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도요타·혼다·닛산보다 더 잘 나가는 일본차 여기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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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11.16 03:00

      [저성장 돌파한 일본 기업] (12) 스바루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산업협력실장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산업협력실장
      일본 자동차 업계 '빅 3'는 잘 알려진 대로 도요타·혼다·닛산이다. 그러나 '히든 챔피언'은 스바루다. 2014년 이후 5년 연속 영업이익률 두 자릿수를 달성하면서 '빅 3'는 물론 마쓰다, 미쓰비시, 스즈키 등 다른 일본 자동차 업체들까지 압도하고 있다. 이 기간 중 스바루는 11.1~17.5%의 영업이익률을 기록, 도요타(7.3~10.2%)와 혼다(3.4~6.6%), 닛산(4.8~6.5%)을 가볍게 제쳤다. 시장점유율은 3.4%로 일본 내 7위에 불과하지만 실속만큼은 단연 1위인 셈이다. 비결은 뭘까.

      '기술 1류·경영 3류' 비난을 받다

      스바루의 전신은 비행기 제조사 후지중공업이다. 자동차 제조는 1954년 시작, 1958년 '스바루 360'을 선보이면서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비행기 안전성과 경량화 기술을 활용, 소형이지만 어른 4명이 탑승해도 주행감이 떨어지지 않는 작고 싼 자동차를 표방했다. 일본에서 '마이카' 시대를 연 차종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본업이던 비행기 제조 분야 실적이 악화되고, 자동차 부문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자금 조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회사가 흔들렸다. 결국 주거래은행이었던 일본흥업은행에 경영권을 넘기는 상황에 빠졌다. 하지만 거품경제가 꺼지면서 일본흥업은행마저 파산했다. 스바루는 '기술은 일류인데 경영은 삼류'라는 조소에 시달려야 했다.

      스바루는 2000년대 중반까지 닛산과 GM 등 다른 경쟁사 체제 아래 편입되면서 재기를 노렸다. 하지만 큰 성과가 없었다. 2000년대 중반 스바루 경차는 언론과 전문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으나 정작 잘 팔리지는 않았다. 당시 소비자들은 싸고 넓은 차를 원했는데, 스바루 경차는 비싸고 좁았기 때문이다. 요시나가 야스유키(吉永泰之) 현 스바루 회장은 나중에 이를 두고 "자기들(기술자)이 만들고 싶은 차를 만드는 것에 몰두한 나머지 고객 요구 사항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런 뼈아픈 후회를 반복하면서 "이런 식으로 경영하다간 회사가 망한다"는 위기감이 든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3개 차종 집중… 미국 시장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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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0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도쿄 모터쇼에서 요시나가 야스유키 스바루 사장(현 회장)이 스바루가 선보인 콘셉트카 비지브(Viziv)를 소개하고 있다. 왼쪽 사진은 2018년형 레거시(Legacy 2.5i). / 블룸버그

      스바루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선을 압축해서 화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도요타·혼다처럼 다양한 차종으로 시장 전반에 전방위 포화를 퍼붓기엔 투자 여력이 부족했다. 그래서 기존 기술력을 최대한 활용, 과당경쟁 체제이던 일본 시장을 떠나 미국 시장에 자원을 집중하면서 돌파구를 찾았다.

      비행기 제조 기술을 바탕으로 한 뛰어난 기술력으로 레거시, 임프레서, 포레스터 등 3개 주력 차종의 차체를 확대하자 미국 소비자들이 관심을 보였다. 2008년부터 미국 판매량이 일본 내수 판매를 추월했다. 지난해 미국 판매 대수는 67만1000대로 10년 전과 비교하면 3.6배 늘었다. 일본 판매량의 4.1배 수준이다. 미국 시장점유율 역시 1%에서 3.3%까지 증가했다.

      미국 시장 판매량이 늘자 '규모의 경제' 효과가 나타났다. 100만대 이상 대규모 생산 체제가 갖춰지면서 비용 경쟁력이 높아졌다. 할인 판매 등 판촉 행사도 가능해졌다. 수익성이 좋아진 건 물론이다. 이제 스바루는 더 이상 '자동차 업계의 고독한 패배자(loser)'가 아니다.

      비행기 엔진 기술을 자동차에 적용

      스바루는 비행기 제조사로서 쌓아온 엔진 기술을 자동차에 적극 적용하면서 기술 우위를 실현하고 있다. 대표적 부품이 수평대향엔진(boxer engine). 수평대향엔진은 중심이 낮아 안정된 운전을 할 수 있어 커브길 등에서 거의 흔들림이 없다. 세계적으로 수평대향엔진을 채택하고 있는 곳은 독일의 스포츠카 제조 업체인 포르셰 정도다. 이런 남다른 주행 안정성에 더해 '스바루사운드'로 불리는 독특한 엔진 소리와 떨림이 고객을 유혹했다. '스바리스트'라는 열성 팬도 생겨났다.

      다만 북미 시장에 집중하는 사이 일본 내 판매는 약화됐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차제가 커지면서 주차가 어려워지면서 일본 주행 환경과 잘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스바루는 '충돌하지 않는 자동차'라는 개념을 들고나왔다. 안전한 자동차라는 구호 아래 인간 눈과 동일한 기능을 하는 2개 카메라와 자동 브레이크 기능을 이용한 충돌 방지 시스템 '아이사이트'를 개발했다. 타사가 간과한 이 분야를 적극 개척하면서 일본 내수 시장의 위기에 대응했다. 아이사이트는 비행기 제조 기술을 응용해 만들어졌다. 충돌 사고를 84% 정도 예방할 수 있으며 인적 피해도 61%나 줄여준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도요타와 연계해 유통망 유지

      스바루가 경차 생산을 중단한다고 했을 때 지역 판매점에선 맹렬하게 반대했다. 일본 소비자 선호 차종을 고려할 때 경차를 팔지 말라는 건 사형선고나 같았기 때문이다. 요시나가 회장이 지역 판매점 모임에 얼굴을 들이밀면 "뻔뻔스럽게 어딜 오느냐"는 격한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이런 불만을 잠재운 건 도요타와의 연계 전략이었다. 2000년대 중반 도요타는 미국 자동차 업체인 GM이 보유하던 스바루 주식을 넘겨받아 대주주가 됐다. 현재도 16.5%로 1대 주주다. 도요타는 일본 내 경차 판매 1위를 다투는 다이하쓰를 산하에 두고 있다. 스바루가 미국 시장에 집중하기 위해 경차 생산을 중지하는 대신, 도요타는 스바루 판매점에서 다이하쓰 차종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해줬다. 스바루 판매점이 숨통을 틔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비록 최대 600곳을 상회하던 스바루 판매점이 460곳 정도까지 줄었지만, 일본 내 유통망은 물론 충성 고객을 유지하고 확대하는 기반을 재정비하는 데 도움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