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사우디, 꿈의 스마트시티 쑥쑥… 카타르·쿠웨이트·오만도 두바이 따라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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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11.16 03:00

      [Cover story] 중동은 지금 국가개조 프로젝트 열풍

      사우디 젊은피 무함마드 왕세자
      '중동판 실리콘밸리' 미래도시 네옴 짓는데 5000억불 투입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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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우디아라비아 증권거래소 내부. 벽에 역대 국왕과 왕세자 사진이 걸려 있다. /블룸버그
      영화 '스파이더맨'과 '배트맨', '아이언맨'처럼 유명 할리우드 영화나 애니메이션에 등장했던 인물 분장을 한 사람들이 모래가 얇게 깔린 행사장을 돌아다닌다. 카리브해 부두교에서 유래한 부활한 시체 '좀비'나 초자연적 존재 '설인'이 스크린 밖으로 뛰쳐나와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발 디딜 틈 없이 북적거리는 컴퓨터 게임 시연 창구에서는 처음 만난 관람객 남녀가 함께 미국 만화 속 유명 마법사 '닥터 스트레인지'가 주인공인 가상현실 게임을 한다. 흡사 미국이나 유럽 만화 박람회를 떠올릴 법한 이곳은 중동에서도 특히 보수적이라는 왕정국가, 사우디아라비아다.

      '맏형' 사우디, '이단' 오락행사 허용

      지난해 제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 만화 엑스포 '코믹콘'은 사우디의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행사다. 중동국가의 큰형님 격인 사우디에서 배교(背敎) 행위나 마술 공연은 최고 참수형을 선고할 수 있는 중죄다. 아무리 만화 속 인물이라 해도 좀비나 마법사처럼 신성 모독 가능성이 있는 존재는 사우디 공공장소에서 찾아볼 수 없는 금기(禁忌)에 가까웠다. 이 행사에 이런 캐릭터들이 나타날 수 있었던 이유는 코믹콘을 사우디 국가오락청(GEA)이 주최했기 때문이다. 국가오락청은 무함마드 빈살만(33) 사우디 왕세자가 관광 산업 육성과 국민 여가 증진을 목표로 2016년 7월 설립한 정부 기관이다. 생긴 지 2년 밖에 안 된 국가오락청은 올해에만 행사 5000여개를 열었다. 2030년까지 배정받은 예산이 2600억리얄(약 78조원)에 달한다.

      '사우디의 젊은 피' 무함마드 왕세자는 곧 고령의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83)을 대신할 예정이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기존 경제·사회를 뿌리부터 뒤흔드는 개혁 정책을 추진 중이다. 국가오락청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 역시 무함마드 왕세자가 2016년 발표한 '사우디 비전 2030'의 일환이다. 비전 2030은 사우디가 석유 의존 경제에서 벗어나 첨단 기술과 문화·관광 허브로 변신하려는 사우디의 '체질 개선' 계획이다.

      핵심 내용은 현재 1630억리얄 수준인 비(非)석유 부문 정부 재정수입을 2030년까지 1조리얄(약 302조원)로 6배 이상 늘리는 것. 경제적 구조 개혁에 대한 의지뿐 아니라, 여성에게 자동차 운전을 허용하고 남성에게만 주어졌던 축구 경기장 출입 권한을 주는 등 겹겹이 쌓인 사회적 불만을 풀어주는 방안도 담았다. 비전 2030은 투자 규모가 7000억달러(약 790조원)에 달하는 21세기 최대 단일 프로젝트다. 이 중 5000억달러는 '중동판 실리콘밸리'인 미래 신도시 네옴(NEOM)을 짓는 데 쓰인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2025년 완공 예정인 네옴을 독자적인 조세·노동법·사법제도를 갖춘 미래 첨단 기술 도시로 키우길 바란다. 여기에 이전부터 강세를 보였던 신재생에너지 산업과 광업 분야 융성을 위해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여 최대 100만명에게 새 일자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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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중 한화건설 사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중동지역 건설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조선일보 DB
      의료·금융·수산업 육성해 탈석유 추진

      중동 국가 가운데 가장 먼저 체질 개선에 나선 국가는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다. 두바이는 1979년 2차 오일쇼크 이후 국제유가 등락 폭이 커지기 시작하자, 석유에 의존하던 경제구조를 극복하기 위해 물류·관광 중심 '허브(hub) 경제' 전략을 추진했다. 그 결과 한때 두바이 총생산(GDP)의 50%를 넘나들던 석유 의존도는 이제 1%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 40여년간 두바이의 성공신화를 지켜본 카타르와 쿠웨이트는 각각 '카타르 국가비전 2030', '뉴 쿠웨이트 2035'라는 이름으로 두바이의 뒤를 따르고 있다.

      카타르는 중동의 의료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2020년까지 총 27억달러를 투자해 의료센터 31곳과 대형 병원 2곳을 새로 짓고, 대형 병원 5곳을 증축할 계획이다. 이미 쿠바 정부, 독일 최대 의료법인 비반테스와 협력을 시작했다.

      중동 주요 국가 가운데 상대적으로 경제 규모가 작은 쿠웨이트는 강소기업 육성에 집중한다. 쿠웨이트는 세계 5위의 석유 매장량을 바탕으로 1980년대까지 걸프에서 가장 부유하고 영향력 있는 국가였다. 그러나 걸프전쟁 이후 역내 주도권을 아랍에미리트·카타르 등 라이벌 산유국에 내줬다. 쿠웨이트는 탈석유화에서는 이들 국가보다 앞서나가기 위해 2014년 1월 중소기업 육성 전담기구를 세웠다. 이후 70억달러 규모 중소기업 지원 펀드 조성을 위한 '중소기업육성법'을 곧장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원자재 투자에 집중하던 쿠웨이트 국부펀드는 최근 중국의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기업), 아시아권 통신 관련 벤처기업에 손을 뻗치기 시작했다. 지분 투자로 기술력을 확보하고, 쿠웨이트에 첨단 제조업과 연구·개발(R&D) 시설을 끌어들일 수 있는 투자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그 밖에도 오만은 인도양·아라비아해와 맞닿은 국토를 이점으로 삼아 수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바레인은 전 세계 이슬람 금융의 회계기준과 규정을 정하는 이슬람금융회사회계감사기구(AAOIFI) 본부와 약 30여개의 이슬람 금융 전문은행이 성업 중인 점을 바탕으로 중동 내 금융허브를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