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신흥국 위기 3대 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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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11.02 03:00

      [Cover Story] 신흥국 위기 어디로… 세계 석학 3인방 긴급 분석

      연초 이후 달러인덱스 추이
      1. 강달러

      최근 신흥국 경제가 요동치는 배경은 저마다 조금씩 다르다. 그렇지만 공통분모도 있다. 가장 큰 요인은 미국의 금리 인상이다. 신흥국들이 위기를 맞고 있는 것과 달리 미국은 경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난 2분기 GDP 성장률(4.2%)은 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기업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는 지난 8월 54.7에서 9월 55.6으로 상승했다. 글로벌 PMI가 2016년 11월 이후 22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한 것과 대조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이런 경제 호조를 바탕으로 지난 3월과 6월, 그리고 지난 9월 세 차례나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12월에도 현재 2.0~2.25%인 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상하겠다는 신호를 내고 있다. 미국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세계 투자 자금은 미국으로 모여드는 추세다. 이로 인해 올 들어 달러 가치가 상승하고 있으며, 강(强)달러는 즉각적으로 신흥국 외채 부담을 증가시키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저금리 시기에 대외 빚을 크게 늘린 신흥국들이 강달러로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것이다.

      금리 인상과 강달러로 인해 신흥국에서 자본이 빠르게 유출되는 것도 위험 요소다. 신흥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공장 설립 같은 직접 투자보다 주식·채권 등에 대한 금융 투자에 편중돼 있다. 증시 등에 투자됐던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면 대외 차입을 늘려야 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2. 고유가

      국제 유가도 신흥국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유가는 최근 4년간 상승세를 이어왔다. WTI(서부텍사스유)와 브렌트유, 두바이유 모두 70달러를 돌파했다. 브렌트유는 연초 대비 22%가량 올랐다. 브렌트유·두바이유는 10월 들어 80달러대까지 갔다가 다시 60~70달러대로 내려온 상태다.

      국제 원유는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신흥국 통화가 약세이면 유가 수입 단가가 높아진다. 연초 대비 30% 넘게 통화 가치가 떨어진 터키는 원유 수입 비용이 연초 대비 2배 급증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도 최근 올 들어 다섯 번째 금리 인상을 발표하며 "유가가 급등, 8월 무역적자가 1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인도나 필리핀·남아공 등도 통화 위기와 고유가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GDP 대비 원유 순수입 비중이 높은 나라는 대부분 신흥국이다. 태국·대만(5.1%), 한국(4.8%), 터키(3.9%), 필리핀(3.3%) 등이 상위권이며 인도(2.5%)도 높은 편이다. 이런 나라들은 고유가에 달러 강세까지 겹치면 원유 수입액이 급등하면서 경상수지가 악화되고 물가상승률이 높아진다. 그래서 달러 유입과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를 올리게 된다. 리서치업체 TS롬바드 존 해리슨 이사는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신흥국에 고유가마저 가세하면서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세계 3위 원유 생산국인 이란에 대해 경제 제재를 복원하고 6위국인 베네수엘라 경제가 불안해지면서 공급이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상황이지만, 미국 원유 재고가 증가하고 고유가에 따라 중동 국가들이 생산량을 늘리면 상승 폭은 제한될 것이란 분석이다.

      3. 美·中 무역갈등

      지난 7월부터 본격화한 미·중 무역 갈등은 신흥국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미국은 지금까지 중국산 수입품 2500억달러어치에 대해 최고 25% 관세를 부과했다. 작년 중국산 전체 수입 규모(5055억달러)의 절반에 달한다. 중국도 미국산 제품 1100억달러어치에 대해 '보복 관세'를 때렸다.

      G2(주요 2개국)가 '관세 폭탄'을 주고받으면서 상대국 경제를 흔들자 세계 경제 역시 동요하고 있다.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중국 성장 둔화에 따른 중국·글로벌 성장률 동반 하락이 점쳐지고 있다. 미국이 중국산 물품 2000억달러에 관세(25%)를 부과하면 중국은 0.7%포인트(JP모건), 전 세계는 0.3%포인트(시티은행) 성장률이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 상태다. JP모건은 "미국이 경고한 대로 2670억달러에 대해 관세를 추가로 부과(총 5170억달러)하면 중국 내 일자리 550만개가 사라지고 성장률이 1.3%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이 무역 부문 충격을 위안화 절하로 방어하고, 전 세계적으로 안전 자산(금·달러·미 국채 등)에 대한 선호 현상이 뚜렷해진다면 신흥국 외환시장은 급격하게 변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주가와 통화가치 하락 폭이 큰 나라들은 대부분 중국에 원재료를 수출하는 아시아와 중남미 국가들이다.

      한국 역시 조마조마하다. 한국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4.8%로 가장 높다. 다음이 미국(12%). 미·중 무역 갈등으로 양국 경제가 수렁에 빠지면 한국이 치명타를 입을 수 있는 구조다. IMF는 미·중 무역 전쟁으로 중국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빠지면 한국도 0.5%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관측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