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공유 자동차·공유 사무실 이어… 이제 부엌도 같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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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11.16 03:00

      부엌으로 들어온 공유경제 '공유 주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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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린서밋그룹의 공유 주방 모습. 185㎡ 규모 주방에서 9개 레스토랑이 동시에 영업한다. / 블룸버그
      미국 그린서밋그룹(Green Summit Group)은 배달 전문 '공유 주방' 레스토랑이다. 이 회사는 2015년 시카고에 185㎡ 규모의 주방 하나를 함께 사용하는 레스토랑 9개를 동시에 열었다. 손님이 없어 2년 만에 망한 햄버거 가게를 사들여 통째로 개조한 것이다. 메뉴도 바비큐, 스시와 롤, 맥앤치즈, 스테이크, 파스타 등 가게마다 각기 다르다. 배달앱으로 들어온 주문을 한 번에 받아 담당 요리사들이 만들어낸다. 이런 방식으로 뉴욕시의 맨해튼과 브루클린 등에 주방을 확장한 결과 지난해 매출 1800만달러(약 205억원)를 달성했다.

      피터 샤츠버그 그린서밋그룹 공동 창업자는 "대부분 레스토랑의 공간은 75%가 고객용이기 때문에 공간을 유지하는 비용이 많이 든다. 심지어 매출의 90%가 테이크아웃(포장 주문)에서 나오는 캐주얼 레스토랑도 그렇다"고 기존 식당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만약 테이블을 없애고 요식업의 필수 공간인 주방만 남기면 15~20㎡의 작은 공간에서도 레스토랑을 열 수 있고, 이러한 사업자들의 니즈를 반영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공유 주방"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푸드 액셀러레이터(투자 육성 회사) 키친 타운(Kitchen Town)은 공유 주방을 또 다르게 해석한 사례다. 1860㎡ 규모 주방에서 시간대별로 다양한 업체가 주방 공간과 요리 도구를 공유한다. 임대 요금은 '땅값'이 아니라 '시간'과 대여하는 '요리 도구'에 따라 달라진다. 음식 배달로 사업을 시작해 경험을 쌓은 사업자가 오프라인 매장 혹은 공장을 낼 경우 투자도 한다. 지금까지 총 421개 업체가 5200만달러(591억원)를 투자받았다.

      대니얼 네버 키친타운 디렉터는 "요식업은 섣부르게 창업하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며 "초기 창업 비용을 줄이고,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으며 경험을 쌓으면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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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딜리버루는 전 세계 30여 개 도시에서 200여 개 이동식 부엌 ‘루박스’를 운영한다. / 블룸버그
      배달 음식 업체, 주방 공유해 비용 절감

      해외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뜨고 있는 공유 주방은 성공 확률이 낮은 요식업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에서 등장했다. 식당을 오픈하려면 건물 임차, 인테리어, 주방 집기, 홍보 등 초기 설비 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식당을 차리면 장사는 잘되지만 임차료가 높아 고정비용에 허덕이는 악순환이 지속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배달 전문 공유 주방이다. 최근 트래비스 캘러닉 우버 공동 창업자가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한 '클라우드 키친(Cloud Kitchen)'도 같은 개념이다. 다만, 캘러닉은 식당 창업에 필요한 하드웨어뿐 아니라 마케팅까지 지원해주는 것으로 차별화 포인트를 뒀다.

      공유 주방은 현재 두 가지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첫째 형태는 공유 주방 업체가 공유 주방을 만들고 배달 음식 업체들을 입주시키는 방식이다. 다른 형태는 요즘 각광받는 음식 배달 앱들이 곳곳에 다양한 형태의 소규모 주방을 확보한 뒤, 인근 지역 주문이 많은 배달 음식 업체를 선정해 각 주방 공간을 사용하도록 하는 형태이다. 유명 식당의 배달 음식을 조리하는 '허브'를 곳곳에 설치해 식당이 너무 멀어 고객들이 맛볼 수 없었던 메뉴까지 배달하겠다는 것이다. 가상 주방, 이동 주방, 임대 주방, 팝업 주방, 유령 주방 등 각 업체들이 내세우는 공유 주방의 종류와 명칭도 다양하다.

      배달앱, 이동식 공유 주방 만들기도

      자전거를 몰고 음식을 배달 중인 딜리버루 배달원.
      자전거를 몰고 음식을 배달 중인 딜리버루 배달원. / 블룸버그
      최근 2조원의 가치를 평가받은 영국 최대 음식 배달 스타트업 딜리버루(Deliveroo)는 전 세계 30여 개 도시에 200여 개 이동식 부엌 루박스(Roobox)를 운영하고 있다. 세계 유명 식당과 협력해 만든 컨테이너박스 조리 시설로 푸드트럭과 비슷한 개념이다. 레스토랑이 2호점을 내기 전 새로운 지역 소비자의 입맛을 테스트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 밀라노의 유명 피자가게 '리에비타'는 딜리버루와 런던에 루박스를 열었는데 피자 배달 주문이 쇄도하면서 올해 정식 런던 지점을 열게 됐다.

      윌리엄 슈 딜러버루 CEO는 "우리는 딜리버루가 갖고 있는 주문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 지역의 루박스에서 어떤 메뉴를 팔아야 잘 팔릴지 매일 파악하고 있다"며 "루박스 덕분에 고객들은 바다 건너 유명 레스토랑의 메뉴까지 배달시켜 먹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미국 배달 앱 도어대시(DoorDash)는 임대 부엌 서비스 '도어대시 키친스'를 선보였다. 조리시설을 장기 임차해서 다른 지역의 맛집 메뉴를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일본 라멘으로 유명한 LA의 '타츠 라멘', 시애틀에서는 샌프란시스코의 피자집 '리틀 스타'의 음식을 만들어 주문 배달하고 있다. 도어대시 측은 "도어대시 키친스의 수요가 많아 내년에는 더 많은 도시로 모델을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미국 배달 앱 캐비아(Caviar)는 도어대시와 비슷하지만 단기적인 이벤트성 전략인 1주일 팝업주방(Pop-up Kitchen)을 시도했다. 예를 들어,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조리시설을 1주일 빌린 뒤 시카고 맛집 '허니 버터 치킨' 요리사들에게 제공했다. 이후 1주일간 캐비아의 샌프란시스코 주문량은 23% 급증했다고 도어대시 측은 밝혔다. 뉴욕에서는 1주일간 그리스 요리로 유명한 샌프란시스코의 '수블라'와 팝업키친을 개점했고, 이 기간 뉴욕의 주문량은 25% 늘었다.

      고쿨 라자람 캐비아 서비스개발 담당은 "주방 임차료가 전혀 아깝지 않은 기대 이상의 성과로, 고객들은 멀어서 가지 못했던 음식을 즐길 수 있어 대만족이었다"며 "팝업 주방의 메뉴를 맛보기 위해 새로 우리 서비스에 가입한 신규 고객도 늘었다"고 말했다.

      우버, 기존 식당의 주방을 공유

      우버가 서비스하는 배달 앱 우버이츠(Uber Eats)는 '가상부엌(Virtual Restaurant)' 서비스를 시작했다. 부엌을 임차하거나 단기간 운영하는 대신 기존 식당의 부엌을 활용하는 전략으로 차별점을 뒀다. 기존 식당이 메뉴판에 없는 음식을 만들고 우버이츠를 통해 독점적으로 배달, 판매하는 방식이다. 즉, 우버이츠는 그 지역에서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부족한 음식을 파악해 지역 식당들 가운데 적합한 곳을 찾아 메뉴를 제안한다.

      예를 들어, 우버이츠는 시카고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 지역 주민들은 치킨을 자주 검색하지만, 주변에 치킨을 배달하는 레스토랑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래서 튀김 기계와 닭고기 재료를 보유하고 있는 '시파이 피제리아'에 치킨 메뉴를 제안했고, 우버이츠를 통해서 치킨 배달을 하도록 했다. 단 매장에 가면 치킨 메뉴는 없기 때문에 우버이츠에서만 주문할 수 있다.

      또 우버이츠는 시카고의 옆 동네에 '포케(날생선을 올린 하와이 샐러드)'를 먹고 싶어 하는 고객이 많다는 것을 파악했다. 그러나 주변에 마땅한 하와이 음식점이 없었다. 그래서 우버이츠는 한 스시 레스토랑에 포케를 만들 것을 제안했고 현재 우버이츠를 통해 배달 판매하고 있다. 그러자 이 식당은 매출이 한 달 동안 1.5배 성장했다.

      제이슨 드로이지 우버이츠 담당은 "우리의 제안은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간다"며 "우버이츠는 새로운 고객과 주문을 확보할 수 있고 고객은 원하던 음식을 편하게 먹을 수 있게 됐다. 레스토랑은 새로운 조리 기구를 마련하는 위험 부담 없이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음식 배달업과 함께 새 산업으로 성장

      이 같은 공유 주방의 등장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큰 폭으로 성장 가능한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뉴욕에서 레스토랑 제국을 건설한 한국계 미국인 스타 셰프 데이비드 장은 "배달 음식업이 레스토랑을 여는 비용을 줄이고 좋은 재료와 요리사를 쓰기 때문에 외식산업을 변화시키고 있다"며 "고객이 음식을 공급받는 방식이 바뀌고 있기 때문에 레스토랑이 바뀌는 것은 이제 당연한 일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