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주문받아 요리하고 서빙까지… 中 인터넷기업 '미래 식당' 혈투

입력 2018.11.16 03:00

[오광진의 대륙종횡] (4) 징둥 vs 알리바바, 로봇식당 경쟁

조선비즈 베이징 특파원
조선비즈 베이징 특파원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인 11월 11일. 중국 신유통의 원조로 불리는 허마센성(盒馬鮮生)의 상하이(上海) 자딩(嘉定)구 난샹(南翔)매장 옆에 'ROBOT.HE'라는 영문과 함께 로봇 식당이라고 내걸린 간판이 눈길을 끈다. 로봇 하면 떠오르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보이지 않는다. 줄 지어 배열된 탁자 옆에 넓은 컨베이어 벨트 같은 게 눈에 들어왔다. 그 위를 음식물을 실은 박스 모양의 운반형 로봇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알리바바 자회사 허마센성이 지난 2월 문을 연 로봇 식당이다. 400여 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는 솽스이(雙11·광군제) 전야제 행사를 취재하러 온 외신기자들을 이곳으로 안내했다.

하루 전날인 10일에는 알리바바의 라이벌인 징둥(京東)이 톈진(天津)에 로봇이 서빙하는 '징둥X 미래식당'을 정식 개장했다고 발표했다. 10월 29일 문을 열고 시험 운영한 이 식당이 정식 개업에 들어간 것이다. 100명이 동시에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이 식당은 허마 로봇 식당과 달리 요리까지 로봇이 한다. '로봇 주방장'은 물과 기름을 부어 지지고 볶으면서 쓰촨(四川) 등 8대 중국 요리의 음식 40여 종을 만들어낸다. 양대 전자상거래업체가 식탁을 두고 경쟁을 하는 이유는 뭘까.

음식을 가장 중시하는 중국

[오광진의 대륙종횡]
(좌측 사진) 징둥이 지난 10일 톈진에 정식 개장한 1호 징둥X미래식당. 로봇이 중국 8대 요리 40여종을 직접 만들고, 자율주행하면서 서빙하는 로봇도 있다. 식당 바로 옆에는 징둥의 무인 수퍼마켓이 11일 문을 열었다. / 징둥 (우측 사진) 알리바바 계열 신개념 유통 업체 허마셴성이 지난 2월 상하이에 문을 연 로봇 식당 내 대형 냉장창고. 로봇이 고객이 주문한 요리에 들어갈 해산물 식재료를 옮기고 있다. / 상하이=오광진 특파원
중국은 먹는 걸 중시한다. 우리는 의식주(衣食住)라고 말하지만 중국에서는 음식을 맨 앞에 둔 식의주(食衣住)라고 얘기한다. 로봇 식당은 중국 양대 전자상거래업체가 온라인쇼핑과 신유통에 이어 요식업에서도 맞붙었다는 의미를 넘는다. 알리바바와 징둥이 앞다퉈 이 영역에 뛰어든 것은 로봇이 서빙하고 요리까지 하는 식당이 멀지 않은 미래에 대중화 단계에 들어설 수 있음을 예고하는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알리바바와 징둥의 로봇 식당 혈투는 '중원(中原)의 미래 식당 표준 전쟁'이다. "천하에 어려운 사업을 없게 하겠다"를 회사의 사명으로 내세운 알리바바는 모든 상거래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인프라 사업자가 되는 것이 목표다. 식당은 그중 한 영역일 뿐이다. 징둥도 "스마트식당 설루션으로 요식업계가 비용을 낮추고 고객의 체험 수준을 고도화하도록 도움을 줘 더 높은 가치를 창조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한다. 두 회사는 모두 온라인쇼핑으로 돈을 벌어 2014년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대표 인터넷기업이다. 쇼핑을 넘어 모든 상거래에 적용될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혁신 기술을 개방하는 식으로 상업 인프라 시장에서 경쟁하는 관계로 진화하고 있다. 두 회사의 로봇 식당 혈투는 그 단면을 보여준다.

허마 로봇, 아이들 장난 피해 음식 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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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상하이의 허마센성 매장. 허마 앱이나 알리페이로 로봇 식당 앞 키오스크의 QR코드를 읽으니 식탁 번호가 적힌 쪽지가 나온다. 동시에 휴대폰에 같은 내용과 함께 메뉴가 등장한다. 식탁에 표기된 QR코드를 휴대폰으로 읽어도 메뉴가 뜬다. 주문한 요리의 진척도와 음식을 담은 로봇의 경로가 표기된 작은 LED가 식탁 옆에 달려있다. 식탁 옆에 도착한 로봇이 덮개를 열면 고객은 접시를 꺼내면 된다. 아이들이 장난으로 팔을 넣어도 이를 인식해 피해서 주행한다.

고객이 줄을 서면 자리에 앉을 때에 맞춰 요리가 진행된다. 옆 허마 매장에서 산 해산물을 가공센터에 가서 요리해달라고 주문하고 쇼핑을 더 할 수도 있다. 그사이 고객이 맡긴 해산물은 영상 2~4도 보관이 가능한 대형 냉장고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고객의 식탁 착석이 확인되는 대로 로봇 팔에 의해 주방으로 자동 이송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고객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 허마는 2호 로봇 식당을 지난 10월 상하이 국가회의전람센터에 열었다. 같은 시기 문을 연 허마센성 매장에 붙어있다. 허마의 로봇 식당은 알리바바의 스마트 식당 전략 연장선에 있다. 지난해 알리윈(알리바바 클라우드 사업) 개발자 대회에서 식탁 위 화면의 메뉴를 고른 뒤 자동 결제까지 이뤄지는 스마트 식당 설루션을 선보인 알리바바는 지난 10월 28일 중국 최대 훠궈(火鍋·중국식 샤부샤부) 체인업체인 하이디라오(海底撈)가 문을 연 첫 번째 로봇 훠궈 식당에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제공하는 파트너로도 참여했다. 알리바바는 앞서 올해로 97년 된 전통 식품업체 우팡자이(五芳齋)가 지난 1월 항저우 시내에 24시간 무인으로 운영되는 스마트 식당을 처음 열 때도 기술을 제공했다.

징둥, 배달뿐 아니라 요리까지 로봇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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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둥은 로봇식당을 '혀끝의 첨단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묘사했다. 식탁 위 QR코드를 휴대폰으로 읽으면 뜨는 메뉴를 골라 주문하는 건 중국 식당에서 흔히 보는 장면이 된 지 오래다. 징둥은 여기에 더해 주방장 로봇에 자동으로 임무가 즉시 부여되고, 명장 요리사가 만든 레시피대로 로봇이 요리를 만드는 과정을 넣었다. 요리 질을 위해 1명의 주방장이 5대의 주방장 로봇을 관리한다. 만든 요리는 서빙 로봇에 의해 고객의 식탁까지 배송된다. 최대 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 식당에서 서빙 로봇은 자율주행 시스템과 고해상 지도 기술을 활용해 장애물까지 피하며 최적의 경로로 고객의 식탁을 찾아간다. 서빙 로봇은 한 번 충전하면 온종일 일할 수 있다. 징둥이 실용 단계에 진입시킨 무인 수퍼마켓과 자율 택배 로봇 등의 기술이 응용됐다. 징둥의 로봇 식당이 개장한 다음 날인 11월 11일 바로 옆에 징둥의 무인수퍼가 문을 열었다. 징둥은 중국에 이미 20여 개의 무인수퍼를 열고 있다. 징둥은 또 후난(湖南)성 창사(長沙)에 100% 로봇이 배송을 하는 물류센터를 시험 운영 중이다. 징둥의 신기술사업을 책임지는 X사업부의 샤오쥔(肖軍) 총재는 2020년까지 중국에 1000여 개 로봇 식당을 열겠다고 밝혔다. 프랜차이즈 형식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스타트업들도 스마트키친 도전

로봇 식당은 중국 스타트업에도 도전의 영역이다. 11월 7일 베이징에 문을 연 카거 스마트키친은 냉장고처럼 생긴 로봇에 보조 주방장이 식재료를 넣고, 주문 요리명 버튼을 누르면 몇 분 만에 요리를 만들어낸다. 장아이민(張愛民) 카거스마트키친 회장은 "중국은 먹는 것을 하늘로 여기는 나라"라며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를 타고 스마트 주방장 로봇으로 해외에서도 중국 요리를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식당의 본질은 맛이기 때문에 맛이 일정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면 로봇 식당은 반짝 인기 끄는 유행에 머물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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