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미국 물가 상승이 향후 최대 변수… 美·中 무역전쟁 장기화, 한국 피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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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11.02 03:00

      [Cover Story] 신흥국 위기 어디로… 세계 석학 3인방 긴급 분석

      스티븐 로치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
      스티븐 로치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
      "신흥국은 1997년 동아시아 외환 위기 당시와 비교해 볼 때 외환 보유액과 저축률이 증가했기 때문에 위기가 전이될 가능성은 과거에 비해 낮습니다."

      모건스탠리 아시아 지역 회장을 지낸 스티븐 로치(Roach) 예일대 교수가 내린 진단이다. 미 코네티컷주 뉴헤이븐 예일대 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신흥국 금융 위기에 대해 우려가 있긴 하지만 전 세계로 번질 가능성은 작다는 입장이었다.

      신흥국 스스로 강도 높은 통화 긴축 실행을

      ―신흥국 위기가 전이될 가능성이 낮다는 건가.

      "터키 등 신흥국 위기에서 가장 큰 걱정은 화폐의 하락 방향 자체가 아니라 하락 '속도'다. 화폐 가치가 급락하고, 미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큰 파문을 일으킬 수 있지만 터키를 제외한 대부분 신흥국은 경상수지나 외환 보유액,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등이 양호하기 때문에, 위기가 번질 가능성은 예전 위기 때보다 오히려 크지 않다. 다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신흥국 자체적으로 강도 높은 통화 긴축 정책이 필요하다."

      ―글로벌 경제에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미·중 무역 전쟁이 촉발하는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이다. 높은 관세는 글로벌 공급망을 망가트려 미국 물가를 빠르게 올릴 것이다. 미국이 양적 완화 정책을 쓰면서도 인플레이션이 심각하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가 중국에서 쏟아지는 저렴한 재화 덕분이었는데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관세 폭탄은 소비재 가격을 올리고 있다. 미국 고용 상황이 좋고 임금도 상승하면서 물가는 더 급격히 올라갈 수 있다. 월가뿐 아니라 미 정책 당국자들이 이런 충격을 과소 평가한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 미 기업들은 미·중 무역 전쟁에 따른 관세 부담을 제품 가격을 올려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생활용품 제조업체 P&G는 지난 8월 화장지와 키친타월 가격을 5%, 기저귀는 4% 올렸다. 중국산 부품이 많이 들어가는 냉장고 등 가전제품 가격 인상도 불가피하다. 워싱턴포스트는 올해 세탁기 가격이 17% 폭등, 역대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美 경기 확장세, 많은 부작용 동반

      ―인플레이션은 얼마나 심각한가.

      "미·중 무역 갈등이 지속된다면 앞으로 2년 내 '근원 인플레이션(유가·식료품 등 단기 급등락이 큰 품목을 제외한 장기 물가)'은 최대 1%포인트 더 오른다. 현재 2%대에서 3%대로 상승하는 셈이다."

      ―미 연준이 금리를 더 빠르게 올려야 하나.

      "그렇다. 미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는 너무 느리다. 연준은 좀 더 선제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근원 인플레이션이 영향을 받는 향후 12~18개월을 염두에 두고 기준금리를 조정해야 한다. 연준은 물가 급등 위험을 간과하고 있다. 위기가 이미 발생하고 나서 대책을 세우면 늦다. 지금부터 금리 인상 속도를 올려야 한다. 연준은 원래 물가 안정을 우선 목표로 삼는 기관이다. 그동안 금리를 내리고, 금융 불안정성을 키우는 데만 일조했지, 원래 할 일을 하지 않았다."

      ―줄곧 양적 완화에 부정적인 입장인데 미국 경제는 좋아지지 않았나.

      "미국 경기 확장세는 많은 부작용을 동반하고 있다. 이런 위험이 언제 수면 위로 드러날지 모른다. 지난 1분기 미국 순저축률(가계·기업·정부 합산)은 전체 수입 대비 1.8%에 불과했다. 1970년부터 2000년까지 이 수치가 6.3%에 달했는데 지금은 너무 낮다. 작년까지만 해도 2%를 웃돌았는데 더 떨어지고 있다. 금리가 올라야 가계가 저축하고, 저축이 늘어야 미국 경제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

      ―미국 노동자 임금 인상 기조도 증시 위험으로 번질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 미국은 현재 30년 만에 최저 실업률을 기록하며 고용 시장이 호조다. 이제 임금이 오르기 시작했는데, 이는 이미 거품이 낀 미국 증시에 타격이 될 수 있다. 노동자 임금 상승으로 기업 이익이 줄기 시작하면, 주가 하락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앞서 말한 대로 미·중 무역 전쟁으로 미국 많은 기업의 원자재 조달 비용이 올랐다. 주식시장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중국, 일본 전철 밟지는 않을 것

      ―미·중 무역 전쟁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나.

      "단기간에 끝나긴 어려울 것이다. 트럼프 목표는 무역수지 적자 회복뿐 아니라 중국 군사력과 첨단기술을 겨냥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핵심 성장 전략을 포기해야 현재 싸움이 끝나겠지만,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 일본 전철을 밟는 건 아닌가.

      "중국은 일본과 다르다. 미국과 중국은 상호 경제 의존도가 매우 높다. 그동안 미국 임금이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저렴한 중국산 제품은 미국 가계에 큰 도움이 됐다. 중국은 미국의 큰 수출 시장이기도 하다. 지난해 미국 대중 수출 규모가 1300억달러(약 147조원)로, 멕시코·캐나다에 이은 셋째 수출 시장이면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미국 재정 적자를 메우는 데 중국이 한몫하고 있다. 중국이 미 국채 최대 보유국이기 때문이다. 향후 5년간 미국 재정 적자 평균이 국내총생산(GDP)의 4.2%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대규모로 미 국채와 달러화 표기 자산 매각에 나선다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미국·캐나다·멕시코 간에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에 대한 갈등도 있었지만, 새 무역협정 USMCA를 맺으며 원만히 해결됐다.

      "멕시코·캐나다와 중국은 다르다. 미·중 갈등은 산업뿐 아니라 미래 산업에 대한 주도권 싸움이다. 트럼프는 자국 기술 보호를 위해 중국 투자마저 막고 있다."

      ―한국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한국은 신흥국 위기, 미 금리 인상 등 어려운 수출 환경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다만 무역 전쟁이 계속된다면 대중 무역이 축소되면서 피해가 우려된다. 사실 중국 소비 시장이 커져야 한국 수출 기업에는 더 많은 기회가 생기는데 이런 측면은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