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63~83' 핵심 노동연령층의 잿빛 초상화

    •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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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11.02 03:00

      [WEEKLY BIZ Column]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국가 경제도 가계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가정에선 가장(家長)으로 통하는 주요 소득원이 있고, 국가로 범위를 넓히면 생산·소득을 책임지는 주력부대가 있다. 이들을 경제학에선 '핵심 노동력(prime-age labor force)'이라고 부른다.

      보통 20대에서 50대까지 경제 현장에서 활발히 일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우리나라는 대학 진학률이 높고 남자는 군 복무도 해야 하니 35~55세를 핵심 노동 연령으로 잡는 게 합리적이다.

      그렇다면 올해를 기준으로 핵심 노동력은 1963년생에서 1983년생까지로 잡을 수 있다. 통계청 집계로 1700만명에 이르며 15세 이상 인구 중에선 3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1963~1983년생이 핵심 노동 연령

      그렇다면 이 '63·83' 세대, 한국경제의 주력군은 어떤 특징을 갖고 있을까.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55%가 가장이고, 78%는 기혼자다. 남성이 87%다. 학력을 보면 40%는 고졸, 그리고 49%는 대학(2년제 포함)을 나왔고, 6%는 대학원까지 마쳤다.

      대졸자 규모는 20%대인 미국과 비교하면 2배가량 높다. 경제활동참가율은 80%. 경제활동을 하는 이들 중 98%가 취업자로 거의 모두 일하는 노동자인 셈이다. 취업자 중 56%가 상용근로자, 13%는 자영업자다.

      이들은 1주일에 평균 44시간 일한다. 법정근로시간(40시간)보다 4시간 더 일하고 있다. 다른 연령대와 비교하면 가장 많이 일하는 세대다.

      우리나라 모든 취업자가 일하는 시간을 다 합치면 1주일에 12억 시간 정도 된다. 이 12억 시간을 통해 한국 경제 맥박이 돌아가는데, 그중에서 '63·83' 세대가 6억2000만 시간을 공급한다. 이들은 경제적 능력도 다른 연령대 계층보다는 상대적으로 우월하다.

      한 사람 일생으로 따져봤을 때 바로 이 시기(33~55세)가 소득이 증가하는 그래프 선 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자녀를 키우고 부모도 모셔야 하며 자신의 미래도 대비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감소하던 실업률 올 들어 제자리

      그런데 2018년은 이들에게 적어도 통계상으론 잿빛이었다. 노동시간 총합, 그러니까 일하는 시간은 올 들어 눈에 띄게 줄었다.

      6월을 기준 달로 봤을 때, '63·83' 세대 노동시간 총합은 2016년 6억1000만시간, 2017년 6억2000만 시간에서 올해는 5억6000만 시간으로 전년 대비 10% 가량 감소했다. 6월은 여름 휴가가 시작하기 전인데다, 한 해 추세가 어느 정도 유형을 갖추기 시작하는 달이라 표본상 설득력이 비교적 정확하다. 물론 1~5월 역시 꾸준히 감소세고, 7~8월도 하락폭이 4%대였지만 6월은 심각했다.

      1인 근로시간 역시 6월 기준으로 볼 때 전년 대비 1주에 평균 3.3시간 줄었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이 7월부터였으니 그 여파 때문이라 보긴 어렵다.

      '63·83' 세대 취업률은 올들어 전년 대비 거의 변화가 없다. 사실 가장 활발하게 직장을 다니고 취업하는 나이라 원래는 취업률이 더 올라가야 하는데 이 정도라는 건 사실상 마이너스라는 의미다.

      취업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건 실업률과 비경제활동인구 통계를 보면 더 확실해진다. 실업률과 비경제활동인구 비율은 둘 다 2015년 이후 감소 추세였는데 올해 들어 그 추세가 멈췄다. 일자리가 없다는 의미다.

      경제활동인구 중에서 6개월 이상 실업상태에 있는 장기실업자 비율도 소폭이지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 마련때 심각하게 고민해야

      아직 한국경제에 '고용대란'은 오지 않았지만 핵심 노동인력군인 '63·83' 세대에게 올해는 우울하다. 문제는 내년에는 과연 장밋빛으로 바뀔 수 있을까 하는 희망이라도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기미는 보이질 않는다. 불필요한 공포감을 조장할 생각은 없다.

      노동시장에서 드러나는 이런 통계 지표들이 실제 이들 소득이나 생활수준, 삶의 질에 어떤 파장을 미쳤는지 알기 위해선 더 많은 자료와 분석이 필요하긴 하다. 그럼에도 다른 계층보다 상대적으로 처지가 나은 '국가대표 노동자'들에게도 2018년 통계가 주는 팍팍함은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과연 이런 징조가 일시적인 침체인지, 구조조정 후유증인지, 장기불황 전조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정부가 좀 더 책임감 있는 자세를 갖고 바라봐야 한다. 기업도 각성해야 하지만 결국 안개를 헤치는 방향타를 쥐고 있는 건 정부 정책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