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호텔·부동산 투자했던 안방·HNA·완다… 창업자 줄줄이 경영권 박탈

입력 2018.10.19 03:00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를 공동 창업한 마윈(馬雲) 회장이 55세가 되는 내년 9월 10일 이사회 회장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한 지 벌써 한 달이 넘었다. 하지만 아직 '정부 압박으로 퇴진하게 됐다'는 음모론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반부패 조사를 받는 도중 미국으로 도피한 뒤 중국 지도부 비리 폭로에 열중해 온 부동산 재벌 궈원구이(郭文貴)가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이 마윈에게 알리바바 주식을 내놓으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라며 음모론을 부추기기도 했다. 마 회장은 음모론을 부인했다. 그는 10년 전 집단지도체제인 파트너십 제도를 도입해 승계를 준비해 왔고, 5년 전에는 최고경영자(CEO) 퇴임 연설에서 조기 은퇴를 시사했다. 그런데도 음모론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 배경엔 기업인들의 잇단 수난으로 불거진 국진민퇴 우려가 있다.

지난 10년간 급성장한 중국 기업

쉬장룬 칭화대 법학원 교수는 안방(安邦)보험·HNA·화신(華信)에너지·다롄완다(大連萬達)·밍톈(明天) 등 대기업 창업자들이 최근 겪는 어려움에 대해 "공권력이 사유재산권을 멋대로 박탈하는 악성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평한다. 금융 당국은 지난 6월 안방보험 지분 98.23%의 소유주를 국유기업인 중국보험보장기금유한공사로 바꿨다. 2004년 자동차 보험 판매로 시작해 안방보험을 자본금 기준 중국 1위, 자산 기준 중국 3위, 2017년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139위)으로 키운 우샤오후이(吳小暉) 창업자의 소유권이 공식 박탈된 것이다. 우샤오후이는 지난해 6월 불법 자금 모집 혐의 등으로 체포돼 올 5월 징역 18년형과 105억위안의 재산 몰수를 선고받은 상태다. 당국은 안방보험과 중국 최대 민영 에너지 업체 화신에너지 창업자의 경영권 박탈을 두고 "블랙스완(예측 못 한 위기)을 못 날게 하기 위해서 폭탄을 해체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안방·HNA·완다 등은 '정부 실세와의 관시(關係)'가 부각된 기업이기도 하지만, 호텔·부동산·엔터테인먼트 등에 자금을 쏟아부었던 공통점도 있다. 중국 정부는 금융 위기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2017년에 이 부문들을 해외 투자 제한 대상으로 지목해 규제하고 있다. 3년 연속 중국 최고 부호에 올랐던 왕젠린 완다 회장은 지난해 핵심 자산을 매각한 후 "중국 정부의 지침에 호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2015년 10월 30일 미국 하버드대 강연에서 "완다 자본은 고생해서 번 돈이다. 투자하고 싶은 곳에 투자할 수 있다. 기업에 투자 자유권이 없다면 그 사회는 자유와 공정이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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