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환율·물가 뛰고 유가·금리 치솟는데… 무사히 건널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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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11.02 03:00

      [Cover Story] 아르헨·인도네시아·중국·터키·러시아·남아공… 美·中 무역전쟁에 신흥국 경제위기, 한국은 안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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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김현국
      지난달 24일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도심에선 보도블록과 화염병이 날아다녔다. 국회의사당 앞에 모인 시위대 수천 명이 "IMF(국제통화기금)가 설계한 긴축 예산안에 반대한다"면서 경찰을 향해 새총을 쏘고 폭죽도 터트렸다. 이들은 아르헨티나 하원이 IMF 고강도 긴축 예산안을 통과시키자 거세게 항의했다. 방만한 재정 운용으로 외환 위기 직전에 몰린 아르헨티나는 IMF에서 구제금융을 받는 대신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공공 부문 축소와 예산 감축을 요구받아 실행하기로 했다. 아르헨티나 대외 부채는 2614억달러(약 299조원)로 외환 보유액의 5배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금리를 올리자 달러가 유출되며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 외환시장 흔들

      미국발(發) 금리 인상 충격은 아르헨티나·인도네시아·터키·남아공 등 주요 신흥국을 차례로 강타하고 있다. 게다가 미·중 무역 전쟁으로 세계 경제 성장이 둔화되는 조짐까지 나타나면서 신흥국 경제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신흥국 통화 가치는 지난 6월부터 폭락하면서 외환 위기로 번지고 있다. 아르헨티나와 파키스탄은 이미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고, 터키도 원조 없이는 위기에서 탈출하기 힘든 실정이다. 인도네시아, 남아공, 인도, 브라질도 경상수지 적자와 가파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고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최근 인터넷 해외 직접 구매(직구) 한도액을 1건당 100달러에서 75달러로 낮췄다. 화장품·자동차 등 주요 소비재 품목 수입 세율도 2.5~ 7.5%에서 7.5~10.0%로 올렸다. 미 달러화가 빠져나가는 걸 조금이라도 막아보겠다는 취지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나서서 수출 기업들을 상대로 달러로 받은 대금을 루피아화로 바꿔달라고 호소하는 형편이다. 남아공 티토 음보웨니 재무장관은 최근 "남아공 정부 부채가 2024년까지 계속해서 증가해, GDP(국내총생산)의 60%를 기록할 것"이란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경제 석학들도 비관론 잇따라

      WEEKLY BIZ 가 인터뷰한 경제 석학들도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금융 위기 분야 권위자 카르멘 라인하트(Reinhart) 하버드대 교수는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이어 올해 세 번째로 신흥국발(發) 세계 경제 위기가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이어 신흥국들 GDP 대비 부채 비율이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인 2008년 145%에서 현재 210%로 급증했기 때문에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보다 더 나쁘다고 분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예측해 명성을 얻은 누리엘 루비니(Roubini) 뉴욕대 교수는 "지금 신흥국 위기는 미국 경제 호황 덕택에 더 이상 확산되지 않고 있다"며 "그러나 내년 하반기부터 미국 경제가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경기 침체기에 들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관론자'의 대명사인 스티븐 로치(Roach) 미 예일대 교수는 신흥국들 경상수지나 외환 보유 사정이 전보다 나아졌기 때문에 신흥국 위기가 현재보다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고 '낙관적' 전망을 내놨다. 그러나 그는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 폭탄'을 터뜨리면서 미국 수입 물가가 상승하기 때문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를 빨리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신흥국에서 달러가 빠져나가면서 신흥국 경제 위기는 악화된다.

      한국은 정책 실패까지 겹쳐 내우외환

      신흥국인 한국은 신흥국 경제 위기에서 안전할까? 외환 위기 안전판인 외환 보유액은 지난 7월 현재 4024억달러(약 459조원)에 이른다. 신흥국 위기의 바이러스가 침공했을 때 맞설 수 있는 마지노선은 구축된 상태란 얘기다. 하지만 외환 보유액은 최후 방어선일 뿐이다. 위기 전염 조짐이 나타나면 외국인 투자 자금은 이탈하고 환율은 널뛰기한다. 주식시장은 곤두박질치고 수출 기업은 부도가 난다. 외환 보유액이 상당했던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도 그랬다.

      현재 한국 기준금리는 미국 기준금리보다 낮다. 한국 내 달러가 미국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조선·자동차·철강 등 주력 산업 수출 경쟁력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고, 미·중 무역 전쟁은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악재다. 게다가 정부의 정책 혼선은 '주식회사 한국'을 짓누르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2013년 신흥국 위기 때보다 이번 신흥국 위기가 한국에 전염될 수 있는 외부 요인이 더 많다"며 "한국 경제는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엄중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