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101,900,000,000원… 생존 작가 신기록 나왔다

    • 이규현 이앤아트 대표·아트 마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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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11.30 03:00

      [이규현의 Art Market] (11) 다크호스로 떠오른 생존 작가

      이규현 이앤아트 대표·아트 마케터
      얼마 전 세계 미술 시장에 빅 뉴스가 또 나왔다. 지난 15일(현지 시각)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영국 화가인 데이비드 호크니(Hockney·81)의 회화 '예술가의 초상(Portrait of an Artist)'이 9030만달러(약 1019억원·수수료 포함)에 팔려 생존 작가 작품으로 최고가를 기록한 것이다. 이번 경매 결과를 통해 소수 공급자가 큰 영향력을 가진 미술 시장의 과점적 특징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고전·현대 미술 이어 생존 작가로

      세계 미술 시장 수요는 고전미술에서 현대미술로, 이제는 아예 생존 작가들로 옮겨지고 있다. 컬렉터(미술품 수집가)들 취향이 바뀌는 건 미술 시장에서 판매와 중개를 담당하는 경매 회사와 갤러리, 즉 딜러 측에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 결과다.

      다큐멘터리 영화 '모든 것의 가치(The Price of Everything)'에서는 1973년 뉴욕 한 컬렉터가 미국 현대미술 작품 50점을 경매해서 220만달러 낙찰 총액을 거둔 사건을 '현대미술 시장 탄생의 순간'으로 설명하고 있다. 1970년대 이미 서양 고전미술 작품은 고갈되어 가는데, 미술 컬렉팅에 대한 수요는 늘고 있었다. 따라서 딜러들은 작품 공급이 충분한 앤디 워홀, 재스퍼 존스 등 당시 '생존 작가'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그런 20세기 후반 미국 현대미술 작가들 작품조차 공급이 달린다. 그러니 시장에서는 공급할 작품이 많은 작가들로 또 다른 수요를 창출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현재 살아 있는 작가들이다.

      1만8000달러→9030만달러

      영국 출신 데이비드 호크니<사진>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다. 캘리포니아에서 활동하며 풍경과 자화상을 주요 소재로 하면서 일상을 철학적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현대 회화의 정수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두 사람이 있는 수영장(Pool with Two Figures)'이란 부제가 붙은 이번 작품 '예술가의 초상'은 호크니 그림에서 사람들이 대부분 좋아하는 요소인 '수영장 풍경'과 '자화상'이 다 들어가 있다. 1972년 이 그림이 처음 그려졌을 때는 1만8000달러에 팔렸는데, 그 액수는 지금 화폐 가치로 계산해도 11만달러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50년도 채 지나지 않아 9030만달러에 팔린 것이다.

      미술관·딜러가 전시회 열어 가격 견인

      2013년 미국 작가 제프 쿤스(63)의 대형 조각 '풍선 개(Balloon Dog)'가 5840만달러(약 658억6000만원)에 팔려 당시 생존 작가 최고가를 찍었을 때 미술계가 경악했다. 시간이 흘러 이제는 생존 작가가 미켈란젤로나 레오나르도 다빈치 같은 대가들과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값이 치솟는 생존 작가는 극히 일부다. 대부분 생존 작가들은 아직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다. 미술계 주류라 할 수 있는 세계 주요 미술관, 딜러, 컬렉터 등이 집중하는 극소수 작가들로 시장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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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5일(현지 시각)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생존 작가 최고가를 기록한 데이비드 호크니의 회화 ‘예술가의 초상’. /AP연합뉴스
      특히 미술관은 시장 공급자가 아니면서도 이런 초고가 생존 작가 시장에 간접적인 가격 결정자 역할을 한다. 호크니가 인기 있고 비싼 작가이긴 했지만, 값이 이렇게 치솟은 기폭제는 작년 만 80세를 맞아 런던 테이트브리튼,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 파리 퐁피두미술관에서 순회하며 했던 대규모 회고전이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피카소, 워홀 등 이미 미술사에 자리를 잡은 대가들과 달리 생존 작가 중에선 누가 미래에 남을지 알 수 없다. 이를 예측하는 방법 중 하나는 세계적 미술관들이 어느 생존 작가 전시를 하는지 눈여겨보는 것이다.

      주요 미술관들이 힘을 실어서 회고전을 하면 전시 계획이 알려지면서부터 그 작가 작품값이 치솟는 일이 흔하다. 독일 작가 게르하르트 리히터(86)도 2011년 런던 테이트 모던미술관 전시를 전후해 값이 치솟았다. 미국 추상화가 크리스토퍼 울(63) 역시 값이 치솟을 즈음 2012년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회고전이 있었다.

      세계 주요 미술관 이사회 이사들은 큰손 컬렉터이거나 이런 컬렉터들에게 영향을 주는 조언자 역할을 한다. 그래서 자신들이 중요하게 보는 작가가 회고전을 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해 소수 생존 작가들 가격 상승에 큰 영향을 준다. 사실상 과점 시장이란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