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러시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이끄는 '여걸 마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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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11.16 03:00

      바칼추크 와일드베리社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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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티야나 바칼추크 러시아 와일드베리 최고경영자.
      올해 러시아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198억달러(약 22조원)로 추정된다. 2023년까지 534억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중국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온라인 시장 중 하나로 꼽힌다. 러시아는 현재 온라인을 통해 해외에서 구매한 1000유로·31㎏ 이하 상품에 대해선 관세를 매기지 않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잡기 위해 중국 알리바바, 미국 아마존·이베이, '러시아의 구글'로 불리는 얀덱스(Yandex)를 비롯한 러시아 토종 업체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 와중에 와일드베리(Wildberries)란 토종 업체가 약진을 거듭하면서 화제를 낳고 있다.

      세계 인터넷 업체 각축전…러 시장

      코트라(KOTRA) 모스크바무역관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와일드베리는 지난해 러시아 온라인 매장 중 판매액 기준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전자기기 할인점 시티링크, 3위는 가전·전자제품인 DNS숍, 4위는 가전·전자제품 거래망인 M비디오, 5위는 엘도라도 순이었다. 와일드베리는 연 398만 건 주문을 처리했는데, 전년보다 37% 증가한 수치다.

      와일드베리가 화제의 중심에 선 데는 최고경영자(CEO)가 영어 교사 출신인 여성이라는 점도 한몫 했다. 1975년생 타티야나 바칼추크(Bakalchuk·43)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출산휴가 때 육아용품을 쇼핑하다 불편을 느끼고 직접 온라인 쇼핑몰을 차린 인물이다. 그녀는 현재 포브스가 집계한 러시아 여성 부호 순위에서 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재산 규모가 6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1위는 건설·부동산투자업체 인테코를 이끄는 여걸 엘레나 바투리나(Baturina). 전 모스크바 시장의 아내다.

      바칼추크 대표는 아시아계로 추정되는 외모를 지녔으며 남편 블라디슬라프 발라추크가 공동 창업자로 회사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부부가 언론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고 외부 행사 참여 등도 꺼리는 성향 탓에 이력과 배경이 알려지지 않아 '베일에 싸인 기업'이란 소리도 듣는다. 이에 대해 와일드베리 측은 "사업을 하는 데 (외부 활동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면서 "그것보다는 실적을 통해 쌓는 명성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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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러시아 포돌스크에 있는 와일드베리 물류창고 전경. 의류와 신발, 액세서리, 화장품 등 다양한 제품이 배송을 기다리며 쌓여 있다. / 블룸버그
      출산휴가 중 창업…초기엔 배달도 직접

      2004년 창업 초기엔 타티야나 대표가 직접 물건을 떼다가 사진을 찍어 웹사이트에 올리는 '가내 수공업' 형태를 띠었다. 배달도 직접 했다고 한다. 타티야나 대표는 "그 시절엔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가 고객에게 물건을 직접 전달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 집에서 시작한 사업이 옆 건물을 사들일 정도로 커졌으며, 현재 와일드베리 직원은 1만5000여 명에 이르고, 의류나 화장품을 중심으로 다양한 가정용품이 거래되고 있다. 하루 15만 건 주문을 받아 600여 대 트럭이 러시아 전역 곳곳에 자리 잡은 1700개 물류 거점을 통해 제품을 나른다. 맘에 맞지 않는 제품은 반품도 받는다.

      와일드베리는 2012년부터 3년여간 반품 시한을 두지 않는 이른바 '무기한 반품 가능' 서비스를 운영했다. 이런 무기한 반품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이 전체의 8~10%에 달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이 서비스는 와일드베리 충성 고객을 낳는 촉진제 역할을 하긴 했으나 점점 회사가 입는 타격이 커지면서 중단했다. 제품을 사서 쓰다가 세일 기간이 오면 반품하고 더 싼 가격에 같은 제품을 다시 사는 영악한 소비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반사 효과도 입었다. 루블화 가치가 떨어지고 내수가 위축되자 러시아에 진출했던 해외 업체들이 와일드베리를 통해 '떨이' 행사를 대거 진행하면서 사세가 급성장한 것이다. 현재 와일드베리 사이트에선 러시아 국내 기업과 아디다스, 나이키, 리바이스, 지옥스, 로레알 등 전 세계 1만여 개 브랜드들이 150만 개가 넘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매일 200만명이 와일드베리 사이트를 찾으며, 이웃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에서도 와일드베리 쇼핑이 이뤄지고 있다.

      방대한 러시아 전역 3일 내 배송 목표

      러시아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
      러시아는 전 세계에서 국토 면적이 가장 넓은 나라. 뭘 팔든 배송이 핵심 과제다. 와일드베리 역시 물류 기반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와일드베리 물류 거점은 2년 전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었다. 누가 뭘 주문하든 러시아 전역으로 최대 3일 내에 배송한다는 게 목표이자 과제다.

      와일드베리는 '러시아의 아마존'을 꿈꾸면서 한 걸음씩 전진하고 있다. 원래 와일드베리는 생활용품이 중심이었다. 그중에서도 의류·신발 매출 비중이 70%를 넘었다. 그러나 최근엔 휴대전화를 비롯한 다른 전자제품 판매까지 손을 뻗고 있다. 여기에 고객들 구매 데이터를 머신러닝을 통해 분석, 제품 공급과 추천 상품 서비스에 활용하고 있다.

      와일드베리는 중국 제품과 경쟁에서도 정면 승부를 선언했다. 와일드베리가 러시아 온라인 업체 중에선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저가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공세에는 주춤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러시아 해외 온라인 시장 구매량 중 90%가 중국에서 이뤄졌으며, 중국에서 수입된 온라인 시장 제품 수송액이 1988억루블에 달했다. 올해는 2446억루블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와일드베리 전체 연 매출의 3~4배에 이르는 규모다. 이에 대해 와일드베리 측은 "가격 면에서 경쟁을 하는 게 아니라 서비스와 제품 질로 승부하기 때문에 충분히 중국과 경쟁이 된다"면서 "와일드베리 사이트 내에서도 저가보다는 점점 프리미엄 제품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와일드베리 매출 중 프리미엄 제품 비중은 전체의 15% 정도였다.

      러시아인 쇼핑 선호해 시장 전망 밝아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현금보다 현물로 재산을 보유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저축보다는 쇼핑·여행을 즐긴다. 와일드베리를 비롯한 온라인 판매 시장 미래를 밝게 점칠 수 있는 이유다. 덕분에 와일드베리 회사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치솟고 있다. 적어도 6억달러는 넘을 것이란 게 투자업계 평가다. 사모펀드사를 비롯해 여러 곳에서 지분 투자를 제의했지만 바칼추크 부부는 거절했다. 아직은 외부 투자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부족한 자금은 대출로 해결하고 있다. 타티야나 대표는 "고속열차를 타고 있는 기분"이라면서 "뛰어내릴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 계속 전진하겠다는 각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