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黨의 통제 고삐 죄는 시진핑… 민간기업 퇴장론까지 나와 기업인들 공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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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10.19 03:00

      오광진의 대륙종횡 <3>國進民退 논란

      잘나가는 국유기업
      철강 구조조정 개혁 몸집키워 글로벌 공략 민영기업은 우선퇴출

      자금난 빠진 민영기업
      무역분쟁에 타격, 은행 대출도 급감, 자금줄 증시까지 약세

      中 경영자는 월급쟁이
      민영기업 노조위원장 정부가 결정해 보내… 외자기업에까지 당위원회 설립 압박

      조선비즈 베이징 특파원
      오광진 조선비즈 베이징 특파원
      #1 "중국은 미국 기업이 현지에 세운 합작사에 당(黨) 조직을 만들 것을 요구한다. 인사와 투자 결정 과정의 발언권 또는 거부권을 공산당에 주는 것이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 4일 이 같은 내용으로 연설했다. 그러자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더글러스 딜런 교수는 "사실상 중국과의 신(新)냉전을 선언한 것"이라고 평했다. 작년 11월 주중 독일 상의가 "중국 공산당이 또 외자기업을 압박해 당 위원회를 세워 경영에 간여한다면 독일 기업들이 집단으로 중국을 떠날 수 있다"고 경고한 성명을 떠올리게 한다.

      #2 10월 8일 칭다오에서 92개 민영기업 공회 주석(노조위원장)이 될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모두 시 정부가 지명해 파견하는 인사들이다. 노조위원장까지 정부가 결정해 보내는 일은 이례적이다. 한 달 전인 9월 11일 한국의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를 합친 부서에 해당하는 중국 인력자원·사회보장부(이하 인사부)의 추샤오핑(邱小平) 부부장(차관급)이 들고나온 '민영기업 지배구조 민주화론'과 맥이 닿는 장면이다. 추샤오핑 부부장은 민영 화학업체인 촨화(傳化)그룹을 찾아 "민영기업은 직원과 노동자를 주체로 삼아 종업원이 충분한 민주 권리를 향유하고, 기업 경영에 함께 참여하며, 기업의 발전 성과를 함께 향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오쩌둥 구호 부활시킨 시진핑

      이 2개의 장면은 모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9차 중국 공산당 대회에서 부활시킨 마오쩌둥(毛澤東) 구호인 "당정군민학, 동서남북중, 당이 모든 것을 영도한다(黨政軍民學,東西南北中,黨是領導一切的)"와 연결된다. 중국 민영기업 가운데 당 조직을 세운 곳의 비중은 시진핑이 일인자에 오른 2013년 말 58.4%에서 지난해 말 73.1%로 늘었다. '민영기업 지배구조 민주화론'이 나온 날 중국 인터넷에서는 "사영경제는 공유경제 발전을 보조하는 임무를 기본적으로 완성했으니 경기장을 떠나야 한다"는 민간기업 퇴장론까지 등장했다.
      정부의 공급 측 개혁이 양극화 야기

      자칭 금융 전문가가 올린 글이 인터넷을 달구고, 관영 매체들이 일제히 비판 대열에 합류하면서 중국 기업인들의 공포감은 매우 커졌다. 그러자 시 주석이 9월 27일 랴오닝성의 국유기업과 민영기업을 나란히 시찰하면서 둘 다 모두 육성한다고 언급했다. 또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그날 저녁 "총서기 최후의 한마디로 민영기업을 둘러싼 무의미한 논쟁은 끝나게 됐다"고 평했지만 국유기업이 앞서가고 민간기업이 후퇴한다는 '국진민퇴(國進民退)'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그 배경에는 올해로 개혁개방 40년을 맞은 중국이 당의 지배력을 키우면서 공급 측 개혁을 진행하는 와중에, 미·중 무역전쟁이 터진 현실이 있다.

      이명희 한국은행 베이징사무소 소장은 "중국 경제가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는 건 국유기업은 잘나가는데 민영기업은 어려운 기업 간 양극화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 국가금융발전실험실 이사장인 리양도 지난 9월 민영경제가 발달한 광둥성과 저장성을 현지 답사한 결과, "국진민퇴 현상이 비교적 두드러지고 있다"고 전했다. 철강 등 과잉 공급 업종의 구조조정을 확대하는 정부의 공급 측 개혁으로 철강 출고 가격이 올라 생존한 철강 분야 국유기업들이 수혜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공업 부문에서 올 들어 8월까지 국유기업의 이익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26.7%를 기록, 민영기업(10%)과 외자기업(7.6%)을 크게 웃돌았다.

      미·중 무역전쟁에 타격받는 민영기업

      과잉 공급 해소 과정에서 국유기업은 통폐합으로 덩치를 키우는 반면, 민영기업은 우선 퇴출당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금융 시스템이 국유기업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민영기업에 흘러간 은행 신규 대출 비중은 2013년 60%에서 2016년 17%로 줄었다. 민영기업은 비공식 금융회사인 그림자 금융에 손을 벌렸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중국 정부가 금융위기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그림자 금융의 부채를 축소한 까닭이다. 반면 민영기업의 자금줄인 증시는 올 초 고점 대비 20% 이상 빠지는 약세장에 진입했다. 주식 담보로 대출을 받은 민영 상장사들이 주가 하락으로 자금난에 빠지면서 올 들어 24개 상장사 주인이 국유기업으로 바뀌었다.

      미·중 무역전쟁은 내수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국유기업보다 수출 민영기업에 직격탄을 날린다. '중국의 공장'으로 불리는 광둥성이 미·중 무역전쟁의 집중 피해 지역이다. 중국 전체로는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의 20%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광둥성은 이 비중이 45% 수준이다. 광둥성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 8월 49.3%를 기록했다. 2016년 3월 이후 처음으로 50을 밑돈 것이다.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 이하면 위축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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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진핑 주석이 지난 9월 27일 국진민퇴 논란 속에 랴오닝성 민영기업 중왕(忠旺)그룹을 시찰하고 있다. /신화통신
      이에 반해 중국 국유기업은 구조조정을 거쳐 몸집을 키운 여세를 몰아 철강 등 일부 업종에서 글로벌 시장에 공급 과잉을 야기하면서 불공정 경쟁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에서 중국 국유기업의 비율은 2014년 15%에서 2018년 16%로 늘었다. 40년 전 개혁개방 이후 민영기업의 세력이 급성장하던 흐름과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시진핑 정부는 지난 9월 30일 16년 만에 바꾼 '상장사 관리 준칙'에 당 조직 구성과 운영 지원을 적시했다.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 겸 국유기업개혁 영도소조 조장은 10월 9일 새 국유기업 개혁 가이드라인에서 이사회의 경영자주권 보장을 약속하면서도 당 위원회의 영도 역할을 강조했다. "당 지도자는 (기업의) 최종 판결권, 통제권을 포함한 실권을 갖게 되고 기업 경영인은 '월급쟁이'가 됐다."(샤예량 전 베이징대 경제학 교수)

      당 통제 강화에 "경영자는 월급쟁이"

      국진민퇴 논란은 자유보다는 통제에 무게를 두는 시진핑 정부의 통치 방향과 맞물려 있다. 교육계는 물론 문화산업·언론 등에서도 사상 통제가 강화되는 추세이다. 데이비드 샴보 조지 워싱턴대 교수는 "당과 국가의 통제를 상당히 약화하는 연성권위주의가 2008년 이후로 경성권위주의로 퇴보했다"며 "교육과 언론이 자유화되기 전까지 중국은 창조와 발명이 아닌 가공과 제조의 중진국 함정에서 영원히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