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대졸 2년차 연봉 3억원"… 월스트리트의 구인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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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11.30 03:00

      [Editor's note] 김기훈 경제부 부장

      김기훈 경제부 부장
      한국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미국으로 조기 유학을 떠난 조모(26)씨. 미국에서 고교와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에서 군 복무를 마친 뒤 지난여름 뉴욕 월스트리트의 모건스탠리 투자은행 부서에 취업했다. 연봉은 14만달러(약 1억5900만원). 투자은행 실무를 열심히 배우던 조군에게 취업 4개월 만인 지난 10월 하순 전화가 걸려왔다. 실리콘밸리에서 IT·바이오 등 신기술주에 주로 투자하는 사모펀드(PEF)였다. PEF는 연봉 30만달러(약 3억4000만원)를 제시하며 이직을 권고했다. 당장 옮기라는 것도 아니었다. 모건스탠리에서 충분히 투자은행 업무를 익힌 뒤 18개월 뒤에 와 달라고 했다. 12시간 내에 답을 요구했다. 고민하던 조씨는 실리콘밸리의 신기술을 접하기 위해 PEF행을 결정했다.

      뉴욕 투자은행계의 인재 입도선매(立稻先賣)는 매년 벌어지는 연례행사이지만 갈수록 시작 시기가 빨라지고 있다. 2014년에는 2월에 시작됐으나 2017년에는 12월로, 올해는 10월 하순으로 앞당겨졌다. 올해는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토마 브라보 PEF의 임원들이 뉴욕으로 비행기를 타고 와 주말에 초스피드 인터뷰를 벌이면서 시작됐다. 블랙스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카일라일그룹, TPG(텍사스 퍼시픽그룹) 등 대형 PEF들이 즉각 잇따르면서 한동안 북새통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채용된 사람들은 현재 재직 중인 투자은행에서 2년짜리 애널리스트 프로그램을 마친 뒤 2020년 여름부터 PEF에서 인수·합병(M&A) 등 투자은행 업무를 하게 된다. 이에 맞서 골드만삭스나 모건스탠리 등 투자은행들은 인재를 뺏기지 않으려고 유능한 신입 직원들에게 빠른 승진을 약속하고 있다.

      실적도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대졸 2년 차에게 3억원의 연봉을 제안하는 '묻지 마 채용'은 다양한 업종과 소득 구간에서 구인난을 겪는 미국 경제 호황의 한 단면이다. 11월 미국 실업률은 전달에 이어 1969년 이후 약 49년 만에 최저 수준(3.7%)을 기록했다. 반면 한국의 3분기 실업률(4.0%)은 미국(3.8%)보다 높다. 한국 실업률이 미국을 웃돈 것은 외환 위기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통령이나 일자리 늘리기를 최고 목표로 하고 있지만 경제 철학과 경륜의 차이는 사뭇 다른 결과를 낳고 있다.

      월스트리트의 내년 입도선매는 어떻게 될까. 대학 4학년 졸업생들을 선점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벌써 나온다. 일자리가 없어 방황하는 한국 대학생들에게는 언제 이런 기적이 나타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