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닥터 둠 "2020년 미국發 위기 온다… 신흥국 위기, 글로벌 위기로 번지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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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11.02 03:00

      [Cover Story] 신흥국 위기 어디로… 세계 석학 3인방 긴급 분석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경영대학원 교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경영대학원 교수
      '닥터 둠(Dr. Doom)'이 돌아왔다. 미국 경제계에서 대표적 비관론자로 꼽히는 누리엘 루비니(Roubini)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가 다시 '2020년 경제 위기설'을 강력하게 경고하고 나섰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그 뒤에도 비관론을 놓지 않다가 한동안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2015년에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검토하는 금리 인상 조치 파장을 축소 해석하면서 글로벌 성장세를 낙관하기도 했다. 연준 금리 인상 속도는 점진적이고, 유럽·일본의 양적 완화 정책 덕분에 글로벌 유동성이 충분하기 때문에 미 장기 금리가 낮게 유지될 것이라고 봤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신흥국 위기 구세주는 미국 호황

      ―2020년 위기가 시작된다는 근거는.

      "현재 미국 경제는 과열이다. 물가상승률은 목표치를 넘어섰다. 그 때문에 연준은 2020년까지 기준금리를 3.5%까지 인상할 텐데, 그러면 국채 발행 금리가 높아져 정부 재정지출이 어려워진다. 경제를 견인할 요인이 사라진다. 그렇게 되면 (현재 연간 3~4%대인) 미국 성장률은 2%대를 밑돌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물가 상승 압박은 더 커진다. 국제 유가 상승과 무역 분쟁 악화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일어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찾아온다."

      ―신흥국 경제 위기는 어떻게 보나.

      "이례적 상황이 아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서 자금이 빠지고, 환율이 떨어지는 위기를 겪는다. 이로 인해 부채가 많은 국가부터 차례로 곪은 상처가 터지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릴 때마다 발생하는 주기적인 현상이다. 그렇지만 신흥국 금융위기가 글로벌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

      ―신흥국 위기가 전이되지 않는다는 건가.

      "내년까지는 미국이 세계 경제를 이끌어가기 때문에 경기 확장 국면이 지속될 것이다. 지금 벌어지는 신흥국 위기는 1990년대 후반 아시아 외환 위기 때처럼 일부 국가에서만 심각해질 것이다. 앞서 말했듯 진정한 위기는 2020년부터 시작된다."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미 정부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연준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겠지만, 성장률은 더 떨어지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으로 기술 이전을 제한하면서 경제 공급망을 흔들고 있다. 미국 인구는 고령화되고 있는데 이민자를 제한하는 정책 역시 결국 노동 시장 공급을 축소하기 때문에 장기 전망을 어둡게 한다."

      역사적으로 전례없는 침체기 접어들 것

      ―2020년 위기를 극복할 해법은 없나.

      "극복할 만한 정책 수단이 거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미국 등 선진국은 그동안 축적된 막대한 공공부채 때문에 재정 정책을 강력하게 밀어붙일 여지가 제한되어 있다. 과거 양적 완화로 이미 유례없는 정책적 실행을 감행했던 연준도 이번 위기에선 쓸 수 있는 총알이 없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전례 없는 침체기에 접어든다고 봐야 한다."

      ―트럼프가 재선을 위해 뭔가 하지 않을까.

      "트럼프는 민심을 얻기 위해 유가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론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조시켜 유가를 상승시키고 있다.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조만간 이란과도 군사적 대치를 벌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1973년, 1979년, 1990년 발생한 오일 쇼크와 비슷한 충격을 줄 수 있다. 그는 경제성장률이 4%가 넘는 상황에서도 연준이 금리를 올리지 못하게끔 공격한다. 만약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지고, 일자리가 줄어든다면 어떤 터무니없는 요구를 할지 알 수 없다."

      ―3년 전만 해도 미 연준 금리 인상에 대한 위험을 낮게 평가하다가, 지난해부터 비관적으로 돌아섰다. 트럼프 행정부 때문인가.

      "그렇다. 트럼프 세금 개혁(법인세 인하) 때문에 앞으로 10년 내 미국 연방 재정적자 규모는 현재 7790억달러에서 4조달러까지 늘어날 것이다. 그는 '포퓰리즘의 탈을 쓴 금권 정치가'에 지나지 않는다. 법인세 인하가 기업 투자 증가로 이어져 성장률이 오른다는 주장도 경제학적으로 틀렸다. 기업은 장기 목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앞으로 다시 뒤바뀔 수 있는 세금 정책 하나 때문에 투자를 늘리지 않는다."

      한국도 중국 의존도 높아 걱정

      ―11월 미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면 달라질 수 있나.

      "트럼프가 정치적 관심을 끌기 위해 대외 위기를 강하게 조성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과 무역 전쟁을 과격하게 밀어붙이거나 이란과 갈등을 키울 수 있다. 중국산 제품 가격 상승과 유가 상승 모두 미국 중산층 생계에 피해를 줄 것이다. 2020년 위기가 내년 하반기로 앞당겨질 수 있다."

      ―유럽과 중국은 어떻게 되나.

      "미국 위기는 빠른 속도로 전 세계로 퍼지고, 거의 모든 국가 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트럼프발(發) 무역 전쟁 여파로 무역이 위축되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부터 성장세가 크게 꺾일 것이다. 중국이 가장 큰 피해자다. 유럽에선 이탈리아 등이 포퓰리즘 정책 후유증으로 부채가 늘어나고, 유로존 국가들은 이미 갖고 있던 문제가 커질 것이다. 이탈리아는 유로존을 탈퇴할 수도 있다."

      ―전 세계 증시가 요동칠 텐데.

      "유동성 부족으로 주가가 단기간에 급락할 수 있다. 현재 미국을 포함한 세계 증시에는 거품이 끼어 있다. 현재 미국 주가수익비율(PER)은 역사적인 평균치보다 50% 높다. 많은 투자자가 2020년 성장 둔화를 예측하기 시작하면서 주식 시장은 조정받기 시작할 것이다."

      ―한국 경제는 어떤가.

      "한국은 다른 국가에 비해 부채 비중이 큰 편이 아니고 무역 흑자를 내고 있어 비교적 괜찮다. 그러나 대중 무역 의존도가 큰 점에서 안심할 수 없다. 한국 기업은 디지털 중심 기술 혁신이 필요하고, 이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