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 단기 외자 의존한 건설붐 누리다 위기… 올 들어 환율 33% 뛰고 물가 24% 올라

입력 2018.11.02 03:00

[Cover Story] 경제 위기 겪는 신흥국들… 한국은 어디로

터키 경찰이 10월 5일(현지 시각) 이스탄불 군고렌 지역 식료품 가격을 점검하기 위해 예고 없이 수퍼마켓을 방문했다.
터키 경찰이 10월 5일(현지 시각) 이스탄불 군고렌 지역 식료품 가격을 점검하기 위해 예고 없이 수퍼마켓을 방문했다. / 블룸버그
터키
최근 터키 이스탄불을 찾는 관광객은 두 번 놀란다. 부쩍 저렴해진 물가에 한 번 놀라고, 홍콩이나 두바이를 떠올리게 만드는 마천루의 향연에 또 한 번 더 놀란다. 이스탄불 신(新)시가지에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2년 사이 60층 넘는 고층 빌딩이 4곳 세워졌다. 러시아와 영국을 제외하면 유럽에서 가장 높은 건물 상위 1위부터 4위까지가 전부 작년과 올해 세워진 터키 빌딩이다. 2008년부터 이스탄불에만 높이 100m 넘는 고층 빌딩이 69개 올라갔다. 지난달 29일에는 이스탄불에 세계 최대 규모 공항까지 열었다. 2012년 터키 정부가 외국인 부동산 소유 관련 법안을 완화하자 유럽과 중동 부동산 펀드들이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다리'라 불리던 터키에 자금을 쏟아부은 결과다. 터키 정부 통계를 보면 2016년 기준 부동산 건설자금 가운데 90%가 외국에서 빌린 돈이다. 해외 자금이 한껏 몰리면서 건설업이 터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2%에서 지난해 18.7%로 9배 넘게 늘었다.

터키는 쿠데타가 일어난 2016년을 제외하면 2010년 이후 매년 경제성장률이 5%를 넘은 '우량 신흥국가'로 꼽혔다. 지난해에도 전년대비 7.4% 성장했다. 성장 붐을 타고 지어진 스카이라인은 터키의 새 명물로 자리잡았지만, 이를 얻기 위해 치른 대가는 만만치 않게 크다. 미국 중앙은행이 2016년 말 이후 연거푸 금리를 올리며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선회하자 단기자금 조달에 의존하는 터키 경제가 타격을 받은 것이다.

터키 GDP 성장률 / 실업률
무디스, 신용등급 두 차례 강등… 방글라데시 수준으로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4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대외 충격 위험에 취약해지고 있다"며 터키 국가신용등급을 Ba1에서 Ba3 로 두단계 낮췄다. 경제규모가 세계 17위권인 터키를 나이지리아, 방글라데시와 같은 수준이라고 평가한 셈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에는 현(現) 에르도안 정부가 미국과 정치적 마찰까지 빚으며 터키 리라화 가치 하락에 부채질을 했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터키 리라화 가치는 올해 들어서만 33% 하락했다. 이 와중에 물가는 연초 이후 지난달까지 24.5% 올랐다. 올해 6월부터 매달 역대 최고 기록을 찍는 중이다.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교수는 WEEKLY BIZ와 인터뷰에서 "물가상승률이 두 자릿 수를 넘어서고, 터키 리라화 가치가 꾸준히 낮아지는 것은 실질 임금과 수입 물가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중앙은행이 금리를 높여 달러 유출을 막아 리라화 가치를 안정시키고 물가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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