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한국은 정말 괜찮나 - '2013년 긴축 발작' 땐 5개 취약국에 그쳐, 상황 더 안 좋아… 韓 영향받을 가능성 커

    •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 0

    입력 2018.11.02 03:00

      [Cover Story] 경제 위기 겪는 신흥국들… 한국은 어디로

      한국
      미국의 경기 과열 우려에 따른 금리 인상이 계속되며 신흥국으로 향하던 자금 흐름 방향이 선진국으로 바뀌는 '자본 역전' 현상이 발생한 가운데, 신흥국 중심으로 외환·금융 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과거에 달러 유동성이 확대된 결과, 신흥국 등 위험 지역으로 대출이 증가했는데, 이런 '위험추구채널(risk-taking channel)'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경험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양적 완화를 축소하기 시작했던 2013년에도 이미 있었다. '긴축 발작(taper tantrum)'이라 불렀는데, 흔히 '5개 취약 국가(Fragile Five)'로 불리는 남아공,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터키 등 신흥국이 당시 위기의 주요 대상국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들은 지금 2018년에도 제1선에서 위기에 노출되어 있다. 다만 2013년 긴축 발작은 위기가 '5개 취약 국가' 이상으로 크게 확산되지 않은 반면, 2018년 신흥국 위기는 시차를 두고 좀 더 심화된 형태로 번지며 우리 역시 영향받을 가능성이 높은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미국도 중국도 신흥국 버팀목 못 돼

      첫째, 연준의 미국 경제에 대한 판단과 통화 정책 입장이 변화했다. 물론 당시나 지금이나 연준은 미국의 국내 경제 여건을 우선에 두고 정책을 판단하기 때문에, 긴축 발작이나 신흥국 위기가 핵심 고려 사항은 아니다. 하지만 2013년 긴축 발작 때는 연준 내에서 미국 국내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이나 과열에 대한 우려가 현재만큼 높지 않았고, 양적 완화 축소에 대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더 광범위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금리 인상에 유보적이었던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방은행 총재나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도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입장을 바꿀 정도로 금리 인상 기조가 강화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 미국 경기 상황과 노동시장 여건에서는 신흥국 문제와 별개로 금리 인상이 진행될 가능성은 높다.

      둘째, 원자재 수입으로 신흥국에 성장 동력을 제공하던 중국 경기 둔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의 2018년 3분기 GDP성장률은 6.5%로 2008년 금융 위기 직후였던 2009년 1분기 이후 최저다. 실제는 이보다 더 낮거나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국제 금융계는 우려한다. 위험 수준에 도달한 중국 내부 부채 문제 때문에 추가적인 경기 부양 역시 용이하지 않다. 그래서 중국 경기 회복을 통한 원자재 수요 증가로 신흥국 수출과 경기가 개선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더욱이 우리 수출의 4분의 1이 중국을 향하고 그 가운데 80%가 부품·중간재이며, 특히 대부분 반도체 단일 품목에 기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도 신흥국과 비슷한 위험에 노출됐다고 볼 수 있다.

      셋째, 미·중 무역 전쟁은 그렇지 않아도 하강하는 중국 실물 경기를 더 가라앉게 만들 것이고, 신흥국과 우리를 비롯해 중국에 의존하는 경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특히 미국은 중국이 환율·무역 정책과 지식재산권 훼손으로 불공정하게 미국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수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갈등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2013년 신흥국 위기보다 상황 나빠

      20세기 세계경제를 혼란으로 몰고 간 대공황은 1929년 10월 뉴욕 주식시장에서 시작된 것으로 흔히 생각한다. 하지만 당시 상황을 실제 악화시킨 것은 주가 폭락보다 1930년 6월 미국으로 수입되던 2만여 개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 전쟁으로 국제 교역과 세계경제를 마비시켰던 '스무트-홀리법'이다. 즉, 신흥국 자금 이탈도 문제지만 미·중 무역 전쟁으로 실물 경기가 악화하면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가로 위기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그런데 우리는 환율조작국 이슈와 통상 압력, 그리고 비용 조건 악화 때문에 미국으로 수출을 확대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게다가 중화권 수출에 의존하는 반도체 단일 품목에 수출이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현재 신흥국 상황은 2013년 '긴축 발작'와 일견 유사해 보이지만 몇 개 취약 국가로 위기가 국한됐던 당시와는 다르며, 특히 우리나라로 위기가 번질 수 있는 국제 경제 여건과 결합되어 있다. 그렇지 않아도 노동 비용을 비롯, 기업들이 국내 정책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고, 수익성 악화에 따른 기초 체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국제 경제 환경이 불확실해지면서 한국 경제가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엄중한 여건에 직면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