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 대통령 호소에도 국민들 金 사들이기 바빠

입력 2018.11.02 03:00

[Cover Story] 경제 위기 겪는 신흥국들… 한국은 어디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IMF·세계은행 연차합동총회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와 악수하고 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IMF·세계은행 연차합동총회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와 악수하고 있다. / 블룸버그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 정부는 연초부터 이어진 루피아화 하락세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해외 직구(직접구매) 한도액을 낮추고, 소비재 수입세율을 높였다. 반면 주요 수출품인 석탄 생산 목표를 상향 조정하고, 수출 기업들에는 달러를 루피아화로 바꿔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런 노력이 무색하게도 루피아화 하락세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10월 들어 루피아화 가치는 1달러당 1만5075루피아를 기록, 1998년 아시아 외환 위기 이후 2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민은 루피아화를 팔고 금을 사들이기 바쁘다. 일본 닛케이아시안리뷰에 따르면 국영 광업 회사 아네카 탐방은 올 상반기에만 금을 13.7t 팔았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17% 증가한 규모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최근 루피아화 가치가 1달러당 1만4400루피아를 유지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내년도 예산안을 세웠으나 이를 전면 수정해야 했다. 새로 설정한 기준 환율은 1만5000루피아이지만 이조차 너무 낙관적이란 관측이 나온다.

인도네시아 경상수지 적자 / 대외 부채 / 환율
유가 오르면서 경상수지 적자 악화

이 같은 문제를 불러일으킨 건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와 재정 적자다. 석유와 자본재 순수입국인 인도네시아는 2012년부터 매년 경상수지 적자를 내고 있다. 올해는 주요 수출품인 석탄과 팜유 국제 가격이 하락한 반면, 수입품인 석유의 가격은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적자 폭이 확대됐다. 올 2분기 경상적자는 GDP(국내총생산)의 3%인 80억달러(약 9조1000억원)에 달했다. 만성 적자는 부채로 돌아왔다. 인도네시아 정부·중앙은행·민간이 진 대외부채는 8월 기준 3607억달러(약 410조4800억원). 이 중 500억달러(약 56조9100억원)가 만기 1년 미만의 단기 부채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 전쟁, 올 초부터 이어진 터키 리라화 급락은 신흥국 위기설을 퍼뜨리며 '셀 인도네시아' 움직임을 불렀다. 인도네시아 당국이 금리 인상과 수입 제한을 통해 적극 방어에 나섰지만 루피아화 약세 물결을 차단하지 못하고 있다. 대신 성장률만 둔화됐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최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5.4%에서 5.1~5.2%로 낮췄다. 블룸버그통신은 "통화 당국이 루피아화 환율을 1달러당 1만5000루피 선에서 지키는 게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게다가 내년 4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책 변화는 대선 개입 의혹을 살 수 있기 때문에 통화 당국이 루피아화를 안정화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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