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60년간 만든 TV 버렸다 소니 TV 가져와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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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11.02 03:00

      日 가전회사 히타치의 '피나는 변신'

      전국 4000곳 히타치 체인스토어 소니 TV 팔게…
      3년 전 취임한 CEO, GE 모델 따라 종합 제조업체 야망
      세계 최초 IoT 전용 루마다 센터 泰에 세워

      일본 가전 회사 히타치는 지난달 자사 브랜드 TV '우(Wooo)' 판매를 종료했다. 대신 지난 10월 중순부터 히타치 간판을 내건 계열 가전 판매점에서 소니 브랜드 TV '브라비아(Bravia)'를 팔기 시작했다. 가전 사업 핵심이자 60년 역사를 간직한 자사 TV 판매를 중지한 이유는 판매 대수 감소에 따른 수익 악화다. 우의 일본 내 판매 대수는 2010년 140만대에서 2017년 7만대로 급감하면서 시장에서 빛을 잃었다. 하지만 히타치는 가전 시장 후퇴 대신 경쟁사 소니 브랜드 TV 판매라는 이색적인 카드를 꺼내들었다.

      TV 시장이 축소되고 있지만 가전판매점 입장에서 TV는 핵심 가전제품이다. 히타치는 TV 공급이 중단되면 히타치 브랜드 가전을 취급하는 전국 4000여곳 가전 판매점 '히타치 체인스토어' 운영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히타치 체인스토어 담당자는 "매출액 절반을 차지하는 TV가 없으면 점포 운영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여기에 히타치 고민이 엿보인다. TV와 달리 히타치 가전 부문은 세탁기가 점유율 30%, 냉장고가 30% 안팎, LED 조명이 10%를 차지, 일본 가전 시장에서 존재감이 크다.

      하지만 일본 가전 시장은 2조엔(약 20조원) 규모로 여전히 거대 시장이다. 히타치가 TV 부문을 소니 브랜드에 맡기면서도 가전 시장을 사수하려는 이유다. 히타치는 앞으로 소비 브랜드 취급 품목을 TV에서 홈시어터와 블루레이 DVD 등 AV(음향·영상) 상품군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소니 자회사 소니마케팅과 고객 서비스 분야에서 협업한다. 히타치와 소니는 작년부터 일부 지역에서 출장 수리 서비스를 상대 업체 제품에도 상호 제공하는 등 제휴를 강화하고 있다.

      IoT 세탁기·에어컨·조명 개발

      히타치
      히타치는 가전 부문 조직 개편에도 나섰다. 2019년 4월에는 가전 제조·개발 부문의 히타치 어플라이언스(AP)와 가전 판매 부문 히타치 컨슈머마케팅(CM) 2개 회사를 합병해 새로운 회사를 출범시킨다. IoT(사물인터넷) 대응 가전제품 개발을 서둘러 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시장 판로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히타치AP는 무선통신(와이파이) 기능을 탑재한 드럼식 세탁건조기 '빅드럼'을 11월 발매할 예정이다. 인터넷과 연결된 'IoT세탁기'는 히타치가 최초다. 세탁기 본체를 인터넷과 접속한 상태로 스마트폰 전용 앱을 통해 집 외부에서 조종해 '누런때 제거'나 '흙묻음' 등 적절한 작동코스를 사용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다. 각 가정에 설치된 에어컨과 조명 등의 제품도 IoT 제품으로 대체하기 위해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최근 미국 아마존이 인공지능 스피커와 연결한 전자레인지를 출시하는 등 가전 부문에서도 단순한 기능 제공에서 벗어나 IoT 서비스와 조합한 제품 출시가 잇따르고 있는 흐름에 따른 것이다.

      'IoT 혁명' 이끄는 히가시하라 사장

      지난 9월 태국 방콕 남동쪽에서 약60㎞ 떨어진 태국 최대 공업단지 아마타시티·촌부리(Amata·Chonburi)에 히타치가 세운 세계 최초 IoT 전용 시설 '루마다(Lumada) 센터'가 문을 열었다. '루마다'는 히타치 IoT 플랫폼 브랜드로 히가시하라 도시아키(東原敏昭) 사장이 2016년 취임 이후 줄곧 핵심 성장 사업으로 강조한 분야다.

      2016년 시작한 루마다 사업은 태국에 전용 센터가 문을 열며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게 됐다. 히타치는 이를 동남아시아로 사업 기회를 넓히는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동남아시아는 글로벌 제조 기업들의 대표적 생산 거점 기지로 주목받았지만 최근 인건비 상승 문제에 직면하면서 생산 현장의 비효율성을 개선한 '스마트 공장'이 주목받고 있다. 히타치는 공장에서 각종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필요한 센서와 카메라 등 기기 판매와 함께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소프트웨어 판매를 병행하고 있다. 히타치가 지난해 동남아시아에서 루마다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은 5000억엔(약 5조원). 2021년 예상 매출액은 약 7000억엔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루마다가 실제 현장에서 사용된 사례는 이미 500건을 넘어섰다. 관련 시스템 통합 사업까지 포함하면 올해 매출액은 지난해 대비 6% 늘어난 1조엔을 넘어설 전망이다. 히타치는 물류, 인프라, 의료 등 관련 분야에 자사의 IoT 플랫폼을 적극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태국 대형 소재기업인 SCG는 자사 시멘트 공장 에너지 절약과 물류 효율화에 히타치의 IoT 플랫폼을 도입했다. 지난 9월에는 중국의 거대 IT 기업인 텐센트가 제조·물류 분야에 히타치의 IoT를 활용한다는 전략적 제휴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에서는 모노즈쿠리(일본식 제조업) 분야를 중심으로 IoT 도입에 적극적이다. 판금 가공기계 업체인 아마다(Amada)는 히타치의 생산 효율화 공정을 공장에 도입했다. 일본 에어컨 판매량 1위를 자랑하는 다이킨공업은 화학품 제조 공정 관리와 숙련 기능공의 디지털 기술 전수에 활용하고 있다.

      사회 인프라 분야도 히타치 IoT 플랫폼을 도입하고 있다. 니시니혼(西日本)철도는 히타치의 루마다를 응용해 버스의 주행 실적과 승하차와 관련된 통계 데이터를 2019년 버스 운행 계획 개정에 활용했다. 덴마크 코펜하겐 지하철은 역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 혼잡도를 보여주고 승객 수를 분석해 열차 운행 편수를 자동으로 조정하고 있다.

      IoT 사령탑에 GE 디지털 출신 발탁

      히타치는 발전, 철도차량, 건설, 정보기술 등에서 일본을 대표하는 종합 제조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을 오랫동안 벤치마킹해 왔다. 루마다 사업의 사령탑인 미국 자회사 히타치 반타라(Hitachi Vantara) 간부에 GE의 디지털 부문 출신을 발탁한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실적 악화로 GE의 플래너리 CEO가 취임 1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히가시하라 사장은 "GE는 항공기 엔진 등 여전히 강력한 제품을 제조하는 기업"이라면서 GE 모델에 대한 신뢰를 나타냈다. 그는 "히타치는 GE를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다. (GE처럼) 제품군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제조업 체질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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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타치가 공개한 자사 IoT 플랫폼 ‘루마다’가 도시에 깔렸을 때 도시 각 부분이 서로 연결된 것을 상상한 개념도. /히타치
      히타치는 지난 8월 중남미 파나마의 모노레일 건설을 수주했다. 영국에는 원전 2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2030년 가동을 목표로 GE와 저렴한 가격에 안전성을 높인 차세대 소형 모듈 원전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히가시하라 사장은 "앞으로 주력 사업으로 IoT 등 4차산업에 중점을 두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IoT 기술을 바탕으로 제조업 역량을 강화하는 전략이 히타치의 나아갈 방향인 셈이다.

      영업이익률 5% 미달하면 구조조정

      히타치는 이익률을 중시하는 경영 방침을 뚜렷히 내세운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 분야는 과감히 잘라내고 유연하고 민첩하게 사업 재편을 진행하고 있다. 이 목표에 따라 영업이익률이 5% 이하인 사업은 우선적인 재편 대상이 된다. TV 사업을 포함한 히타치의 생활·에코시스템 부문의 2017년 매출액은 약 5400억엔, 영업이익은 251억엔으로 이익률은 4.6%에 그쳤다. 히타치의 건설기계와 정보통신 시스템 등은 7~9% 이익률을 달성하고 있다.

      2016년부터 3년간 경영 목표로 내세웠던 영업이익률 8% 달성 고지도 눈앞에 두고 있다. 올해 4월 히가시하라 사장은 2019~2021년까지의 중기 경영 계획 발표 기자회견을 열어 글로벌 우량 기업의 기준인 '영업이익률 10%'를 강조하며 이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를 위해 히타치가 사활을 걸고 있는 부문이 루마다 사업 해외 확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