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온라인 매장, 요건 도저히 못 따라 할 걸"… 백화점의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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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11.30 03:00

      美 '바니스 뉴욕' 오프라인 마케팅 새 실험 돌풍

      美 '바니스 뉴욕' 오프라인 마케팅 새 실험 돌풍
      지난 6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한 고급 백화점에서 특이한 행사가 열렸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 매장에 롤러스케이트장이 들어섰고, 발렌시아가는 로또 추첨 가게를 운영했다. 프라다는 파친코 게임기를 설치했다. 스포츠 브랜드 휠라와 독일 샌들 브랜드 버켄스탁은 매장을 레스토랑처럼 꾸미고 피자와 주스를 팔았다. 뉴욕 맨해튼에 본점을 둔 명품 백화점 체인 바니스 뉴욕(Barney's New York)이 시도한 새로운 오프라인 마케팅 실험이었다.

      젊은 세대에게 '체험 공간' 제공

      전자상거래가 활발해지면서 크게 타격받은 곳 중 하나는 오프라인 백화점이다. 수십 년째 브랜드별로 매장을 나눠 똑같은 바겐세일, 똑같은 점원 구조를 고수하다 변화무쌍한 온라인 쇼핑몰에 속속 자리를 내주고 있다. '유통 공룡'이라던 126년 전통 미국 백화점 체인 시어스는 지난 10월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한때 세계 최고층 빌딩 시카고 시어스타워 이름으로도 유명했던 그 시어스가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무너진 것. 작년 초부터 1250매장 중 400여 곳을 폐점했고, 올 7월에는 본사가 있는 시카고의 마지막 점포 문을 닫았다. 앞으로 최소 150매장을 더 폐점할 예정이다.

      이런 위기감 속에 지난해 2월 취임한 다니엘라 비탈레 바니스 뉴욕 CEO(최고경영자)는 온라인 쇼핑몰이 절대로 따라 할 수 없는 혁신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온라인에는 없는 '공간'을 활용하는 작전이다. 목 좋은 곳에 있는 크고 고급스러운 건물을 이용해 온라인에선 엄두를 못 낼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미국 뉴욕시에 있는 뉴욕주립대 패션공과대(FIT) 출신인 비탈레 CEO는 살바토레 페라가모, 조르조 아르마니 등에서 경험을 쌓은 뒤 구찌 미국 지사장을 역임하면서 명품 업계에서 관록을 쌓았다. 그는 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과 함께 불거진 명품 백화점 부진을 해결하기 위해선 오프라인 매장 강점을 적극 활용하면서 변화를 선도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는 "결국 매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창적 경험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면서 "경험은 젊은 세대에게 일종의 화폐(currency)"라고 말했다.

      바니스 백화점은 밀레니얼 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패션 브랜드 수프림(Supreme) 마케팅 기법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의류 업체 수프림은 이른바 '드롭(Drop)'이라는 전략을 쓴다. 인기 제품을 적은 수량 한정판으로 낸 뒤 '매장'에서만 팔도록 해 열혈 소비자들이 개점 전부터 매장 앞에서 노숙을 불사하며 기다릴 정도로 열광을 일으키는 방식이다. 비탈레 CEO는 "온라인에서는 '드롭'이라는 게 불가능하다"며 "오프라인에서만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한 가지를 꼽으라면 바로 이런 '드롭' 수법"이라고 말했다.

      첫 행사 이틀간 1만2000명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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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찌 옷을 입은 소비자가 바니스 뉴욕 백화점 LA 매장의 구찌 코너에서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있다. / 바니스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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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니스 뉴욕 백화점 LA 매장에서 열린 파티에서 유명 힙합 가수들이 공연하고 있다. / 바니스 뉴욕
      바니스 백화점은 '드롭' 전략에 한 가지를 보탰다. 바로 백화점 건물을 통째로 비우고 파티를 연 것. 턱시도 차림의 우아한 와인 파티가 아니라 디제이(DJ)를 불러 시끌벅적한 클럽 파티를 열었다. 힙합 가수들이 노래하고 유명 타투이스트(문신 새겨주는 사람)가 문신과 피어싱을 해주며, 고객들이 피자를 즐기면서 대리석 바닥에서 춤을 추는 장면이 펼쳐졌다. 밀레니얼 세대가 열광하는 패션계 유명 인사들도 초대됐다. 루이비통 남성복 디렉터이자 스트리트 브랜드 오프화이트를 선보인 버질 아블로, 랠프 로런의 조카이자 디자이너 겸 배우 그레그 로런, 젊은 세대 문화 아이콘이라는 디자이너 헤런 프레스턴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파티에서 바니스 백화점은 '드롭'식으로 한정 상품을 판매했다. 30여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가 만든 제품으로, 파티가 열리는 날 매장을 방문해야만 살 수 있도록 했다. 디자이너들이 현장에서 고객 맞춤형으로 수선도 해줬다. 운동화 브랜드 컨버스와 스웨어는 고객이 운동화를 사면 원하는 문양 자수를 넣어줬다. 유명 모자 디자이너 닉 푸케는 고객들에게 맞춤 모자 주문을 받았다. 매장에 가야만 살 수 있는 진정한 '나만의 한정판' 제품이었다.

      파티는 성공적이었다. 2017년 10월부터 시작한 '더드롭 앳 바니스' 파티 첫 행사에는 이틀 동안 1만2000명이 몰릴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참석자 대부분이 밀레니얼 세대였다. 이때 매출은 전년 대비 30% 증가했고, 참석자 중 55%는 바니스 뉴욕을 처음 방문한 새 고객이었다. 심지어 그중 33%는 이후 온라인에서 재구매를 했다. '충성 고객'을 확보한 셈이다. 이런 폭발적 반응 덕에 LA와 도쿄 매장에서도 같은 행사를 열었다.

      명품 브랜드 앞다퉈 동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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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 매장 내 프라다 코너에 설치된 파친코 게임기. / 바니스 뉴욕
      첫 행사에서 그다지 호응을 보이지 않던 유럽 명품 브랜드들도 결과가 나오자 표정이 달라졌다. 경쟁적으로 파티 아이디어를 제시하는가 하면 자발적으로 매장을 창의적으로 꾸미기 시작했다. 매장에 롤러스케이트장, 파친코 게임기, 로또 추첨기 등을 설치하고 파티 주인공이 되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바니스 백화점은 이번 행사를 기획하면서 기획에서 화보 촬영까지 모두 독일 스트리트 패션 온라인 잡지 하이스노바이어티에 맡겼다. 스트리트 패션 마니아들이 챙겨보는 잡지다. 비탈레 CEO는 "2~3년 전까지만 해도 하이스노바이어티와 협력 같은 건 고려조차 않았다"면서 "그 독자가 바니스 고객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우리 선입견이 완전히 틀렸다"고 말했다.

      바니스 백화점이 이런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이젠 밀레니얼 세대가 명품 시장을 이끌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컨설팅 회사 베인 앤드 컴퍼니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호황을 누리던 럭셔리 재화는 2010년 이후 부진을 지속하다 2016년부터 다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성장세의 85%는 35세 미만에게 의존했다.

      바니스 백화점은 이제 단순 유통업으로만 회사 정체성을 개념 규정하지 않는다. 비탈레 CEO는 "우리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몸담고 있는 동시에 개인 맞춤형 비즈니스이면서 서비스업과 요식업을 아우른다"며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노력만이 백화점을 멸종 위기에서 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