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3년 세계 최초로 진주 양식 성공

입력 2018.10.19 03:00

[Cover Story] 세계 장수 가족기업 4곳 비결 물어보니

日 진주 장신구업체 '미키모토'

[Cover Story] 장수 가족 기업 동아리 '에노키안협회'
샤넬, 루이뷔통, 불가리, 생로랑, 티파니…. 길 양쪽으로 값비싼 브랜드 매장들이 줄지어 들어선 도쿄 긴자 주오도리(中央通り). 우윳빛과 금빛으로 장식된 7층짜리 건물이 해외 명품 브랜드 사이에 우아하게 서 있다. 세계 최초로 진주조개 양식에 성공해 진주 장신구를 대중화한 보석 브랜드인 미키모토의 도쿄 본점이다. 아베 아키에 일본 총리 부인이 국빈 방문한 멜라니아 트럼프 미 대통령 부인을 미키모토 매장으로 안내할 만큼, 미키모토는 일본의 근대화와 산업화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꼽힌다.

미키모토의 역사는 19세기 말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창업자 미키모토 고키치(御木本幸吉)는 당시 미에현 도바시의 특산품이던 진주조개가 멸종될 위기에 처하자, 진주가 보석으로서 가진 시장성에 주목해 양식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1893년 세계 최초로 진주 양식에 성공한 그는 1899년 도쿄 긴자에 첫 매장을 열었고, 1913년 영국 런던을 시작으로 미국 뉴욕과 프랑스 파리 등 세계 패션 격전지에 잇따라 진출했다. 1924년에는 보석 납품 업체로서 일본 왕실 인증을 받았다. 창업 이후 여러 차례 전문 경영인을 영입하긴 했지만, 최대 주주인 창업자 가문이 경영진과 협력 체제를 유지했다. 현재 최대 주주는 창업자의 며느리인 미키모토 스미코(御木本澄子). 모기업인 미키모토의 이사 겸 미키모토진주섬(생산 기지) 고문이다.

세계 최초로 진주 양식에 성공

미키모토가 100년 넘게 고급 진주 장신구의 대명사로 불리는 비결은 무엇일까. 도쿄 긴자 본점에서 만난 요시다 히토시(吉田均·77) 사장은 끊임없는 품질 관리와 진주 연구가 핵심 요소라고 평했다. 그는 "사실 (진주 양식법의) 특허 기간은 이미 끝났다"며 "미키모토만의 특별한 기술이 있다기보다, 등급이 낮은 진주는 출하하지 않는 등 '일본산 진주'에 대한 이름값과 신뢰도를 높이려고 노력한 점을 (고객들에게) 인정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양식된 진주 중 상위 5%에 해당하는 상등품만 취급하고, 보석 사업이 궤도에 오른 후에도 미키모토만의 품질 기준을 고수하고, 판매하는 진주 수량을 어느 정도 일정하게 유지했다. 이런 경영 방침을 통해 100년 넘게 고급 진주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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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만 아니라 미키모토는 산하 연구소에서 진주조개 품종은 물론이고 조개껍데기의 두께, 진주의 품질에 영향을 미칠 만한 양식장 생육 환경 등 다양한 요소를 연구한다. 대표적인 성과 중 하나가 '카이링가루(貝リンガル) 시스템'이다. 조개를 뜻하는 일본어 '카이(貝)'에 '이중 언어'란 의미인 영단어 바이링구얼(bilingual)을 합성한 단어. 진주를 만드는 진주조개의 반응에서 적조와 같은 바다의 이상 현상을 읽어 해석하는 IT 시스템이다. 물이 깨끗하면 조개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껍데기를 여닫으며 호흡하지만 수중에 플랑크톤이 증가해 산소가 부족해지면 빠르고 불규칙하게 숨을 쉰다는 사실에 착안해, 조개껍데기에 부착한 센서로 양식장 수질을 상시 점검한다.

한번 고객 되면 평생 서비스 제공

창업 이래 지켜온 미키모토의 고객 관리 방침은 '끝까지 책임지는 서비스'로 축약된다. 한번 제품을 구입한 고객이라면 평생 동안 사후 관리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모든 제품 뒷면이나 이음매에 브랜드명이나 알파벳 첫 자인 M이 새겨져 있어, 전 세계 어느 지점에서든 수리를 맡길 수 있다. 요시다 사장은 "유럽에는 미키모토보다 유명한 보석 브랜드가 많지만, 우리는 한번 구매한 고객에게 끝까지 여러 가지 사후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고 말했다.

보석은 다른 브랜드와 구별되는 독창적인 디자인이 중요한 분야인데, 미키모토는 일본 전통 세공 기술과 미적 감성을 반영한 제품으로도 유명하다. 창업자가 보석업 진출을 준비하던 때만 해도 일본에 보석 디자인에 대한 개념이나 전문가가 없어, 일본도 손잡이와 칼날 사이에 끼우는 칼막이인 쓰바(鍔)에 장식을 새기는 장인을 파견해 보석 디자이너로 키운 흔적이 디자인에 남았다고 요시다 사장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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