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알약에 센서 칩 넣어… 환자가 언제, 어떤 약 먹었는지 99.5% 정확하게 분석"

    • 0

    입력 2018.11.02 03:00

      '프로테우스 디지털 헬스' 앤드루 톰프슨 창업자

      이미지 크게보기
      ①앤드루 톰프슨 프로테우스 디지털 헬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 ②프로테우스 직원들 명함에는 회사에서 개발한 초소형 센서 칩이 담겨있다. ③프로테우스 약품 복용 관리 서비스를 구성하는 제품들. 프로테우스 모바일 기기용 건강관리 앱이 실행된 태블릿PC와 몸에 착용하는 모니터링 패치. 알약 속에는 마이크로 센서 칩이 들었다.
      "프로테우스는 '디지털 의약품(digital medicine)'이라는 분야를 개척하는 기업입니다. 우리는 디지털 의약품은 '구강으로 복용하되, 인체에 들어가면 모바일 기기 등과 통신해 정보를 보낼 수 있는 의약품'이라고 정의합니다."

      반도체, 통신 기술, 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질병 관리 분야의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으로 성장한 기업이 있다. 미국 헬스케어 스타트업인 '프로테우스 디지털 헬스(Proteus Digital Health)'이다. 글로벌 제약사인 노바티스와 오츠카를 비롯해 헬스케어 전문 투자 그룹 에섹스우드랜드, 칼라일그룹이 투자했다. 이 기업이 보유한 특허만 450여 개에 달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레드우드시티 본사에서 만난 앤드루 톰프슨(Thompson)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약물치료협회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잘못된 복용법 때문에 발생하는 의료 손실이 연간 5250억달러(약 598조원)에 달한다"며 "알맞은 약을 정해진 복용량만큼 제때에 먹는 것이 건강·질병 관리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먹을 수 있고, 착용 가능하고, 모바일 통신과 클라우드컴퓨팅을 결합한 제품'을 만드는 세계에서 유일한 기업일 것"이라며 명함을 건넸다. 디자인이 다소 특이했다. 명함에 동그란 구멍이 나 있고, 이 구멍을 덮은 투명한 플라스틱 필름 가운데엔 가로세로 2㎜ 정도 크기인 금속 조각이 들었다. 프로테우스의 '투약 관리 서비스'의 한 축인 마이크로 센서 칩이다.

      톰프슨 창업자는 기자가 보는 앞에서 알파벳 F가 새겨진 알약 2알을 삼켰다. 2분 30초쯤 지나자, 톰프슨 창업자의 휴대전화에 설치돤 건강 관리 앱에 'F약을 2알 복용했다'는 정보가 기록됐다.

      위 속에서 녹는 센서를 약에 삽입

      ―어떤 원리로 작용하는 건가.

      "프로테우스는 생체 필수 미네랄인 구리와 마그네슘으로 위 속에서 소화되는 모래알만큼 작은 센서 칩을 개발했다. 미국 식품의약청(FDA), 유럽연합(EU)과 중국의 관리 당국으로부터 안전성에 대한 인증을 받았다. 센서 칩마다 각기 다른 고유번호가 입력된다. 이 센서 칩을 약품 생산 단계에서 알약 가운데에 심는다. 센서 칩은 프로테우스 제품의 한 부분일 뿐이다. 환자가 약을 먹으면, 위 속에 들어간 알약이 녹으면서 센서 칩에 입력된 숫자들이 환자 몸에 부착된 패치로 전송된다. 별도 배터리나 안테나 같은 장치 없이 센서 칩에서 패치로 정보가 전송되도록 기술을 개발했다. 패치는 몸에 착용하는 일종의 웨어러블 의료기기에 해당된다. 패치는 센서 칩이 보낸 약물 정보를 해독하고, 심장 박동, 호흡 규칙성, 자세 등 다양한 신체 정보를 측정한다. 마지막으로 패치가 블루투스 기능으로 모바일 기기에 투약 정보와 환자의 몸 상태를 전송하면, 프로테우스 앱에서 이 같은 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다. 환자들은 몸에 패치를 부착하고 평소대로 생활하면 된다. 샤워 같은 일상적인 활동에도 문제없고 수영이나 달리기 같은 격한 운동을 해도 괜찮다. 반도체, 제약, 의료 도구, 정보통신, 소프트웨어, 데이터 분석, 인간 행동 연구 등 다양한 첨단 기술 분야를 융합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투약 정보는 스마트폰에 전달

      ―프로테우스 제품의 강점은 무엇인가.

      "높은 정확도다. 제시간에 약을 복용하고 생활 습관을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자의 경우, 투약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위급한 상황이나 정기 건강검진 때 환자의 최근 건강 상태와 약품 투약 상황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약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어떤 약을 언제 얼마만큼 복용했는지 확실하게 알수록 좋다. 5~6년 전 FDA에 승인을 신청할 당시 복용한 약품 정보가 패치를 통해 모바일 앱까지 송신되는 확률은 100%, 약물 정보에 대한 정확도는 97% 정도였다. 지금은 약품 분석 정확도도 99.5%로 상승했다. 몸에 부착한 패치가 모바일 기기와 블루투스 연결에 실패하는 확률도 1% 미만이다."

      ―다른 첨단 헬스케어 기업들과 차별화되는 요소는 뭔가.

      "우리 제품은 실제로 환자들이 제때 약을 챙겨 먹었는지 확인하는 효과가 있다. 환자들이 약 먹을 시간에 삑삑 소리를 내 투약 시간을 알려주는 약병은 이미 시중에 있다. 환자들이 약을 꾸준히 챙겨 먹을 수 있도록 상기시키는 이 기능은 1970년대에 개발됐다. 하지만 미 의학협회가 이러한 제품들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실험해본 결과, 대부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딱히 놀라운 결과도 아니다. 생각해봐라. 끼니마다 약을 세 가지씩 복용해야 하는 50대 여성 환자가 친구들과 점심을 먹으러 갈 때 약통 3개를 들고 나갈까? 아니다. 한 번에 먹을 약만 작은 통에 모아 담아서 핸드백에 넣어갈 것이다. 특히 투약법이 복잡하거나 여러 가지 약을 복용해야 하는 환자들은 원래의 약병에 약을 그대로 보관하는 경우가 드물다. 하루나 일주일 단위로 약을 담아둘 수 있는 알약 상자를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 약병이 바뀌는데 원래 약병 뚜껑에서 알람이 울리는 게 무슨 효과가 있겠나. 우리는 알약이 실제로 환자의 몸속에서 녹았는지 그 결과를 측정하기 때문에 차이가 있다."

      만성질환자나 고령 환자에게 유용

      -헬스케어 분야에서 소비자 중심적인 제품이란 어떤 건가.

      "만약 당신이 80대 아버지를 돌본다고 생각해봐라. 꼭 먹어야 하는 약을 곧잘 잊거나, 한 번 먹어야 하는 약을 여러 번 복용할 수도 있다. 약물 치료법에 대한 정보가 없는 환자가 맞는 약을 처방된 양만큼 복용했는지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나이가 들거나 기억력이 나빠진 환자들의 경우엔 투약 정보를 정확히 확인하는 게 아주 중요하다. 그래야 환자가 알맞은 복용법을 따르도록 간병인이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24시간 의료진의 돌봄을 받지 않는 가정에서 요양하는 경우 특히 중요한 부분이다. 프로테우스의 제품을 이용하면 당신이 앱만 켜면 아버지가 약을 몇 번 먹었는지, 정량을 복용했는지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사실 소비자 중심적인 제품과 서비스는 최근 산업 변화의 한 축이다. 직원들이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모바일 기기로 소프트웨어 기반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바뀌지 않나. 온라인뱅킹이나 모바일뱅킹을 이용하지 요즘 누가 송금하러 은행 창구를 찾아가겠나. 비행기를 탈 때도 집에서 컴퓨터로, 또는 공항으로 가는 길에 스마트폰으로 탑승 수속을 진행할 수 있다. 생각해 봐라. '승객들이 온라인 탑승 수속을 진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게으르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는 항공사는 없다. 승객들 문제가 아니라 서비스를 이용하기 쉽게 만들지 못한 항공사 탓이다. 헬스케어 제품도 마찬가지다. 환자들이 사용하기 불편한 제품을 만든 기업 책임이다. 제약사와 병원, 건강관리 업체들은 '환자들이 귀찮아서 약을 제때 안 먹는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어떻게 환자들이 투약법을 잘 지키도록 도울 수 있을까'라는 관점에서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