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같고 검소하고 솔직한 경영자들 에노키안협회 기업들의 공통점"

입력 2018.10.19 03:00

[Cover Story] 장수 가족 기업 동아리 '에노키안협회'

'200년 이상된 가족 기업' 에노키안협회 오카야 도쿠이치 협회장

'200년 이상된 가족 기업' 에노키안협회 오카야 도쿠이치 협회장
유한빛 기자
인기 레스토랑도 요리사가 바뀌거나 외식업계 유행에 뒤처지면 십 년을 넘기기 어렵다. 사업 규모가 커질수록 창업자 대신 전문 경영인이 회사를 맡아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이런 경영학계 일반론을 뒤엎고 수백 년 동안 사업을 일궈온 가족 기업들이 있다. 이 기업들의 장수 비결은 무엇일까. '역사가 200년 이상인 가족 기업'만 가입할 수 있는 민간 단체인 에노키안협회(Les Hénokiens)에서 아시아 기업인으로는 처음으로 협회장을 맡은 오카야 도쿠이치 오카야코우키(岡谷鋼機) 사장을 일본 나고야 본사에서 만나 물었다.

그는 에노키안협회에서 발견한 장수 가족 기업 경영자들의 공통점으로 '검소함'과 '가족·기업에 대한 애정'을 꼽았다.

장수 가족 기업 공통점은 검소함과 가족 중시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에노키안협회에 소속된 장수 가족 기업 경영자들은) 모두 닮은 사람들 같다. 각기 성격은 다르더라도 기본적으로 똑똑하고, 생각하는 부분이 서로 비슷하다.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깊고 회사도 중요하게 여긴다. 오래된 회사의 경영자는 뭔가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의외로 담백하고 싹싹하다. 일본어로 말하자면 다들 지미(地味), 꾸미지 않고 검소하다."

―가족 경영의 장점이 있다면.

"직원들이 서로 가족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대개 중소기업들이 가족 중심 아닌가. 그런데 대기업으로 성장하면 이전처럼 '경영자와 직원들은 가족'이라는 느낌이 희미해져가는 것은 아닐까. 에노키안 회원사들은 작은 가족기업 시절의 특성을 유지한 부분이 있다.

예를 들면 '모두 힘을 합쳐 열심히 하자' 같은 분위기가 공통적인 출발점 같다. 기업 규모가 커지면 창업자나 경영자가 '내가 잘해서 이런 큰 기업을 일궜다'라고 자만하기 쉬운데, 그건 잘못된 생각이 아닐까. 나도 창업자 후손이고 사장이지만, 내가 회사에 기여한 것보다 사원들이 모두 분발한 덕분에 회사가 유지되는 것이다."

―아시아 기업인으로는 첫 협회장인데.

"내가 10번째 협회장이다. (협회에) 독일인, 프랑스인, 이탈리아인이 많은 가운데 일본 회원들이 차근차근 늘었다. 2~3년 전부터 유럽 회원들이 협회장직을 권했는데, 해마다 유럽에서 개최되는 총회에 참여하기 번거롭고 비용 문제도 걸려서 고사하다가, 최근 유럽 기업들이 이전보다 아시아인을 활발하게 채용하는 분위기도 좋고, 회원들이 아시아에 대한 편견이 없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에 받아들였다."

정년퇴직자에게도 관심 기울여

오카야 협회장이 사장으로 있는 오카야코우키는 일본의 주요 무역항 중 하나인 나고야에 1669년 문을 연 철물점 사사야(笹屋)가 전신이다. 영국의 산업혁명이나 미국 독립전쟁보다 한 세기 앞선다. 사사야는 1760년 구리 소재를 취급하기 시작했고, 1860~1870년대 들어 오사카와 도쿄로 사업을 확장했다. 1900년대 들어서는 기계 사업부를 신설해 산업기계와 철강재를 취급하기 시작했다. 1943년 오카야코우키로 사명을 바꾼 이래 싱가포르, 미국, 호주, 독일 등 해외에 지사를 세워 활동 반경을 넓혔다.

현재 오카야코우키는 철강, 정보·전자, 산업자재, 생활용품 등 4대 사업 부문을 중심으로 전 세계 22개국에 71개 자회사를 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각종 산업재를 국내외 생산업체에서 구입해 판매하는 상사 기능은 유지한 채다.

오카야 회장에게 "오카야그룹이 350년 가까이 유지된 비결은 무엇인가"라고 묻자 오카야 사장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웃다가 자세를 고쳐 앉고 손가락을 꼽아가며 설명했다. "첫째, 제품에 대해 거짓말하지 않고 약속을 지키며 고객에 대한 신용을 우선시했다. 둘째, 회사 내부에서는 신입사원이든 간부급 직원이든 가족처럼 불화 없이 일해왔다. 마지막으로 시대에 맞춰 회사가 조금씩 변화했다. 이 세 가지가 오카야가 장수기업이 된 핵심 비결이다."

―고객에게 신용을 지킨다는 건 어떤 뜻인가.

"기본적으로 제조사는 좋은 제품을 좋은 가격에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상사인) 오카야 고객사는 조금 더 좋은 제품을 적시에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길 원한다. 오카야는 이렇게 (협력업체와 납품업체 간) 흐르는 강에서 균형을 잡는 댐의 역할을 해왔다."

―장수 기업인데, 특별한 직원 교육법이 있나.

"다른 기업과 특별한 차이는 없다고 본다. 신입사원을 사무직과 영업종합직으로 나눠 선발하는데, 영업종합직은 수습기간 3개월 동안 전원 어학연수를 보내준다는 점이 차별화되는 교육제도인 것 같다.

우리 회사는 은퇴한 직원도 소중하게 생각한다. 해마다 한 번씩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에서 정년퇴직자 모임이 열리면 회사가 식비 등 모임에 필요한 비용을 내준다. 은퇴한 직원이 77세나 88세 같은 특별한 나이가 되면 선물을 보내준다. 졸업이나 입학 같은 특별한 행사가 있으면 손자들에게 대신 선물을 보내기도 한다. 은퇴한 직원이 세상을 떠나면 회사가 1년, 3년, 7년 주기 위령제를 지내준다. 정년퇴직자와 돌아가신 분들까지 소중히 여기는 오카야의 정신은 우리 사원들이 회사를 믿고 열심히 일하도록 만든다고 생각한다. 오카야에 입사한 직원의 70~80%가 정년까지 다닌다."

해외 진출·사업 다각화…끊임없는 변신

창업자의 13대손인 오카야 사장은 회사의 지향점을 '끊임없이 흐르는 강'에 빗댔다. 그는 "강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받아들이는 물과 내보내는 물의 흐름을 달리하고 멈추지 않고 변화를 지속해야 한다"며 "기업도 고객에게 항상 좋은 제품을 공급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하지 않으면 오래 지속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혁신이나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는 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

"딱히 정해둔 기준은 없지만, 오카야코우키는 모노즈쿠리(物作り·장인 정신을 바탕으로 한 일본 제조업)에 공헌하겠다는 이념을 가진 상사다. (주력 분야인) 산업재와 관련해서는 항상 새로운 분야에 대해 공부하고 신상품을 찾아 다닌다. 종종 식품업 같은 전혀 새로운 분야에 진출한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의 식량 자급률은 40% 정도로, 수입품이 60%를 차지한다. 해외 여러 나라와 거래하는 상사라는 이점을 살려 큰 비중은 아니지만 손을 대고 있다."

나고야 시내 택시 기사 중 오카야코우키 본사 위치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오카야코우키는 지역에 단단하게 뿌리를 내린 상태다. 기업공개(IPO)도 나고야증권시장에서 진행했다. 오카야 사장은 올해 나고야 기반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공공기관인 나고야중소기업투자육성회사의 회장으로 선임됐다.

오카야 사장은 "기업도 사회와 함께 나가야 하는 조직"이라며 "지역 공헌에도 관심을 기울인 것도 (우리 회사가) 장수 기업이 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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