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4조원? 알리바바 '광군제' 매출의 맹점

    • 팀 쿨판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입력 2018.11.16 03:00

[WEEKLY BIZ Column]

팀 쿨판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팀 쿨판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 이벤트인 알리바바의 '광군제'가 지난 11일 열렸다. 다시 한 번 많은 기록이 세워졌다. 그러나 이처럼 무의미한 것도 없다. 능숙한 투자자라면 아마도 광군제의 과장 광고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다. 광군제와 관련된 뉴스의 헤드라인은 모두 '올해 광군제가 2135억위안(약 34조7000억원)을 벌어들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수치는 알리바바의 매출과는 다르다. 알리바바가 단순 중개만 한 상품 판매 금액이 모두 포함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총거래액(GMV·Gross Merchandise Volume)이라고 부르는데, GMV는 사람들에게 오해를 일으키기 쉽다.

GMV는 세계에서 가장 쓸모없는 지표다. GMV와 실제 수익 사이 상관성을 검토해보면 타당한 이야기다. 먼저 GMV를 살펴보자. 알리바바의 광군제 GMV는 2009년 첫 번째 행사(5200만위안) 이후 4106배나 증가했다. 물론 단 하루에 이 많은 돈이 쏟아져 나오는 건 놀라운 일이긴 하다. 그러나 알리바바 매출과 수익을 함께 보면, GMV 성장과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는다. GMV 증가세가 매출이나 수익 증가를 크게 뛰어넘고 있다. 알리바바가 뉴욕 증시에 상장된 2010년 이후 GMV는 179배 상승했으나 매출은 21배, 수익은 54배 증가에 그쳤다. 그리고 GMV와 매출·수익 격차는 커지고 있다.

이런 맹점은 중국 경제 성장이 점점 둔화되고 있기 때문에 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알리바바와 바이두 등 고수익 IT 공룡 기업조차 경영 사정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알리바바 조차이 부회장은 중국 경제 성장 둔화로 인해 TV나 냉장고 같은 고가 상품 매출이 타격을 입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을 모른 채 광군제 같은 '쇼핑 이벤트' 과대 선전에 사로잡힌다면 큰 그림을 놓칠 수 있다.

2년 전 마윈 알리바바 회장도 GMV가 사업 전체 성장세를 보여주는 대표성 있는 지표는 아니라고 인정한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광군제마다 알리바바는 GMV를 발표하고 있으며, 이 화려한 숫자를 기념하듯 광군제 행사에 머라이어 캐리, 미란다 커, 다이엘 크레이그, 스칼릿 조핸슨 등 많은 스타들이 동원된다. 실제 기업 매출 및 이윤과 보조를 맞추지 못하는 GMV 발표를 멈추는 게 합당하다.

향후 알리바바가 광군제 GMV를 공개하는 것을 중단할 것으로 예상한다. '재미'는 계속될 수 없다. 언젠가 그 수치는 떨어지게 될 것이며, 축제 분위기를 망칠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아이폰 선적량 발표를 중단하기로 한 애플 선례를 알리바바도 따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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