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보따리상 단속에 찬바람 맞은 韓·日 화장품

    • 니샤 고팔란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입력 2018.11.02 03:00

[WEEKLY BIZ Column]

니샤 고팔란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니샤 고팔란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승승장구하던 아시아 화장품 브랜드 앞길에 먹구름이 끼었다. 이달 들어 대부분의 한국과 일본 화장품 회사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중국 규제 당국이 정식 수입 검사를 거치지 않는 중국 보따리상, 이른바 '다이궁(代工)'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기로 한 탓이다. 이들은 해외에서 아기 분유나 면세점 화장품 같은 중국인이 선호하는 외국 제품을 닥치는 대로 사들인 후 약간의 웃돈을 얹어 중국 현지에 내다 판다.

중국인의 해외 쇼핑 면세 한도는 5000위안(약 82만원). 하지만 다이궁은 느슨한 단속 아래 고가품이나 희귀 생필품을 거래하며 중국 내 해외 제품 암시장의 도매상인 역할을 해왔다. 글로벌 투자은행 제프리스 그룹에 따르면 2017년 중국인 해외 방문객이 외국에서 사용한 금액은 1인당 762달러(약 87만원)로 추정된다. 이를 감안하면 지난 한 해 동안 다이궁을 통해 거래한 금액은 약 1000억달러(약 114조원)에 달한다.

과거 중국인 관광객으로부터 막대한 이윤을 챙기던 브랜드들은 이번 조치에 적잖이 당황한 눈치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달러화 대비 중국 위안화 가치가 낮아지면서 한국과 일본으로 쇼핑 여행을 떠나는 중국인 수도 6년 만에 줄었다.

그동안 한국 아모레퍼시픽, 일본 시세이도와 고세 같은 화장품 브랜드들은 다이궁 덕을 톡톡히 봤다. 중국 본토에 어렵게 상륙할 방법을 짜내지 않아도 다이궁이 스스로 물건을 날라주고, 팔아줬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 정보에 따르면 다이궁을 통해 물건을 구입하면 중국 백화점에서 사는 것보다 한국 제품은 40%, 일본 제품은 20% 가까이 싸게 살 수 있다. 다이궁은 중국의 전자상거래 수단인 타오바오나 알리바바, 위챗을 통해 소비자에게 구매 가격에 10% 정도만 이윤을 붙여 팔기도 한다. 모조품에 대한 공포감이 큰 중국에서는 '물 건너온 제품'이라는 사실이 곧 신뢰의 징표가 되기도 한다.

중국 정부는 다이궁을 통한 쇼핑 규모가 커지고, 다이궁이 물건을 거래하는 방식도 점차 정교해지자 지난달 초 국경절 휴가를 마치고 들어오는 여행객들의 짐 검사를 평소보다 엄격하게 실시했다. 내년 1월부터는 다이궁을 겨냥해 타오바오나 알리바바 등에 물건을 올린 1인 판매자들에게도 고가품의 경우 최대 30%까지 세금을 물리기로 했다.

한국과 일본의 화장품 기업들은 이제 중국에서 본인들 물건을 스스로 팔 궁리를 해야 한다. 중국 내에 더 많은 소매점을 마련하고, 온라인 판매 플랫폼을 열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아직 시장 인지도가 낮은 중·소규모 기업들은 공격적인 마케팅 기법을 마련해야 한다. 시세이도는 중국 내 유명 블로거들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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