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파업·저가항공 공세… 에어프랑스 "날개가 무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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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11.30 03:00

      85년 사상 첫 외국인 CEO, 웃으며 취임했지만…

      85년 사상 첫 외국인 CEO, 웃으며 취임했지만…
      디오르와 발렌시아가에서 디자인한 승무원 제복, 최고 스타 셰프들이 만드는 일등석 기내식, 세계에서 가장 큰 여객기 A380 '수퍼 점보'를 유럽 최초 도입…. 바로 프랑스 국영 항공사 에어프랑스를 수식하는 특징이다.

      에어프랑스는 지난 2004년 네덜란드 KLM로열더치항공과 합병하면서 사명이 '에어프랑스-KLM'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최고급 패션과 미식 문화 같은 '프랑스다운 것'을 상징하는 항공사였다. 그러나 올 들어 노조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벌인 장기 파업으로 타격을 입은 데 이어, '실용주의'를 앞세운 저가 항공사와 경쟁에 고전하며 변화에대한 압력을 받고 있다.

      결국 에어프랑스-KLM은 지난 8월 창사 이래 85년 만에 최초로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를 영입하기에 이르렀다. 노사 갈등을 봉합할 '해결사'로 캐나다인 벤저민 스미스(Smith·47) 에어캐나다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선택한 것이다.

      노사 갈등에 '멈춰 선' 에어프랑스

      2004년 합병 이후 에어프랑스-KLM은 유럽 최대 항공기업으로 재탄생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글로벌 항로 네트워크가 구축되며 경영 실적도 순항했다. 부채 규모가 꾸준히 줄었고 작년엔 260억유로(약 33조원) 매출을 올렸다. 합병 효과로 여객과 화물 운송량이 크게 늘자, 영국항공(BA) 등 경쟁사들도 합병 전선에 뛰어들어 몸집을 불렸다.

      그러나 올해 대형 위기가 터졌다. 지난 2월 조종사, 승무원, 지상직 직원들로 구성된 노조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한 것이다. 이들은 지난 6년간 임금이 동결됐던 것에 불만을 표출하며 즉각 임금을 5.1% 올려줄 것을 요구했다. 사측과 임금 협상을 두고 줄다리기를 벌이는 넉 달여 동안 노조는 산발적으로 파업했다. 파업일엔 평균 25%가량 항공편 운항이 취소됐다. 에어프랑스는 "총 15일 파업으로 발생한 손해액이 3억3500만유로(약 4300억원)"이라고 추정했다. 장마르크 자나이악 당시 CEO는 "하루 파업으로 발생하는 손실액은 여객기 4대를 살 수 있는 금액"이라며 노조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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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어프랑스 조종사·승무원, 지상직 직원들이 지난 2월 22일 프랑스 샤를드골 공항에서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다. 올해 2월부터 6월까지 총 15일 파업으로 3억3500만유로(약 4300억원)를 손해 봤다고 에어프랑스는 밝혔다. / 게티이미지
      자나이악은 지난 5월 직을 걸고 사태를 수습하려 했다. 재신임과 향후 4년에 걸쳐 임금을 7% 인상해주겠다는 사측 임금 인상안을 연동해 사원 총회에서 투표에 부쳤다. 그러나 투표 결과 사측 인상안이 부결됐고, 자나이악은 전격 사임했다. 전례 없는 수장 공백 사태에 프랑스-KLM 주가는 바로 9.8% 폭락했으며 연초 대비 30% 이상 떨어졌다. 블룸버그는 "파업 사태 이후 연초 70억달러였던 기업가치는 40억달러까지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브루노 르 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파업이 에어프랑스 생존을 위협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연봉 4배 가까이 주며 모셔와
      85년 사상 첫 외국인 CEO, 웃으며 취임했지만…
      3개월 수장 공백 끝에 스미스 신임 CEO가 내정됐다. 캐나다인 CEO에 대해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노조는 "1933년 설립 이래 프랑스 것이었던 에어프랑스가 외국인 대표이사 손에 맡겨진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다"며 철회를 요구했다. 그러나 그는 에어프랑스-KLM의 최대 주주인 프랑스 정부 지지를 바탕으로 CEO에 취임했다.

      전임 자나이악 CEO가 연봉 110만유로를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스미스는 425만유로(약 54억원)에 달하는 특급 대우까지 약속받았다. 에어프랑스가 스미스 '모셔오기'에 나선 건 풍부한 '대(對)노조 협상' 경험 때문이었다. 에어캐나다에서 저가 항공 자회사 출범을 주도했던 그는 당시 조종사·승무원 노조와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명성을 쌓았다.

      스미스 CEO는 취임하자마자 노조와 임금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명성을 재확인했다. 지난 9월 임금 협상을 재개한 뒤 몇 주 지나지 않아 10월 19일 노사가 전격 합의를 이뤘다. 올해 연초 이후 월급을 2% 소급 인상하고 내년 2% 추가 인상한다는 내용이다. 직원 76%를 대표하는 대부분 노조가 동의해 노사 분규가 사실상 일단락됐다. 지상직 노조 대표는 "스미스 CEO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경영진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언론은 "스미스 CEO의 '조기 승리'"라고 평가했다.

      스미스는 "임금 협상이 회사와 직원에게 '안정성'과 '새로운 관점'을 가져다 줄 것"이라며 "앞으로 강점과 자산을 활용해 에어프랑스-KLM이 업계 리더로 다시 자리 잡게끔 혁신적인 전략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노사 갈등으로 인한 위기감이 수그러든 가운데 3분기 경영 실적도 크게 개선됐다. 파업 등으로 1분기 적자가 발생했던 것과 달리, 3분기 에어프랑스-KLM의 순이익은 7억8600만유로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3% 이상 증가했다.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 위기의식

      내부 위기가 진화됐지만 스미스 CEO가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경영 환경이 좋지만은 않다. 내년까지 유가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데다, 저가 항공사들과 경쟁에서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2억6900만유로의 순손실을 낸 것은 파업 영향도 있지만 프랑스 내 저가 항공사 약진 때문이라는 분석도 많다.

      유럽연합(EU) 항공 규정에 따라 EU 국가에 기반을 둔 회사는 EU 내 모든 나라에서 노선을 운영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아일랜드 라이언에어, 영국 이지젯 등 저가 항공사들이 프랑스 내 단거리 노선에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이지젯은 지난 3월 프랑스에 여섯 번째 거점을 확보했고, 7월엔 영국항공 산하 저가 장거리 항공사 레벨이 프랑스에서 신규 운항을 시작했다. 대륙을 횡단하는 장거리 노선에서도 노르웨이 에어 셔틀 등 저가 장거리 항공사에 고객을 뺏기는 실정이다.

      지금 에어프랑스 내부에서는 "변화가 필요하다.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위기 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스미스 CEO는 향후 에어프랑스 체질 혁신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그는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에어프랑스 안에는 정부 보유 지분이 일종의 '보험' 역할을 한다며 매각에 부정적인 사람들이 있지만, 프랑스 정부는 최근 이런 가정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방만한 '공기업 체질'을 털겠다는 뜻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