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게슈타포 자금운용·은행 금리 조작… 도이체방크의 얼룩진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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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11.16 03:00

      문을 연 지 올해로 148년 된 도이체방크는 부침(浮沈)이 잦았다. 1870년 해외 무역에 특화된 외환 거래 전문 은행으로 설립됐다. 국내외로 사업을 확장하던 중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해 해외 자산들을 잃었으나, 이후 여러 지역은행과 합병하며 규모를 키웠다. 나치 정권하에서 게슈타포(독일 비밀경찰) 자금 운용을 돕고,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 건설 자금을 댄 전범(戰犯) 기업이기도 하다.

      도이체방크는 1948년 연합군에 의해 10개 지방은행으로 강제 분할됐다가 1957년 다시 하나로 통합됐다. 1970년대부터 외국 금융사들을 인수하며 세계 곳곳으로 사세를 확장했다. 2009년에는 세계 외환 거래 시장에서 점유율(21%)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변곡점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였다. 이 무렵 공격적으로 해외 사업을 확장하고 투자금융 부문을 늘린 것이 화근이었다. 금융 위기 이후 각국 금융 당국이 은행업 규제를 강화하면서 수익성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2015년 67억9000만유로(약 8조6500억원)의 사상 최대 순손실을 냈다. 2016년에도 7억3500만유로(약 9400억원), 2017년에도 4억9700만유로(약 630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벌금 폭탄'도 타격을 줬다. 도이체방크는 2005년부터 4년간 리보금리(런던 은행 간 금리)를 조작한 혐의로 미국·영국 금융 당국으로부터 25억달러(약 2조8300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2016년에는 주택담보대출유동화증권(MBS) 부실 판매 혐의로 미국에서 72억달러(약 8조1600억원)의 벌금도 물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2016년 도이체방크를 '세계 금융시스템을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은행' 중 하나로 지목했다. 도이체방크에 문제가 생길 경우 국제적 위험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작년 말 기준, 도이체방크의 전체 파생상품 거래 금액은 48조2659억유로(약 6경1500조원)에 달하는데, 이 거래액의 순시장가치는 201억6400만유로(약 25조6800억원)에 불과하다. 기초자산 위에 파생상품의 거품이 여러 겹 덧씌워져 있기 때문에 외부 충격이 가해질 경우 글로벌 금융계에 거품 붕괴 도미노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도이체방크의 파생상품 과다 보유가 세계 금융시스템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 경고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