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아이가 시험 망쳐도 혼내지 않는 나라… 스타트업 천국 이스라엘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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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11.02 03:00

      이스라엘 전문가들이 말하는 '황금알 이렇게 낳는다'

      이스라엘 사회는…
      학교에서는'못하는 과목' 대신 '노력할 과목'으로 불러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
      "기업 덕에 가난 탈출" 법인에 세제 혜택줘도 이견 다는 사람 없어

      이스라엘 정부는…
      IT기업은 대출 쉽고 법인세도 인하
      징병제까지 활용 군대서도 사이버 교육 제대하면 IT창업 연결
      취업 비자 문턱 낮춰 고급 인재 유치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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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 최대 법무법인인 ‘헤어조그, 폭스 앤드 니먼’의 메이르 린젠(오른쪽) 대표 변호사가 길라드 마예로비츠 한국 법인 대표 변호사와 이스라엘 스타트업 창업 열기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세계 어디나 정부 고민은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일 것이다. 서아시아 남쪽, 이집트 동쪽에 자리 잡은 중동 소국(小國) 이스라엘도 마찬가지다. 인구 800만명, 면적 2만㎢로 남한 땅 5분의 1 크기인 이 나라는 혁신을 무기로 성장과 고용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이스라엘을 '창업 국가(Start-up Nation)'라 부르는 이유다. 미국 정보기술(IT) 조사 프로젝트 스타트업지놈이 발표한 올 상반기 전 세계 스타트업 생태계 순위에서 이스라엘 텔아비브가 2위를 기록했다. 1위는 물론 미국 실리콘밸리. 서울(한국)은 20위 안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스라엘을 스타트업·벤처 강국으로 만든 정책과 제도는 어떨까. 한·이스라엘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진행 중이다. FTA에 대비해 한국 시장을 연구하기 위해 방한한 이스라엘 최대 법무 법인 헤어조그, 폭스 앤드 니먼(Herzog, Fox & Neeman·HFN)의 메이르 린젠(Linzen) 대표 변호사와 길라드 마예로비츠(Majerowicz) 한국 법인 대표 변호사를 만나 이스라엘 창업 환경에 대해 들어봤다. HFN은 세법·특허법·인수합병(M&A) 등 기업 관련 소송과 자문에 특화된 법무 법인. 최근 미국 펩시의 이스라엘 스타트업 소다스트림(SodaStream) 인수, 싱가포르 국영 투자 회사 테마섹의 이스라엘 사이버 보안 업체 시그니아(Sygnia) 인수 등 자문을 맡았다.

      IT 법인세율, 일반 기업의 4분의 1

      Q1 이스라엘 정부는 어떻게 기업을 지원하나.

      린젠 "1980년대만 해도 이스라엘 경제 주력은 직물 산업이었다. 미래를 내다보고 이스라엘 정부는 전통 산업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신기술 산업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섬유 시장은 관세나 수입 할당 제한 없이 개방해 자연스레 구조조정이 이뤄지게 했다. 반면 IT(정보통신) 분야는 이스라엘 기업이든 외국 기업이든 상관 않고 지원했다. 2000년대 초 인텔이 전 세계를 상대로 새로운 반도체 공장 입지를 물색하자 이스라엘 정부가 수백만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당시엔 특혜 논란도 일었지만, 결과적으로 이 생산 공장을 발판으로 공학자나 관련 연구자를 비롯한 고급 일자리가 많이 생겼다. 인텔에서 걷어들이는 법인세도 적지 않아 여러모로 훌륭한 정책이었다.

      이젠 그 관심이 스타트업으로 몰리고 있다. 이스라엘의 벤처 투자 규모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이은 세계 2위다. 정부가 벤처기업의 연구개발(R&D)을 지원하는 혁신청을 설립하고, 최초의 벤처캐피털을 만들어 초기 손실도 부담해줬다. 첨단 기술 기업이라면 회사 규모와 상관없이 대출이 가능하다. 사업이 망해 대출금을 갚지 못해도 문제 삼지 않는다. 대신 성공하면 정부에 로열티를 내는 구조다. IT 기업에는 법인세율도 6~12%로 일반 기업(24%)보다 낮게 적용한다."

      Q2 법인세 인하나 특별 세율은 한국에선 민감한 사안이다. 이스라엘은 어떻게 사회적 합의를 이뤘나.

      린젠 "부유 계층(기업)에 세제 혜택까지 줘야 하느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 믿기 어려울 수 있지만 이스라엘에선 이견이 별로 없었다. 첨단 기술 산업이 뒷받침하지 않았다면 이스라엘은 가난을 벗어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처럼 기업을 지원해서 창출한 부를 국민이 나눠 누리고 있다고 공감했기 때문에 의견차가 적었다. 공학자나 과학자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 일자리가 생겼다. 외국 기업들이 이스라엘로 모여들수록 부동산과 외식 산업, 각종 서비스업이 성장했다. (새로운 산업 구조에 맞춰) 자녀 세대 교육 수준은 더 높아진다."

      마예로비츠 "첨단 산업을 집중 육성한 결과, 현재 이스라엘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16년 기준 3만달러 안팎으로 높은 편이다. 이스라엘 내 R&D센터 300여 곳은 애플, 구글, 페이스북, 인텔 같은 다국적 기업이 투자했다. 아마존이 미래 주력으로 삼는 클라우드 서비스와 알렉사(인공지능 스피커) 부문 연구개발이 이스라엘에서 진행된다. 알렉사 엔진을 이스라엘에서 만든다. 외국 기업들이 이스라엘 유망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을 인수한다는 소식은 흔하다."

      첨단 분야에 외국인 유치 확대

      Q3 실리콘밸리조차 엔지니어 인력난이라는데 이스라엘은 어떤가.

      린젠 "그동안 이스라엘에선 취업 비자를 받기 쉽지 않았다. 저임금 직종은 예외라 외국인도 취업하기 쉬웠다. 간호사는 필리핀·태국, 건설업은 중국에서 많이 건너왔다. 하지만 첨단 기술 분야는 외국인 취업에 엄격했다. 최근 엔지니어 인재난이 심해지면서 정부가 (고임금 직종) 취업 비자 발급 기준을 완화하면서 인도를 시작으로 우크라이나·루마니아·폴란드·에스토니아·불가리아 등 동유럽 출신 수천 명이 이스라엘 기업에서 일하게 됐다. 다만 최고위층은 이스라엘인으로 두고 중간급을 외국인으로 활발하게 채용할 수 있게 했다. 미국은 특정 업종에 대한 취업 비자를 쿼터제로 발급하지만, 이스라엘은 그런 제한도 없다."

      Q4 스타트업 생태계가 잘 갖춰진 비결은 뭔가.

      린젠 "현재 활발하게 사업 중인 스타트업은 6000곳 정도인데, 이스라엘에선 해마다 신생 스타트업이 1000여 곳 등장한다. 비결 중 하나는 군대를 들 수 있겠다. (한국과 같이) 징병제인 이스라엘군에선 사이버 보안과 사이버전(戰) 관련 교육을 체계적으로 시행한다. 입대한 젊은이들이 신기술을 실험·응용할 기회가 많다. 특수 정보부대 외에 (통신 감청 등 방첩 활동을 전문으로 하는)'8200 부대(Israeli SIGINT National Unit)' 같은 곳은 젊지만 창의적이고 똑똑한 군인들이 모여 있다. 제대 후 이런 군 경험을 토대로 창업하는 사례가 많다. 군부대 출신이 창업한 보안 스타트업만 400여 곳에 달한다.

      실패에 관대한 이스라엘 문화도 창업 환경 조성에 한몫했다. 자녀가 학교 시험을 망치고 와도 이스라엘 부모는 자녀를 혼내지 않는다. 벤처 투자가들도 실패한 창업가가 아이디어를 보완해 새로운 사업 계획을 가져오면 투자금을 내준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사람을 마비시키고, 위험을 감수하지 못하게 만드는데, 이런 도전 정신을 키우는 건 결국 사회 풍토다."

      학교에서는 '창의적 사고법' 교육

      Q5 이스라엘 교육 제도가 기여한 바가 있다면.

      마예로비츠 "학생 성적에 대해 평가하는 단어가 다르다. '못하는 과목'이라고 말하기보다 '잘한 과목과 더 노력해야 할 과목'으로 부른다. 성적이 저조한 아이에게 '어디서 실수했는지 확인해보자. 다음에 더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뭘 보완하면 좋을까'라고 접근한다. 교과과정에 첨단 기술에 필요한 '창의적 사고법' 수업이 포함된 것도 특징이다. 아홉 살인 딸은 지난해 전국 사이버 보안 대회에 참가했다. 고등학생 조카가 다니는 학교는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제휴해 우주왕복선과 관련된 과제를 내준다. 이제 16~18세인 학생들이 재무, 운영, 영업 등 각자 역할을 정해서 모의 사업을 진행한다. 그런 분위기에서 자란 덕인지 창업에 대한 젊은 층 태도가 적극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