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 실업률 27%, GDP 2분기 연속 마이너스… 경기부양 위해 금리 올릴 수 없어 딜레마

입력 2018.11.02 03:00

[Cover Story] 경제 위기 겪는 신흥국들… 한국은 어디로

남아공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에서 가장 산업화된 나라인 남아프리카공화국도 최근 9년 만에 경제가 후퇴 국면으로 돌입했다. 올해 1분기 GDP(국내총생산)가 전기 대비 2.6%(연율 기준) 감소한 데 이어 2분기 GDP도 0.7% 감소한 것이다. 2분기 연속 GDP가 줄어든 건 2009년 이후 처음이다. 남아공 통계청은 "2분기 농업과 무역, 제조업 활동이 모두 위축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IMF는 10월 들어 남아공 올해 경제 성장률을 1.5%(7월 기준)에서 0.8%로 하향 조정했다.

남아공 경제 불안은 고조되는 글로벌 무역 긴장과 미국 금리 인상 영향으로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달러 강세로 인해 대외 부채 부담이 증가하고 있으며, 랜드화 약세와 유가 상승이 맞물리며 인플레이션 위협까지 나타나고 있다. 랜드화 환율은 1달러당 14.56랜드로 2년여 만에 최고 수준(통화 가치는 최저)을 나타내고 있다.

달러 강세로 경기 부양책 선택에 한계

어려워진 경제 여건에도 남아공 정부는 경기 부양책을 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빠르게 진행되는 미국 금리 인상 속도와 강(强)달러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높은 금리를 고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제 성장 둔화에도 남아공 중앙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6.5%로 동결했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낮춰야 한다. 하지만 금리를 인하하면 자본 유출이 우려되는 데다, 랜드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긴축 통화 정책을 유지해야 하는 '딜레마'를 겪고 있는 것이다. 레세차 카냐고 남아공 중앙은행 총재는 "글로벌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성장률은 더 약해질 수 있다"며 "고조되는 무역 긴장과 빡빡한 글로벌 금융 환경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추가적인 경기 하향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남아공 GDP 성장률 / 실업률
전문가들은 남아공 경제가 대외 악재에 흔들리지 않고 근본적으로 체질 개선을 하기 위해선 고질적으로 높은 실업률과 정치적 불확실성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남아공 실업률은 지난해 기준 27.3%에 달한다.

최근에는 정부 토지개혁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어 투자 불확실성도 커지는 상태다. 집권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경제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광산 등 일부 토지를 국가가 보상 없이 수용할 수 있는 헌법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백인 토지 소유주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아프리카 경제 전문가인 엘리제 크루거 NKC 아프리칸이코노믹스 선임 연구원은 "성장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실업 문제와 저성장에서 탈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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