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소리 없는 하늘의 암살자' 홀로 대서양을 건너다

    • 0

    입력 2018.11.02 03:00

      유용원의 Defenomics <7> 군용 무인기 세계 최강자 美 '제너럴 아토믹스 ASI'

      중고도 무인기 MQ-9B 인공위성 조종으로 英 공군기지 안착
      이라크·아프간戰 '프레데터' 등 26년간 851대 팔아 세계시장 80% 점유
      AI 기술과 접목한 '헤레시 프로젝트' 미래戰 판도 바꿀듯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군사전문기자
      #1.

      지난 7월 11일 미국 공군 신형 무인기 MQ-9B가 영국 페어퍼드 공군기지에 착륙했다. 전날 미국 노스다코타주 그랜드 포크스 공군기지를 이륙한 지 24시간 2분여 만이다. 중고도 무인기로는 사상 처음으로 대서양 횡단 비행에 성공한 것이다. MQ-9B는 인공위성들을 통해 원격 조종으로 비행하긴 했지만 이착륙은 자동으로 이뤄졌다. 이 무인기가 대서양을 횡단 비행했다는 소식은 세계 최대 에어쇼 중 하나인 영국 판버러 에어쇼에서 뜨거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2.

      지난 5월 일본 이키섬에선 미국제 무인기 '가디언' 시험 비행이 3주간 이뤄졌다. 가디언은 미군이 이라크·아프간전에서 활약한 무인기 '프레데터'를 해양 감시용 등 민간용(상용)으로 개량한 것이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이뤄진 이 시험 비행엔 이키시와 국토교통성, 방위성 당국자들이 참가해 해양 조사, 선박 식별 등의 성능을 점검했다. 일본은 가디언의 도입을 적극 검토 중이다.

      #3.

      지난 2월 주한 미군은 최신형 무인 정찰·공격기인 '그레이 이글(MQ-1C)' 중대 창설식을 했다고 발표했다. 군산 공군기지에서 내년 4월에 완전한 작전 운용에 들어갈 그레이 이글은 주한 미군의 아파치 공격 헬기와 함께 합동 작전을 벌일 경우 '유무인 복합체계(MUM-T)' 운용이 가능하다. 그레이 이글은 주한 미군에 첫 배치된 중고도 무인 공격기로 유사시 미사일·폭탄을 장착하고 북 목표물을 정밀 타격할 수 있다.

      이라크·아프간 실전에서 맹활약

      올 들어 국내외에서 관심을 끈 무인기 MQ-9B와 가디언, 그레이 이글은 모두 미국 제너럴 아토믹스 ASI(General Atomics-Aeronautical Systems, Inc) 제품이다. 제너럴 아토믹스 ASI는 원자력 에너지, 전자 및 전자기장, 광학, 레이더 및 무인기 전문 업체인 제너럴 아토믹스의 계열사이다. 제너럴 아토믹스는 원래 1955년 제너럴 다이내믹스의 계열사로 설립된 원자력 산업체다. 우리가 1959년과 1969년 각각 도입한 트리가마크 2·3 연구용 원자로도 이 회사 제품이다.

      1992년 설립된 제너럴 아토믹스 ASI가 세계적인 무인기 업체로 부상한 것은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에서 활약한 MQ-1 '프레데터', MQ-9 '리퍼'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 프레데터와 리퍼는 정찰 감시는 물론 알카에다와 탈레반 지도자들을 정밀 타격, '하늘의 암살자'로도 이름을 날렸다.

      제너럴 아토믹스 ASI의 외형상 성적표만 봐도 세계 군용 무인기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알 수 있다. 1992년 이후 지난 9월 말까지 26년간 전 세계에 판매된 이 회사 무인기는 851대에 달한다. 무인기 지상 통제 시스템은 307대 이상이 판매됐다. 프레데터, 리퍼, 그레이 이글, 어벤저 등 총 23개 모델이 개발됐다. 이 무인기들의 총 누적 비행시간은 531만 시간. 이 중 이라크, 아프간 등 실전에 투입된 시간이 90%나 된다. 지금 어느 순간이든 전 세계 하늘에 떠 있는 이 회사 무인기가 70대에 육박한다. 제너럴 아토믹스 ASI의 주 고객은 미군. 그러나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네덜란드, 스페인, 터키, 이라크, UAE 등에 수출됐고 일본 수출도 성사 직전 단계다.

      美 '제너럴 아토믹스 ASI'
      하지만 제너럴 아토믹스 ASI의 규모와 비중에 비해 베일에 가려져 있는 부분도 적지 않다. 기업의 가장 기본적인 통계인 매출액이 대표적인 예다. 회사의 공식 매출액은 인터넷이나 보고서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없다. 회사에 직접 문의했지만 끝내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이 회사 소식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가족 기업인 데다 비상장 기업이기 때문에 공개되지 않은 부분들이 있다"며 "지난해 매출액은 30억달러 안팎이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세계 중고도 군용 무인기 시장에서 제너럴 아토믹스 ASI 제품의 점유율은 75~8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운용비, 유인 항공기의 10분의 1

      아직까지도 일부가 베일에 가려져 있는 기업이 단시일 내에 세계 군용 무인기 시장의 최강자가 된 비결은 뭘까? GA-ASI의 대표 상품인 MQ-9 '리퍼'의 경우 세 가지 요인이 꼽힌다. 리퍼는 13.5㎞ 상공에서 최대 35시간 하늘에 떠 있을 수 있는 중고도 무인기다. 미 공군에서만 230대 이상을 구매해 운용 중이다.

      첫째 요인은 유인 항공기에 비해 저렴한 운용 비용이다. 리퍼의 시간당 운용 비용은 미 공군 유인 항공기 중 가장 적은 것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둘째는 신뢰성. 리퍼는 세계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무인기로 꼽힌다. 전 세계 어느 지역이라도, 어떤 열악한 운영 환경일지라도 90% 이상의 가동률을 자랑한다. 이는 필요할 때 해당 부품을 즉각 정비 또는 교체할 수 있는 군수 지원 시스템이 구축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만큼 운용 유지비도 적게 든다.

      셋째는 시스템의 상호 운용성. 네트워크 연결을 통해 리퍼의 현 위치 정보와 감시 정찰 영상을 아군과 유기적으로 공유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경쟁 제품보다 나은 신속한 판단, 정밀 공격 능력 및 높은 임무 성공률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그레이 이글 무인기
      이미지 크게보기
      MQ-9 리퍼 무인기
      AI 활용… 민간용 무인기 확대

      제너럴 아토믹스 ASI는 신형 무인기 개발을 선도하기 위해 연구개발(R&D)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보통 수익의 3분의 1 이상을 (연구개발 등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너럴 아토믹스 ASI는 이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혁신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헤레시(Heresy)'로 불리는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그동안의 운용 노하우와 첨단 기술을 접목시켜 무인기 비용을 감소시키고 작전 등 운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주역인 AI(인공지능) 기술이 적극 활용된다. 회사 관계자는 "최고의 AI 업체와 제휴해 리퍼, 그레이 이글 무인기 등의 정보 감시 데이터를 사용한 '헤레시' 개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헤레시' 프로젝트의 하나인 MMC(다중임무컨트롤러)를 통하면 한 사람이 무인기 여러 대를 안전하게 제어할 수 있다. 또 '메티스'라는 정보수집관리 시스템도 개발했다. 메티스 사용자는 우버 택시를 요청하듯이 무인기 출동을 요청할 수 있다. 무인기로 수집된 정보는 인스타그램처럼 사용자들에게 손쉽게 배포된다.

      제너럴 아토믹스 ASI는 민간용 무인기 수요가 꾸준히 늘어남에 따라 민간용(상용) 무인기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실전에서 성능이 검증된 기존 군용 무인기를 민간용으로 개조해 활용하는 것이다. 군용 무인기의 민간 응용 분야를 크게 6개로 나눠 민간용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쓰나미·허리케인 등 대형 재난 관리, 과학 연구용 인프라 시설 보호, 해적으로부터의 각종 해상 운송 보호, 유전 관찰 등 환경보호 감시, 불법 조업 어선 감시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제너럴 아토믹스 ASI 관계자는 "무인기 1대에 다양한 센서를 바꿔 장착할 수 있어 여러 가지 형태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게 강점"이라고 말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프레데터 무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