현상도

      로버트 실러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
      많은 국가에서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이 수십 년째 매우 낮고,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면서, 중요하지 않은 문제처럼 되어버렸다. 급속도로 상승하는 인플레이션은 한때 최악의 경제문제로 인식됐지만, 오늘날의 선진국은 인플레이션에 대해 거의 논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침묵의 인플레이션(silent inflation)'은 여전히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판단 착오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1989년 뉴질랜드 중앙은행이 물가안정목표제(inflation targeting)를 채택한 이후로 많은 국가가 인플레이션 목표 또는 목표 범위를 '제로(0)' 이상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는 정책 입안자들이 안정적인 인플레이션을 계획하고 있다는 의미다.

      2% 인플레이션 무시하는 경우 많아

      68개국 물가안정목표제를 분석한 결과, 유럽중앙은행은 2018년 연간 인플레이션을 '2% 이하'로 설정했다. 캐나다, 일본, 한국, 스웨덴, 영국, 그리고 미국의 목표치는 2% 선이다. 중국과 멕시코는 3%, 인도와 러시아는 4%의 물가 상승을 예상한다. 일부 국가는 두 자릿수의 물가안정목표제를 채택했다. 그러나 대부분 국가는 2018년 인플레이션 목표를 2~6% 사이로 두고 있다.

      인플레이션 목표가 향후 몇 년간 바뀌지 않는다고 가정했을 때, 연간 인플레이션 목표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석해 볼 필요가 있다. 연간 2% 인플레이션은 10년 동안 22% 인플레이션을 의미한다. 혹은 30년간 81%의 인플레이션이다. 이는 실물경제에 아무런 변화가 없더라도, 가격표에 적힌 화폐의 숫자가 훨씬 올라간다는 뜻이다. 만약 연간 인플레이션 상승률을 6%로 고려할 경우 사태는 훨씬 심각하다. 이 속도로 물가는 10년 안에 79%, 30년 안에 거의 6배로 치솟는다.

      이러한 정책은 대부분 사람들에게 현실을 부풀려서 보는 생각을 심어준다. 만약 30년간 같은 집에서 살고 있는 사람에게 30년 전 집값이 얼마였냐고 물었을 때, 그 가격은 우스울 정도로 낮게 느껴질 것이다. 만약 사람들이 인플레이션이 모든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주의 깊게 고려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매우 성공적인 시대에 사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침묵의 인플레이션'은 현실의 위험이 매우 천천히 다가올 수 있다는 사실을 잊게 한다.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정부가 "불확실성을 감소시키는" 중앙은행의 의도를 전달하기 위해 목표 인플레이션 수치를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인플레이션 목표 수치는 반드시 플러스여야 한다. 만약 정부가 인플레이션이 제로(0)가 되도록 노력하면, 작은 실수에도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버냉키 전 의장이 2012년 물가안정목표제를 채택한 이후로, 미국의 정책 인플레이션 목표치는 2%로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연간 인플레이션을 2%로 유지함으로써 불확실성을 낮추는 일은 실제로 집값 등 실물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물론 디플레이션에 대한 걱정은 옳지만, 역사적으로 디플레이션과 불황의 상관관계는 강하지 않다. 경제학자 앤드루 앳킨슨과 패트릭 케호의 2004년 논문에 따르면, 디플레이션에 대한 근거는 1930년 대공황 사례 하나밖에 없다.

      경제적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도 현실을 왜곡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식시장이 새로운 기록을 세울 때가 있는데, 이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 단순한 인플레이션의 결과일 수 있다. 지난 2월 5일 다우존스산업지수는 하루 만에 4.6% 떨어졌다. 이는 1987년 10월 19일 22.6% 하락세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언론은 2월 5일 하락세가 역사상 가장 큰 단일 하락세라며, 절대 수치인 1175포인트가 떨어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증시 하락을 이렇게 표현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고, 공포를 느낀 투자자의 매도세가 초래될 수 있다. 주식시장 상승 하락 폭의 크기는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받는다.

      주가 상승 폭 과장될 수도

      물가는 경제가 성장세로 보이는지 여부에도 영향을 미친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수치 혹은 증시 강세장이 경제의 대표적인 지표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GDP 성장률은 전통적으로 실질(인플레이션 조정) 수치로 보고된다. 하지만 거의 모든 다른 주요 경제지표는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반영하지 않는다.

      인플레이션 목표 수치를 설정하는 것은 안정성을 촉진시키는 것처럼 보이고, 실제로 어느 정도 그런 역할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인플레이션이 안정적인 판단을 하는 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고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